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박종근 부장검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가 접수한 SK케미칼에 대한 ‘표시광고법 위반’ 고발요청서에 치명적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고는 이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 

공정위는 SK케미칼이 2002년 10월부터 2013년 4월 2일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제품 라벨에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빠뜨렸다고 판단해 해당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SK케미칼이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SK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로 인적 분할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법적 책임이 큰 SK디스커버리 대신 이름만 같을 뿐 이 사건과는 무관한 SK케미칼을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처벌받아야 할 기업은 풀어주고 아무런 관련도 없는 엉뚱한 기업을 고발하게 된 공정위는 공정위 심의를 받던 SK케미칼이 기업 분할 사실을 공정위에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SK케미칼 측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SK케미칼로서는 이런 사실을 공정위에 고지할 의무가 없는 이상, ‘경제검찰’을 자부하던 공정위로서는 오히려 체면만 구기는 해명이 돼버렸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4월 2일로 만료가 된다는 것인데, 만약 공정위가 SK디스커버리를 그 때까지 고발하지 못하면 SK디스커버리에 대한 형사처벌은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미 같은 사건에서 사실상 무혐의 처분이나 다름없는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해 직접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던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으로서는 다시 한 번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고야 만 것이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형사적 제재수단을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국가별로 접근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가령 미국의 경우는 전통적으로도 형사집행을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중요한 제재수단으로 사용해 왔지만, 최근까지도 꾸준히 형사처벌의 수위를 높여 왔다. 그에 반해 EU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별도의 형사처벌권을 명시하고 있지 않으며 과징금이라는 행정적 수단으로 형사적 제재수단을 대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두 가지 방향의 서로 다른 흐름의 중간적 모습을 띠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공정거래법상 공정거래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형사처벌까지 이루어지는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형사처벌이 드물었던 이유는 지금껏 오로지 공정위만이 모든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 자체가 기업활동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어 전속고발 대신 행정적 수단을 통해 위법행위를 해소하려 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앞서 살펴 본 사례와 같이 형사적 지식의 부족과 관리 소홀로 형사 고발을 제 때 하지 못해 결론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한 기업을 면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점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공정거래법 집행 체계 개선 TF(이하 TF)’는 그 동안 공정위의 특권으로 인식되어 오던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TF는 벌칙규정 자체가 많지 않아 기업부담이 크지 않은 가맹사업법, 법적용 대상을 대기업으로 한정하고 있어 폐지 시 중소기업 부담 등이 적은 대리점법에 대해서는 전속고발권의 전부를, 그 외 유통업법, 하도급법 및 표시광고법에 대해서는 전속고발권을 전부 또는 일부 폐지, 혹은 존치하는 등의 복수안을 가지고 추가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TF는 공정거래법 제71조 제1항 상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위원들의 의견은 전면폐지, 보완유지, 선별폐지 등으로 다양하게 나뉘었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검찰과의 원활한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 했다.

이는 지난 1월 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발표한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안’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당시 조 수석은 그 동안 검찰이 주도적으로 해오던 일반 형사업무에 대한 1차적 수사권은 경찰에 이관하고, 앞으로의 검찰은 경제·금융 등 특수수사 분야에 대한 수사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는 향후 계획을 밝혔었다(관련기사 : [법과 사건] 검찰, 금융 ·경제 화이트칼라 수사에 집중하나).

지금까지는 공정위가 ‘경제검찰’로서 칼자루를 쥐고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적으로 고발할지 여부를 전적으로 좌지우지하며 결정해 왔다면, 앞으로는 검찰이 공정위의 판단과는 무관하게 일반 국민들, 소상공인·중소기업 등이 직접 접수하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고발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판단하고 기소 여부까지도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형사적 전문성이 부족해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적 제재 여부를 검찰의 손에 넘겨주게 되어 한결 홀가분해졌고, 검찰로서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판단 문제에 대해 공정위 못지않은 전문성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부여받았다.

또한 그동안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공정위의 형사고발에 답답함을 느꼈던 사회적 약자들로서는 직접 검찰에 고발해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대기업을 저격할 기회를,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행정적·민사적 제재수단과는 비교조차 될 수 없을 만큼 부담스러운 형사적 제재와 자주 대면할 수밖에 없는 부담을 안게 되됐다. 

앞으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및 범위 확대가 공정거래 질서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바꿔놓을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