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에는 유명한 두 개의 징크스가 있다. 하나는 ‘밤비노의 저주(Curse of the Bambino)’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1920년 미국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였던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내보낸 후 월드시리즈에서 수십 년간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반면 뉴욕 양키스는 베이브 루스의 활약에 힘입어 우승을 도맡아 하며 미국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탈바꿈했다.

‘밤비노(Bambino)’는 이태리어로 갓난아기를 뜻하는데 영어의 ‘babe(애기)’와 같은 의미다. 베이브 루스의 ‘베이브’에서 유래한 말로, 보스턴은 2004년 마침내 우승하면서 무려 86년만에 이 저주에서 벗어났다. 

다른 하나는 ‘염소의 저주’다. 시카고 컵스가 194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월드시리즈 4차전을 벌이고 있을 때다. 이 경기에 컵스의 팬인 그리스 출신 이민자 빌리 시아니스가 염소를 끌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필드에 입장하려했지만 거부당한다. 염소가 악취를 풍긴다는 것이 이유였다. 

입장을 거부당한 빌리 시아니스는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저주를 퍼붓고 떠났다. 이후 이 때 열린 월드시리즈를 3승4패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무려 108년이나 월드시리즈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6년 11월 3일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8대7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을 때 “드디어 염소의 저주를 풀었다”며 시카고 전역이 흥분의 도가니였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유명한 두 개의 징크스 : 밤비노의 저주(왼쪽)와 염소의 저주. 위키백과
미국 프로야구에서 유명한 두 개의 징크스 : 밤비노의 저주(왼쪽)와 염소의 저주. 위키백과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이 반복되거나 불길한 징조 또는 사람들을 나타낼 때 ‘징크스’란 말을 떠올린다. '13일의 금요일'을 불길한 날로 꺼리고 4자(字)가 죽음을 연상시킨다며 사용을 자제하는 것도 다 징크스와 연관된 얘기다. 
누구나 꺼리는 이런 것들 말고도 직업별, 개인별 징크스도 많다. 빨간 양말을 기피하는 야구선수도 있고, 중요한 경기가 벌어질 때 자신이 보면 지고, 안보면 이긴다는 사람도 있다. 경기 전 면도를 하지 않거나 머리를 감지 않는 선수도 많다.

그러면 왜 징크스란 단어에 그런 의미가 담겼을까. 단어의 유래가 좀 안쓰럽다. 징크스(jinx)는 고대 그리스의 마술에 쓰인 새 ‘개미잡이(Jynx)’의 학명에서 유래했다. 목을 길게 내민 모습이 뱀 같다고 해서 지금의 의미가 됐다. 한마디로 몰골이 흉측해 불운의 대명사가 됐으니 징크스 입장에선 억울해 땅을 칠 일이다.

다른 설도 있다. 노래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1868년 나온 노래 ‘기병대장 징크스(Captain Jinks of Horse Marines)’다. 기병대장 징크스가 나팔소리 때문에 병이 나고 말에 오르다 모자가 떨어지는 등 불길한 일들이 계속 생긴다는 가사에서 비롯됐다는 설인데 이것보다는 새 얘기가 더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징크스가 지금 우리 정치권에서도 관심사다. ‘총리 징크스’다. 대권을 넘보는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동안 우리 정치사에서 총리를 거쳐 대선주자로 나온 정치인 중에 정권을 잡을 사람이 없었던 탓이다.
김종필·이회창 전 총리 모두 권력의 정점에 있었지만 대권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고건·정운찬 전 총리도 끝내 2인자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이·정 전 총리가 대권을 잡으려면 이 징크스를 넘어서야 한다. 

물론 이는 한국만의 상황이다. 미국에는 이런 징크스가 없다. 2인자인 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가 적지 않다. 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간 부통령이었다.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도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이 됐고, 리처드 닉슨도 부통령 출신 대통령이다. 

이런 징크스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운동선수들이 하는 것은 ‘루틴(routine)’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해 심신을 편하게 한다. 특히 이길 때 했던 모든 것을 그대로 한다. 
티나 실리그와 조슈아 포어 등은 공저 ‘루틴의 힘’에서 "루틴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확실한 성공전략"이라고 설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루틴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성공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정 전 총리는 물론 야망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 때 기존의 루틴을 점검해 징크스를 떨쳐버리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국민에 다가서는 방법을 전면 재설계하는 것도 한 해법일 테다. 불운이나 불행은 대부분 자초하는 것이지 결코 불쌍한 새 징크스의 탓이 아니다. 

<편집국총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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