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금융당국이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고 부동산으로 쏠린 자금 흐름을 돌려놓기 위해 위해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내놨다. 부동산 등 가계대출 부문으로 몰려있는 금융권 자금을 중소·벤처기업대출로 유도해 금융의 ‘생산적 자금중개 기능’을 원상복귀 시키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목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가계·부동산 부문 리스크 관리 강화 ▲편중리스크 제어·관리 ▲기업금융 인센티브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서 은행에 가장 큰 영향이 예상되는 부분은 예대율 산정방식 개편이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은행의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에 대한 가중치를 15% 올리기로 했다. 이 경우 대다수 은행의 예대율은 104% 안팎을 기록하게 된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잔액 대비 대출액의 비중으로 100%를 넘겨서는 안된다.

은행권, 가계대출 못 늘린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평균 예대율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98.1%에서 99.6%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금의 감소 없이 98.1%의 예대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조달해야하는 예수금의 추정치는 약 11조원이다. 사실상 가계대출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기업대출에 대한 가중치는 15% 낮아진다. 기업대출이 많은 지방은행의 경우 이번 대책으로 예대율이 오히려 하락하게 된다. 지방은행은 원화대출금 증가액의 60% 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해야 한다는 한국은행 규정 때문에 기업대출이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많다.

▲ 가중치 차등시 예대율 변화. 자료=금융위원회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위험가중치 상향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를 초과하는 주담대에 대해 BIS 위험가중치를 기존 35%에서 70%로 올리기로 했다.

이 경우 은행권의 평균 BIS 비율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15.44%에서 15.30%로 약 0.14%포인트 하락하게 된다. 이는 은행이 고위험 주담대를 취급할 경우 자본확충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제도도 도입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적립비율을 정하면 은행별로 가계대출 비중에 따라 0.25% 이상 자기자본을 쌓아야 한다. 자본 건전성이 낮은 은행들은 금리를 올리거나 가계대출 확대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중소·벤처투자 유도...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

금융당국은 또 가계대출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막기위해 증권사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규제를 완화하고 부동산 분야의 규제는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증권사가 기업 지분을 5% 초과해 보유할 경우 개별위험값(4~20%)에 일정 비율(50~200%)을 추가로 가산하는데 중기특화 증권사에 한해 위험액 가산을 면제키로 했다.

코스닥 주식투자에 대한 위험 가중치는 증권사 전체를 대상으로 하향키로 했다. 현재 코스닥 주식투자는 코넥스와 동일하게 위험값이 6~12%가 적용되나 금융위는 이를 5~10%로 내릴 계획이다.

부동산 분야의 건전성 규제는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대출이 부동산에 집중될 경우 증가되는 리스크를 반영하기 위해 위험액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현재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거래상대방별 위험값이 적용되는데, 금융위는 이 중 장기 부동산 대출(PF 등)에 대해서는 일정 비율을 추가로 가산한다는 방침이다.

또 종투사는 물론 일반 증권사 역시 동일인 신용공여한도를 산정할 때 대출과 어음할인뿐 아니라 채무보증도 추가하기로 했다. 은행과 보험·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함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증권사의 채무보증 총 잔액(26조3000억원) 가운데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은 약 17조5000억원(66.5%)이다.

부동산 집합투자증권을 전액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할 경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평균 순자본비율(NCR)이 22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