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레고형 건축’으로 불리는 모듈러 건설에 대한 건설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미리 생산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 신속한 건설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시장 성장과 함께 주택 시장에서도 새로운 주택 공급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공기 단축 등 편의성 역시 건설기업이 모듈러 건설 비중을 늘리는 이유 중 하나다.

기술 갖춘 중대형 건설사, 모듈러 건설 러시

중대형 건설사들의 모듈러 공법 도입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금강공업과 극동건설 등 기존 모듈러 진출 기업 외에, 대형 건설사들 역시 연구·개발과 업무협약 등 기술적 제휴를 통해 모듈러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모듈러 건축기술과 관련한 개발에 돌입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모듈러와 관련한 건설신기술 1건, 특허 11건을 취득한 상태다. 해당 기업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과의 연구사업 등을 통해 모듈러 구조물 내진 성능 향상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모듈러 시공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최초 13층 규모의 중고층 모듈러 건물의 시공사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 달에는 SH공사가 발주한 중고층 가리봉동 모듈러 행복주택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이나 프리패브(사전 공장 제작) 등의 모듈러 공법을 도입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PC공법은 미리 모듈화한 기둥과 보, 벽체, 슬라브 등 콘크리트 자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일정한 품질 유지와 내구성 향상이 가능하다. 일반 건축물 외에 최근엔 반도체 공장이나 집합건물의 지하주차장, 물류센터 건설에도 많이 사용되는 공법이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고양 향동지구에 총 공사비 약 2,000억원 규모의 지식산업센터를 최신 PC 공법으로 건설 중이다. 연면적 약 19만2,000여㎡로, PC공법이 적용된 단일 건물 지식산업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한화건설은 10만 가구의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에 이미 PC공법을 적용한 바 있다.

GS건설도 PC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6월 충청북도 및 음성군과 15만㎡ 규모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기존 재래식 공법과 PC공법의 장점을 결합한 하프-PC공법 등의 응용 공법도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대우건설은 국내 최초로 아파트 옥탑 구조물에 하프-PC공법을 적용했다. 운송과 차음성능 등에서 불리한 기존 PC공법을 보완하기 위해, 공장에서 일부를 제작하고 현장에서 추가로 잔여 철근 등으로 콘크리트로 타설하는 방식이다. 공기는 일반 PC공법과 유사하게 단축된다.

포스코건설은 포스맥 패널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조립하는 프리패브 공법을 도입하고 있다. 기존에는 대형 산업플랜트 건설 시에만 적용했던 기술로, 공장에서 건축물의 주요 구조와 내·외장재가 결합된 일체형 모듈을 사전 제작한 후 현장에서 바로 설치한다.

자회사 설립부터 기술제휴...불붙은 모듈러 경쟁 왜?

모듈러 시공을 위한 자회사 설립, 기술 제휴 등도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코오롱이앤씨'를 설립하고 모듈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착공 22일 만에 완공한 모듈러 음압병동을 비롯, 근린생활시설과 타운하우스 건설에도 모듈러 기법을 적용해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GS건설은 국내 모듈러 주택 사업을 위해 지난해 8월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하고 이를 위한 관련 부지를 매입했다. 자이가이스트의 지분은 100% GS건설이 보유한다. GS건설은 이 외에도 지난해 약 2,000억원을 투자해, 폴란드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회사 ‘단우드’와 영국 소재의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 ‘엘리먼츠’ 등 유럽의 선진 모듈러 업체 2곳을 동시에 인수하기도 했다.

한화건설은 추가적인 PC공법 기술개발을 위해 ‘한성PC건설’과 PC설계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인 ‘에센디엔텍’ 등과 ‘PC공법 개발 공동 추진 협약(MOU)’을 체결했다. 단순한 PC 공법 기술 적용에서 벗어나 특화 아이템 개발에 주력하고, PC 공법 적용 비율을 점차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대형건설사들이 모듈러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원가 절감과 공기 단축 등의 효과가 크다는 것이 대형건설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모듈러 공법은 공사 시 사용하는 자재의 70~80% 가량을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레고처럼 조립한다. 원가 절감과 자재 품질 향상에 용이할 뿐만 아니라, 공사기간을 20~50% 수준 단축할 수 있다. 최근 건설업계의 주요 이슈인 소음과 분진, 폐기물 배출 저감 효과 역시 뛰어나다.

모듈러 수요가 늘면서, 시장 역시 계속해서 성장 중이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약 8,000억원 규모였던 모듈러 시장은 지난해에는 1조2,000억원, 오는 2022년에는 2조4,000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주량 역시 지난해 709가구에서 2022년에는 2,500여 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정도 모듈러 공법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모듈러 주택 대상에 숙박시설을 추가하고, 모듈러 공법을 활용해 건설하는 주택의 건폐율과 용적율을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 역시 지난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방안’에서 수도권 공공임대와 3기 신도시 일부 주택을 모듈러 공법을 통해 건설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