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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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9개월 만에 자국 게임을 대상으로 신규 판호를 발급하자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두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중국 판호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부가 중국과 한국 간 불공정거래를 더 이상 지켜보지만 말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 판호를 발급한 45개 게임 명단을 발표했다. 통상 중국 정부는 내·외자 판호를 함께 발급해왔는데 이번엔 중국산 게임에만 유통 허가를 내줬다.

판호는 중국 시장 내 ‘유통권’으로, 게임사가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판호를 발급받아야 한다. 중국 정부가 자국 게임에 내주는 내자 판호와 외산 게임에 발급하는 외자 판호로 나뉜다. 국가신문출판서는 과거 매월 80~100건의 신규 판호를 발급했지만 지난해 7월 이후 아무런 설명 없이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중국 당국이 약 9개월 만에 신규 판호 발급을 재개하면서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판호 획득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중국 게임시장 규모(약 55조원)가 국내 게임시장(약 20조원)의 3배에 달하는 만큼 중국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할 경우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의 판호 발급이 알려진 지난해 6월 29일 펄어비스 주가는 전날 대비 15%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72% 급락할 정도로 악재를 겪었지만 주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도 중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국 정부는 2016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따른 보복의 일환으로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을 선언한 이후 찔끔 흘리는 식의 판호 발급을 이어오고 있어 판호 발급 재개에 따른 기대가 또다시 실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지난 2020년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한국 게임으로는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판호를 발급받았고, 지난해 2월 인디게임 '룸즈'와 같은 해 6월 검은사막 모바일이 판호를 받으면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후 또다시 감감무소식이다. 2017년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은 총 3건에 불과하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공개 테스트(OBT)를 오는 26일 시작할 예정이다. 출처=펄어비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공개 테스트(OBT)를 오는 26일 시작할 예정이다. 출처=펄어비스

한한령 이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은 10~30개 수준이었다. ▲2009년 13개 ▲2010년 11개 ▲2011년 19개 ▲2012년 19개 ▲2013년 25개 ▲2014년 17개 ▲2015년 9개 ▲2016년 34개 ▲2017년 11개다.

중국 진출 통로가 꽉 막힌 상황에서도 국내 게임사들은 틈을 노리고 있다. 넷마블은 2017년 히트작인 리니지2 레볼루션의 판호를 신청하고 5년째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중국 법인과 함께 허가를 받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PC버전의 판호 신청을 꾸준히 내고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4의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하 던파 모바일)’ 중국 출시를 준비 중이다. 넥슨 관계자는 “텐센트와 긴밀히 협업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중국에서도 최대한 빨리 서비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넥슨은 중국 당국의 한한령 선언 전 던파 모바일의 판호 발급을 받았지만 2020년 8월 출시를 하루 앞두고 중국 당국으로부터 연기 통보를 받았다.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였지만 중국 당국의 해외 게임에 대한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당국이 다시 신규 게임 출시를 허가하면서 국내 게임사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올해가 한중 수교 30주년이고,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개선된다면 한한령이 해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윤석열 정부가 판호 발급 재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게임의 중국 내 서비스 규제는 불공정 무역으로 언급했으며,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며 "국내 게임 산업 보호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중국 판호 발급재개를 위한 대한민국 정부 차원의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