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재천 사무국장.출처=신약개발연구조합

[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해외는 바이오벤처 인수전이 활발하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재천 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은 국내 바이오벤처 업계의 문제점과 해결의 단초를 제공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Q. 국내 제약사 간 인수합병이 적은 이유 뭐라고 보나

A. 흔히 인수합병을 잘 안 하는 이유로 기업 대표의 오너십(Ownership) 때문으로 본다. 쉽게 말하면 “내가 이 회사를 어떻게 키워왔는데 팔겠는가”라는 마음이다. 또 인수합병에는 조 단위의 거액이 투자돼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좀더 결정적인 게 있다. 바로 인수합병을 할 만한 회사가 아직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국내사든 해외사든 바이오벤처가 개발하고 있는 물질의 가치가 적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치 있는 신약물질을 인수하기 위해서라면 사실 돈 문제가 아니다. 다국적제약사가 좋은 신약물질을 갖고 있는 회사를 사서 낸 이득을 생각해보라.

Q. 해외 인수합병 사례, 국내에선 볼 수 없을까

A. 그렇지 않다. 과거에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점점 신약으로서의 개발 가치가 있는 물질들이 속속들이 벤처기업의 손에서 나오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국내 회사 사이의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리라 본다. 외국계 회사에서 국내 바이오벤처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유망한 물질이 있을 때 외국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통째로 사버린다. 물론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그 벤처사가 갖고 있는 파이프라인이 한 개뿐이라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나 바이오벤처가 갖고 있는 기술이 적어도 그 가치가 워낙 뛰어나거나 그 회사에 어떤 연구자가 있는데 이 연구자를 데려올 때 옵션이 회사를 사들이는 것이라면 이때도 인수합병은 성사한다.

Q. 중견제약사가 할 역할은 없나

A. 있다. 단순하지만 연구개발(R&D)에 더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신약개발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졌다. 이때 꼭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할 필요가 없다. 바이오벤처나 학계와 오픈이노베이션 형식으로 협력하면 된다. 외자사는 벤처의 아이디어와 물질을 가져와서 추가 임상연구를 한 후 본인들의 이름으로 제품을 내지만 국내사는 처음 물질 발견에서 개발까지 스스로 전부 하려고 했다. 요즘에는 외국에서 사온 물질로 추가 연구를 하는 국내사도 늘었다. 이를 성공시켜 최종 제품을 국내사 이름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Q. 정부가 지원해야 할 부분은

A. 무엇보다 신약개발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임상연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바이오 분야에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나눠서 투자를 하고 있다. 문제는 복지부가 임상연구를 지원하는 주요 주체라 다른 곳의 지원은 미진하다는 점이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산자부와 과기부가 투자하는데 이것도 임상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파이프라인이 성과가 나서 해외로 나간 후 2, 3상 시험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의 거의 전부를 기업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에 미국국립암연구소(NCI)에서 임상시험에 드는 제반 비용을 전부 감당하면서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 1·2상을 한다는 것은 여러 시사점을 준다. 우리나라 벤처가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