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1419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금융권이 대대적인 자본 규제에 들어간다. 주택담보대출을 필두로 과도한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부동산 등 일부 시장에 편중됐던 자금 흐름을 중소∙벤처기업으로 돌려 가계부채를 최대 40조원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21일 밝혔다. 주담대와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는 한편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활성화해 필요한 분야에 자금이 배분될 수 있도록 은행권과 금융투자, 중소금융, 보험 등 금융업권 전반에 걸쳐 손질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은행권의 대출규제다. 주택담보대출 중 LTV(담보인정비율)이 60%가 넘는 과도하게 높은 대출의 경우 주택가격 하락, 국제결제은행(BIS) 등 자본비율 산정시 자본규제 부담이 높아질 전망이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은행, 저축은행의 경우 위험가중치가 현행 35%~50%수준에서 70%로 대폭 강화된다. 보험사의 위험계수도 현행 2.8% 수준에서 5.6%로 높아진다. 

저축은행과 보험사의 고위험 주담대 범위도 늘어난다. 만기와 거치기간 연장시 원금상환비율이 10% 미만인 대출도 고위험 주담대로 추가 분류해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은행 예대율도 가계∙기업대출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진다.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에서 대출로 빠진 잔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예대율은 현재 가계와 기업대출이 모두 100%로 같다. 앞으로는 가계대출은 가중치가 15% 높아지고 기업대출은 15% 낮아질 전망이다.

예대율 가중치가 15%씩 달라짐에 따라 시중은행 전체 평균 예대율은 현재 98.1%에서 99.6%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은행은 높아진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예수금을 더 조달하거나 대출 규모를 줄여야 하는 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업권별 자본비율은 급격한 규제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수준에서 다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 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등 은행권 의견도 적극 반영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의 부동산 관련 대출∙투자 기준도 강화된다. 금융투자사 대출이 부동산에 집중될 경우 자본부담 위험액을 현행 0%~32%에서 리스크를 감안해 일정비율을 가산하는 식으로 상향 조정된다. 아울러 부동산 직접 보유와 같은 효과를 갖는 부동산 펀드도 앞으로는 집합투자증권이 아닌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해 규제차익을 제한한다.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날 경우 은행이 이를 추가로 적립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도 도입된다. 적립비율은 금융위가 0%~2.5% 범위 내에서 결정한다. 가령 금융위가 가계대출에 1% 자본적립을 결정하면 전체 신용 중 가계신용 비중이 50%인 은행은 0.5%(1%*0.5%)의 추가 자본(보통주)을 적립해야 한다.

적립판단지표는 GDP대비 가계신용갭을 주지표로 사용하고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갭, GDP대비주택가격갭 등을 보완지표로 활용한다. 적립이 결정되면 최대 1년의 준비 기간이 주어질 전망이다. 은행이 추가 자본을 적립하지 않을 경우 이익배당, 자사주 매입, 성과상여금 지급제한 등의 페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다.

금감원의 은행 리스크 관리 평가도 강화된다. 기존 평가 항목에 ‘가계부문 편중리스크’ 평가를 신설해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그에 따른 리스크를 적정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전체 신용대비 가계신용의 비중, 가계대출에 대한 별도의 관리절차 마련 여부 등 계량∙비계량 평가지표를 추가해 보완한다.

금융권 대출과 리스크 관리를 옥죄는 한편 기업금융 자금줄은 넓힌다.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 중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 신규 자금지원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중소기업 대출과 투자도 늘린다. 은행권이 중소기업에 신용대출을 해줄 경우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기존 담보∙보증대출에 편향된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신용대출을 해줄 경우 최대 5%의 평가 가중치를 두고 은행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식이다.

중소∙벤처기업 주식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이에 따른 위험액 가산도 면제해준다. 중소∙벤처기업에 신용공여를 할 경우 대출자산의 위험수준에 따라 영업용순자본이 아닌 신용위험액에 반영해 건전성 부담을 차등화하도록 개선된다. 또 현재 코넥스와 동일하게 위험도가 인식되는 코스닥 주식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도 6%~12%에서 5~10% 수준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개편안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최대 40조원 내외의 가계신용을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금융권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