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텐센트 레벨 인피니트
출처=텐센트 레벨 인피니트

텐센트의 모바일게임 ‘왕자영요(王者荣耀)’가 서비스 7년만에 뒤늦게 글로벌 진출을 선언했다. 모바일 MOBA진지점령) 게임 시장을 주도해온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 와일드 리프트(이하 와일드 리프트)’와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텐센트는 ‘왕자영요’의 글로벌 버전인 ‘아너 오브 킹(Honor of Kings)’의 비공개시범테스트(CBT)를 7월 중에 진행하고, 연내 글로벌 전역에 출시하겠다고 8일 밝혔다. 연말에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아너 오브 킹 월드 챔피언 컵(KCC)’을 개최한다. 총 상금은 1000만달러(약 125억원)로, 모바일 게임 e스포츠 중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텐센트 자회사 티미 스튜디오가 개발한 ‘왕자영요’는 일일 이용자 수(DAU) 1억 명, 연매출 3조3000억원(2021년 기준, 센서타워)을 기록한 인기 게임이다. 매출의 95% 가량이 집중된 중국 내수 시장 성적만으로 수년간 글로벌 모바일 게임 매출 1~2위를 지키고 있다.

‘왕자영요’의 글로벌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텐센트는 ‘왕자영요’의 일부 콘텐츠를 수정하고 각기 다른 이름을 붙인 현지화 버전으로 글로벌 시장을 두드린 바 있다. 2016년 서구권에 출시된 ‘아레나 오브 발러(Arena of Valor)’와 2017년 한국에 출시된 ‘펜타스톰’이 대표적이다. 가령 ‘왕자영요’의 ‘관우’는 ‘아레나 오브 발러’에서 ‘슈퍼맨’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아레나 오브 발러’는 북미 지역에서 15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으며, 다른 지역의 현지화 버전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해 출시될 ‘아너 오브 킹’은 ‘왕자영요’와 완전히 동일한 버전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지화 버전들은 ‘왕자영요’로 흡수 운영될 전망이다. ‘펜타스톰’은 퍼블리싱 계약 만료로 인해 올해 7월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텐센트가 ‘왕자영요’의 글로벌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유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둔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의 대기업 규제가 계속되면서 올해 텐센트의 1분기 중국 게임 매출은 전년 대비 1% 줄었다. 6월 8일 발표된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증) 목록에서도 텐센트의 게임은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 텐센트는 글로벌 게임 서비스 브랜드 ‘레벨 인피니트’를 출범시키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출처=왕자영요 공식 홈페이지
출처=왕자영요 공식 홈페이지

‘왕자영요’가 글로벌에서 맞서게 될 가장 큰 경쟁자는 라이엇 게임즈의 ‘와일드 리프트’다. ‘와일드 리프트’는 인기 PC MOBA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모바일로 옮긴 게임이다.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2020년 출시 이후 모바일 MOBA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data.ai(구 앱애니)에 따르면 ‘와일드 리프트’가 출시 1년만에 거둔 매출은 1억5000만달러(약 1885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텐센트와 라이엇 게임즈의 불편한 관계다. 텐센트는 2015년 라이엇 게임즈의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모바일 MOBA 게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리그오브레전드’의 모바일 버전을 만들도록 요청했으나, 라이엇 게임즈가 이를 거절했다. 텐센트는 또 다른 자회사 티미 스튜디오를 통해 ‘왕자영요’를 개발한 후 ‘리그오브레전드’의 모바일 버전이라고 홍보했다. ‘왕자영요’는 큰 성공을 거뒀고, 라이엇 게임즈는 ‘왕자영요’가 ‘리그오브레전드’의 상당 부분을 노골적으로 도용한 점에 대해 강력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텐센트는 이를 받아들여 ‘왕자영요’의 일부를 수정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PC 게임이고 ‘왕자영요’는 모바일 게임이기 때문에 갈등은 더 이상 깊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라이엇 게임즈가 ‘와일드 리프트’를 출시하고 ‘왕자영요’가 글로벌 본격 진출을 선언하면서 양사의 경쟁은 재점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텐센트의 내부 경쟁 문화에서 발생하는 일상적 상황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텐센트는 여러 팀들이 동일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하나만 살아남을 때까지 경쟁하는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새끼 상어가 어미의 자궁에서 형제들을 잡아먹고 자라는 ‘상어의 자궁’에 비유된다. 티미 스튜디오의 ‘왕자영요’도 라이트스피드 앤드 퀀텀 스튜디오의 ‘We MOBA’라는 내부 경쟁자와 치열하게 싸워 살아남은 게임이다. 티미 스튜디오는 ‘왕자영요’의 중국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와일드 리프트’의 중국 출시 당시 대규모 마케팅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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