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영 회계사(법무법인 중부로 회계고문)는 한때 자원을 수출하는 회사의 공동대표였다. 공인 회계사이기도 했던 그는 ‘서산 수 CC’ 회원이었는데, 골프장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골프장 회사들의 재무구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는 회원제 골프장이 타인자본에 절대 의존하면서 경영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눈여겨보게 됐고 회사 측과 대립하는 회원들에게 컨설팅을 하는 회계사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광릉포레스트 CC를 비롯해 서산 수 CC, 옥스필드 CC, 블루버드 CC, 떼제베 CC, 익산 상떼힐 CC 등에서 회원들을 컨설팅했다.

 

골프장 회생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골프장 시세가 떨어지자 회원권 분양 사업을 하던 사람들이 입회금 반환청구하는 일로 옮겨갔다. 주위에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주 골프장 소식을 듣게 됐다. 그런데 회원들이 입회금 반환청구를 하더라도 골프장이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골프장 산업을 유심히 보게 됐고 공시된 재무제표를 통해 골프장의 재무구조를 보게 됐다. 대부분 자산은 있더라도 유동성이 부족했고, 어김없이 300억~400억원의 결손금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골프산업을 연구하면서 느낀 것은 사주들이 경영정상화라는 것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골프장 설립 때부터 회원권을 분양해 공사대금으로 사용한다. 이후 돈이 떨어지면 회원권을 발행해서 임시방편으로 융통하고 만다. 그래서 대부분 골프장들이 깡통이 되는데, 피해는 회원들이 본다. 문제는 회원들이 소위 말하는 주식시장의 개미와 같아서 결집을 못 하고 포기하는 상황을 많이 봤다.

처음 다룬 것은 서산 맨체스터 골프장이다. 당시 이 골프장에 나도 회원이었다. 이 골프장은 인수자 자금이 한 푼도 안 들어갔다. 기존 사주는 골프장에 현금 100억원이 있으니까 인수자에게 110억원을 가져가라는 식이다. 인수한 사람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인수대금을 치르고 골프장 안의 현금으로 사채업자에게 갚아 버렸다. 회원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 과정을 파악하고 회원들을 모아 컨설팅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회원들과 함께 골프장이 더 빚을 늘리지 못하도록 법정관리신청을 했다. 법정관리 하에서는 차입할 때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회원들과 상의해 사주를 배임과 횡령으로 형사 고소했다. 사주는 실형을 받았다.

 

사주를 고소하는 다른 이유가 또 있는가

골프장 사주들의 부도덕성과 관계가 있다. 골프장을 들여다보면 꼭 300억~500억원 사이에 횡령이나 배임이 있다. 다만 형사고소가 꼭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채무자회생법은 경영자가 기업의 파탄에 원인을 제공했을 때 관리인을 배제한다. 형사고소를 하게 되면 사주의 비정상적인 경영관계가 드러나기 때문에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에서 배제할 수 있다. 서산 수 CC를 컨설팅할 때 이 같은 방법으로 관리인이 파탄책임이 있다고 법원에 보고했다. 법원은 제3자관리인이 선임했다. 블루버드CC도 만찬가지다.

 

M&A와 회원이 주주가 되는 회생계획안 중 어느 쪽이 나은가

이해관계인이 누구냐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진다.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이 되는 상황에서는 나중에 법정관리가 종결되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영업이익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회생계획안을 선호할 것이다. 물론 회원들이 변제받는 금액은 미미하다.

법원은 수천명 회원들이 있는 골프장 법정관리에 일회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법정관리 M&A를 통해 인수자를 물색해 인수대금으로 회원들과 금융채권자들의 채무를 상환케 하고 법정관리를 졸업하기를 원한다.

회원들은 결집도와 법정관리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르다. 회원들이 결집해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회원이 주주가 되어 회사를 경영하는 회원 지주제를 원한다. 회원제 골프장의 수익력이 좋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회원인 주주가 위탁경영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시킨 다음 대중제 골프장으로 다시 M&A를 시도한다. 이 경우 인가 전 M&A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매각할 수 있다. 인가 후 M&A는 법정관리 중반에 이루어지는 인가 전 M&A보다 이해관계인이 적어서 골프장의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다.

강원도 횡성의 옥스필드 골프장이 그런 경우다. 이곳은 회원 지주제로 회생계획안이 통과됐다. 인가 전 M&A 당시 350억원이 매각 최고가였는데, 회원지주제로 인가 후 대중제로 M&A 했을 때는 480억원에 매각이 이루어졌다.

결집도가 떨어져 사주나 채권단과 교섭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회원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M&A를 수긍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입회금의 50%는 보상받기를 원한다.

젠스필드 골프장이 그런 경우인데 전체 입회금의 약 50%를 현금으로 보상받고 약 10%는 이용권을 받고 끝냈다. 서산 수 CC는 세종공업이 인수하면서 회원들에게 입회금에 대해 현금으로 40%를 주고 이용권으로 11%를 인정해줬다. 49%는 출자전환됐다.

 

 

회원 주주제는 향후 경영상 문제가 없나

우선 회원들이 주주가 되더라도 직접 경영은 하지 말고 위탁경영을 하라고 조언한다. M&A가 아니더라도 회원주주들이 위탁경영을 통해 대중제로 전환하면 순수익이 약 40억원 정도 증가하는 것을 경험했다.

회원들이 주주가 되는 과정은 법정관리 절차에서 출자전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회원제 골프장이 회원들에 대해 1000억원의 입회금 부채가 있다고 가정하면 500억원은 변제하고 500억원은 주식으로 바꿔준다. 그럼 골프장은 자본금이 500억원이 생긴다.

골프장은 고정경비성 사업이다.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기본적으로 50억원이 경비로 소요된다. 필수 인원 40명, 그린관리 20억원, 부수 경비 등 고정비가 약 50억원이다.

금융부채는 출자전환이 돼 은행이 주주가 된다. 이들은 골프장 경영에 관심이 없고 회수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회원주주들이 금융회사와 교섭을 통해 주식을 무상소각토록 한다. 예를 들면 은행이 골프장에 대해 400억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으면, 200억원은 변제를 받아가고 나머지 200억원은 주식으로 주되, 주식을 전환한 부분은 무상소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은행은 대주주가 돼 귀찮게 한다.

 

회원제 골프장의 법정관리 절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회원들은 골프장 개장에 입회금을 냈으면서도 법정관리 과정에서는 소외된다. 회원권을 채권의 성격으로만 보고 ‘플레잉권’에 대해서는 인정해 주지 않는 데서 생기는 문제다.

회원권은 채권의 성격도 있지만 플레잉권이라는 것을 인정해줘야 한다. 이 플레잉권에 대해 법원과 학자들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플레잉권의 개념을 법적으로 인정하면, 법정관리 절차에서 채권을 감면하더라도 의결권을 갖는 플레잉권으로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최근 경기도 소재 Y 골프장은 45년 전 분양받은 회원권을 시세가 아닌 ‘장부가’로 인정해 의결권을 부여했다. 1억원에 산 회원권이 몇백만원의 가치밖에 없고 여기에 의결권도 그 금액만큼 부여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들에겐 플레잉권을 상실시키는 대신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공정하고 타당한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