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 실속은 없는데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기세를 보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이 단어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늘고 있는 듯해요. ‘있어빌리티(있다 + ability)’라는 신조어가 널리 쓰이고 있죠.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허세도 실력이 되는 세상’이 열렸습니다.

이 글 속에서는 허세라는 단어를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겠습니다. 실속이 없다는 뜻으로요. 그러고 보니 막상 ‘허세라는 말. 참 애매모호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은 저마다 각기 다른 모양의 뇌주름을 가지고 있잖아요. 허세의 기준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같은 현상을 보고 누군가는 감탄사(좋은 의미)를, 한쪽에서는 욕을 입에 담으니까요.

제 기준에서는 이 정도면 허세라고 판단합니다. 상추의 신선도와 쌈장의 숙성도가 고기 맛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떠드는 친구. 참이슬, 처음처럼, 좋은데이 등 세 가지 소주 맛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사람. 우병우 빙의를 했는지 위아래 없이 기고만장한 수입차 딜러사 CFO. 최순실 연설문을 뜯어 고칠 기세로 우리나라 정치권의 문제점을 늘어놓는 취재원. 자기는 신입생 때 소주 두 병씩 원샷했다고 추근덕대는 복학생 오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제가 좋아하는 ‘허세 대처법’이 있습니다. 바로 ‘블라인드 테스트’입니다. 소주잔 두 개에 참이슬만 따른 뒤 “어느 쪽이 처음처럼일까?”라고 물어보세요. “향이 더 짙은걸 보니 왼쪽”이라고 대답하며 삽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쌈장 맛 안다는 친구도 마찬가지고요. 복학생 오빠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그냥 포기해야겠어요.

횡설수설 했네요. 결론은 ‘허세’를 판단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저 복학생 오빠의 패기에 반해 커플(CC)이 되잖아요.

‘있어빌리티’ 전성시대에 마케팅 속 적당한 허세는 필수가 됐습니다. 자동차 업계도 예외일 수 없고요. 하지만 브랜드의 지나친 허세는 분명 소비자에게 독이 됩니다. 대단한 제품이라 하길래 돈을 냈더니, 정작 속 빈 강정이면 열 받잖아요.

▲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출처 = 포르쉐

이와 관련 갑론을박도 벌어지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테슬라가 보입니다. 이 회사가 자동차 산업 역사에 큰 획을 그은 회사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엘론 머스크 CEO 역시 대단한 사람입니다.

문제는 이들의 경영 전략을 누군가는 허세라고 폄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속 없이 판만 크게 벌였다는 내용이 골자죠. 머스크 CEO 뒤에는 ‘혁명가’ 타이틀과 함께 ‘사기꾼’이라는 꼬리표가 함께 따라붙고 있고요. 그간 논란이 됐던 내용들을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검색하면 다 나와요.

앞으로도 이 같은 논쟁은 계속될 것이 자명합니다. 현대차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도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고요. 자동차 뿐 아니라 어떤 업종에도 적용 가능한 사례잖아요.

핵심은 자동차를 고를 때만큼은 브랜드의 허세에 단호한 기준을 지닌 채 대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을 수는 있어요. 그렇다고 마냥 전시장에 가서 ‘호갱’이 되지는 말아야 합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한 번쯤은 편견을 버리고, 나에게 진짜 필요한 차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브랜드의 허세에 그대로 끌려가는 고객은 매력 없잖아요. 매의 눈으로 쓴 소리 해주는 사람이 늘어야 브랜드도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동차 브랜드의 허세, 어디까지 허용하실 수 있나요? 생각은 제각각일 것입니다. 뭐든 좋으니 기준 없이 머리를 비워두진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