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폐배터리 재사용, 특히 재활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국내외 기업들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아이오닉5. 출처=현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아이오닉5. 출처=현대

"가능성 타진하라"

국내는 2030년 한 해에만 10만7,000여 개의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이 발간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개화시킨다' 보고서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아직은 초창기라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는 폐배터리 수가 매우 적으며, 전기차 시장의 확대 추세에 맞추어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 수준에서 가동되는 폐배터리 활용 전략이 단순히 ‘수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쉽지만 각 기업에서는 이미 다양한 액션플랜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중국 화유코발트사와 합작해 이차전지 친환경 리사이클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국 화유코발트사와 65:35 지분비율로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설립한 가운데 앞으로 유럽 배터리 공장의 폐전지 스크랩을 현지에서 파쇄해 분말 형태인 ‘블랙 파우더’로 가공한 뒤 수입할 예정이다.

전남도청에서 열린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 투자협약식'에서 지우황(왼쪽부터) 포스코HY클린메탈 대표이사, 김갑섭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정창화 포스코 신성장부문장, 궈스란 화유코발트 기술임원, 권오봉 여수시장, 김경호 광양부시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전남도청에서 열린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 투자협약식'에서 지우황(왼쪽부터) 포스코HY클린메탈 대표이사, 김갑섭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정창화 포스코 신성장부문장, 궈스란 화유코발트 기술임원, 권오봉 여수시장, 김경호 광양부시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이를 국내에서 리사이클링을 거쳐 양극재 핵심 소재인 니켈·리튬·코발트·망간 등을 추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광양 경제자유구역 율촌산업단지에 1,200억원을 투자해 블랙 파우더를 연간 1만 톤 처리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올해 착공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증설도 계획 중이다.

포스코는 광양 율촌산단에 연산 4만3,0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도 구축한 상태다. 포스코 정창화 신성장부문장은 “포스코HY클린메탈의 성공적 투자를 위해 행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는 전라남도에 감사하다”며 “전남도, 화유코발트사와 협력해 친환경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나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폐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체결했고 SK이노베이션과 기아도 비슷한 전략을 가동하는 중이다. 배터리에서 리튬을 포함한 금속을 회수해 전기차 배터리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산업 생태계의 가능성 및 기술 기반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기아는 현대자동차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성능 평가 시스템을 통해 사용 후 배터리를 평가하고, 잔존 성능이 우수한 배터리는 모듈 또는 팩 단위로 나눠 에너지 저장 장치(ESS)로 재사용한다.

잔존 성능이 낮은 배터리 경우 셀 단위로 분해해 금속을 회수하는 식으로 재활용한다는 설명이다. 사용 후 배터리는 내부에 리튬 전해질이 포함돼 배터리 제조 시 발생되는 폐양극재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것보다 난도가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SK이노베이션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리튬 회수 기술을 활용해 사용 후 배터리에서 니켈·수산화 리튬·코발트 따위의 금속 자원을 회수, 이를 다시 양극재 제조에 활용한다.

김철중 SK이노베이션 전략 본부장은 "배터리 재활용은 글로벌 전기차 대중화에 따른 금속 자원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로, (배터리) 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환경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라면서 "(SK이노베이션과 기아는) 이번 협업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확립된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체계가 세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도 성일하이텍 등 국내 재활용업체들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2011년 창업한 피엠그로우같은 기업도 60대의 전기버스에 배터리팩 제품을 공급했으며, 이 중 40대는 사용후 배터리로 제작한 제품으로 교체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2030년 기준 유럽의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규모 전망. 출처=갈무리
2030년 기준 유럽의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규모 전망. 출처=갈무리

글로벌 시장도 '초집중'

북미 지역에서도 폐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이 발간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개화시킨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과 관련해 주요 자동차 제조사 등 관련 업체들의 기술 개발과 투자 확대뿐 아니라 국방 등 더 폭 넓은 관점에서 전략적 재료의 공급을 안전하게 유지하는데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Department of Energy)는 지난 2019년 1월 가전, 국방, 에너지 저장 및 운송 등의 분야에서 이용되는 리튬 기반 배터리에서 코발트와 리튬 등의 중요 물질을 회수하고 재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리셀 센터(ReCell Center)’ 지원과 재활용 기술 개발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지난 2018년 2월 전기차 보유자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않는 배터리 재활용 및 폐기 메커니즘을 골자로 하는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의 재활용을 위한 ‘AB 2832 재활용 및 재사용: 리튬 이온 배터리(AB 2832 Recycling and Reuse: Lithium-Ion Batteries)’ 법안을 도입했으며 캐나다의 온타리오(Ontario)주 정부 역시 지난 2016년 도입된 ‘자원 회수 및 순환 경제 법안(Resource Recovery and Circular Economy Act, 2016, RRCEA)’을 기반으로 2019년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규정 초안을 발표한 상태다.

배터리를 5kg 이하의 소형 일회용 배터리, 5kg 이하의 소형 충전식 배터리, 그리고 5kg 이상의 대형 배터리라는 세 가지 범주로 나눠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세웠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와 만난 리사이클은 폐기 및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리튬, 코발트 및 니켈을 포함한 다양한 금속을 포함하는 분말 물질인 이른바 ‘블랙 매스(black mass)’라는 중간 제품으로 만들어 다른 재활용 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 역시 현재 배터리에 대해 8년, 10만 마일의 보증을 제공하는 가운데 오래된 배터리 모듈을 반납하는 고객들을 위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건설 중인 기가팩토리(Gigafactory) 공장에서도 배터리 재활용 시스템을 설립한다는 설명이다.

유럽은 2030년 기준 폐차되는 전기차에서 나오는 배터리의 15%가 재활용되는 것이 목표다.

2000년에 도입된 ‘ELV(End-of-Life Vehicles) 지침’이 핵심이다.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포함해 자동차 자체의 폐기 및 재활용에 관련된 지침이며 자동차 제조사는 신차를 제조할 경우 납, 수은, 카드뮴, 6가 크롬(hexavalent chromium) 등의 유해 물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수명이 종료된 차량의 재사용, 재활용 및 회수를 담당해야 한다.

나아가 유럽연합 차원으로는 배터리 관련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장기 연구 이니셔티브인 ‘배터리 2030+’가 진행 중이다. 7개 연구 프로젝트가 2020년 9월부터 시작됐다.

영국도 패러데이 협회(Faraday Institution)를 통해 4,200만 파운드 규모 ‘패러데이 배터리 챌린지(Faraday Battery Challenge)’를 중심으로 폐배터리 활용 전략에 들어갔으며 독일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이자 유럽 최대 응용 연구개발단체인 프라운호퍼 협회(Fraunhofer Institute)를 중심으로 고효율, 대량의 처리용량, 높은 회수율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배터리 재활용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AutoBatRec2020(Automotive Battery Recycling 2020)’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중이다.

중국도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2020년 기준으로 약 65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회수 및 재사용 및 재활용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 판매, 사용, 폐기, 최초 사용 및 재활용에 이르는 전체 수명주기를 추적하기 위해 폐기된 배터리 소유자를 식별하고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용 ID 시스템 ‘배터리 재활용 및 추적 관리 플랫폼 규정(Regulations on the Battery Recycling and Traceability Management Platform)도 가동하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