#. 10년 차 직장인 이해나 씨(가명·34)는 올해 8월 이직하면서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개설하고 퇴직금 5000만원을 납입했다. 김씨는 연금수익률을 최대한 높이고 싶지만 어떠한 상품군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최근 퇴직연금 계좌를 활용해 투자에 뛰어드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자산변동성이 커지면서 연금상품을 통해 분산투자와 노후대비를 모두 잡으려는 젊은 층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연린이(연금투자+어린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연린이들이 마주한 장벽에 있다. 어떠한 기준으로 연금 운용에 접근하는 것이 좋은지, 수익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갖춰야 할 관점은 무엇인지 등 기본개념과 노하우에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김혜령 하나은행 연금사업본부 차장. 사진=이코노믹리뷰
김혜령 하나은행 연금사업본부 차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에 김혜령 하나은행 연금사업부 차장은 “연금자산을 20년 이상 장기 운용한다는 전제하에서 MZ세대는 ETF(상장지수펀드)나 공모펀드 등 주식형펀드를 비롯한 성장형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게 좋다”며 “이들은 추후 은퇴자산에서 생활비를 충당하는 등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가장 크게 노출된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김 차장은 “올해의 경제 상황만 놓고 본다면 선뜻 주식자산에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겠지만 10년 이상의 장기자산을 바라본다면 젊은 세대일수록 성장형 자산에 할애 하는 것이 좋다”며 “S&P500의 성과를 보자면 연초 이후로는 –18% 하락했지만 지난 10년 간 3배 가까이 성장했고 지난 20년 간 4.5배 가까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성장형 자산에 투자한다면 적립식 투자 및 분할매수를 활용해 투자시점의 분산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되, 다만 시장 인덱스 펀드보다 구성종목이 적을 수밖에 없고 업황의 영향이 큰 섹터펀드의 투자는 당분간 지양하는 것이 좋다는 게 그의 팁이다.


- 연금의 종류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그리고 각 구분별 특징은?

“퇴직연금제도는 회사에서 가입하는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구분할 수 있다. 회사서 가입하는 ‘퇴직연금’은 DB형 또는 DC형 등으로 다시 나뉜다. 회사 등 사업체에서 근로자들이 가입해 이직 또는 퇴직 시 퇴직급여를 수령하는 제도다. ‘IRP’는 개인이 금융회사에서 직접 가입하는 퇴직연금제도로 회사에서 받은 퇴직급여를 이전해 계속 운용하거나 자신의 돈을 직접 불입해 연금자산을 계속 적립해가는 제도다. 운용방법의 차이로 설명하자면, ‘DB형’은 회사가 운용하면서 약속된 퇴직급여를 개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DB형에만 가입한 사람은 당장 연금운용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반면 ‘DC형’과 ‘IRP’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본인이 직접 운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나 내가 정기적으로 불입한 돈을 재원으로 운용하며 그 원금과 수익이 내 노후의 연금재원이 되는 제도다.”

- ‘연금’을 활용한 투자의 장점은?

“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장기투자를 할 수 있도록 세제적으로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IRP에 돈을 불입하면 연 700만원까지 16.5%, 최대 115만5000원의 세금을 돌려받는다. 일반 계좌를 활용할 때 운용수익에 대해 15.4% 세금이 붙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DC형과 IRP에서 같은 펀드를 운용하면 실제 인출해 쓰이기 전까지 세금이 붙지 않으며 55세 이후 연금으로 인출할 시에도 3.3~5.5% 저율의 연금소득세가 적용된다. 특히 해외주식투자 펀드의 경우엔 국내 주식투자와 달리 장내 매매차익에 대해서도 15.4%의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데, DC형이나 IRP에서는 실제 인출할 때까지 이 부분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으니 복리의 효과를 더 빠르게 누릴 수 있다.”

- 최근 연금과 관련된 트렌드의 변화가 있다면?

“사회적으로 연금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2~3년간 코로나19로 자산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돈관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고, 특히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퇴직연금이 영역을 늘려가고 있다. 가입자 수로 보자면 DC형이 DB형 퇴직연금과 비슷한 규모가 됐다. IRP도 최근 3년간 30% 이상 적립금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4월부터 시행된 ‘퇴직급여 IRP 이전 의무화’ 등 제도적인 변화도 스스로 관리하는 퇴직연금을 더욱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DC형과 IRP는 개인이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나중의 연금자산이 달라진다. 당연히 개인 편차가 있다. 때문에 올 7월 도입된 ‘디폴트옵션’은 꼭 필요한 사항이었다고 생각된다. 디폴트옵션은 개인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연금운용 공백을 메운다는 목적으로 투자리스크 수준별로 압축된 몇 가지 투자옵션 가운데 미리 선택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디폴트옵션을 두루 살펴본 경험을 얻고 개인이 추후 연금투자를 실행할 때 하나의 가이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 최근 연금 투자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에게 추천하는 상품군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하다.

“연금자산을 20~30년 이상 길게 운용한다는 전제하에서 MZ세대는 ETF 등 성장형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게 좋다. MZ세대는 추후 은퇴자산에서 생활비를 충당하게 돼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가장 크게 노출된 세대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자산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는 올해의 경제 상황만 놓고 본다면 선뜻 주식자산에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10년 이상의 장기자산을 바라본다면 젊은 세대일수록 성장형 자산에 할애 하는 게 좋다. 글로벌 우량회사를 모아놓은 S&P500의 과거 성과를 보자면 연초 이후 -18% 하락했지만, 지난 10년 간 S&P500은 3배 가까이로 성장했고 지난 20년을 본다면 4.5배 가까이 늘었다. JP모건 등 미국 내 자산운용업에선 미국 라지캡의 경우 투자기간을 10년이라고 봤을 때 연 평균 5~6% 실질 수익을 전망하고 있다.”

- MZ세대에게 추천하는 연금 포트폴리오 전략법

“복잡해지는 국제정세와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자산시장을 고려한다면, 단기 수익률을 높이기보다 연금자산의 장기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실행하는 가운데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겠다. 이 가운데 주식투자를 실행한다면 적립식 투자 및 분할매수를 활용해 투자시점의 분산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장 인덱스 펀드보다 구성종목이 적을 수밖에 없고 업황의 영향이 큰 섹터펀드의 투자는 당분간 두고 보는 게 좋겠다. 특히 현 시점에서 특정 섹터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V자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는 최근 환경을 고려했을 때 한동안 이어질 변동성을 참아내겠다는 확신이 없는 한 지양해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연금 재테크 운용 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연금은 20년 이상 장기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장기투자라는 점, 노후에 생활비로 쓰일 아주 특별한 목적을 가진 자산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위해 세액공제·과세이연· 저율의 연금소득세 등 세제적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씩이라도 가급적 일찍 시작하고 목돈이 조금 모였다고 헐어 쓰지 않으며 은퇴할 때까지 잘 운용해 노후를 뒷받침할 금융자산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실행하는 게 좋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연금자산의 장기투자가 실현될 것이고 노후에 그 과실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 당장 소득이 부족하다고 나중으로 미루기보다 단 10만원이라도 불입과 운용을 바로 시작하는 게 좋다.”

- 하나은행만의 연금투자 강점은?

“당행은 연금자산의 개인·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자산의 성장-리스크 관리에 있어 균형감 있는 연금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는 원칙을 실행하고 있다. 최근 다변화 되고 있는 자산시장과 보다 다양한 자산을 연금운용에 활용하려는 연금 투자자들의 니즈에 부응하고자 지난해 말 은행업계 최초로 ETF 라인업을 개시했고 연금 투자자에게 적합한 ETF를 선별해 라인업을 넓혀가고 있다. 또 은행업권 최초로 DC형 및 IRP 연금투자자가 채권을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채권투자 전략에서 개인의 선호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운용상품 확대와 더불어 지난 8월엔 모바일 앱을 통해 연금관리 현황을 또래와 비교 파악할 수 있는 디지털 연금닥터 서비스를 론칭했고 이를 통해 DC형과 IRP 가입자의 자기주도적 연금관리를 지원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