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웹툰 업계가 뒤숭숭하네요. 소문으로는 A사와 B사가 연말에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하네요.” 웹툰 서비스 관계자 A씨의 말이다. 진짜로 서비스를 접겠다고 전한 업체도 등장했다. ‘타다코믹스’는 내달 1일 문을 닫는다고 알렸다. 오픈 1년 만이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업체도 있다. ‘조디악코믹스’는 지난 5월 오픈했다가 한 달 만에 문을 닫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업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키위툰 제트코믹스, 판툰 등 여럿 사업을 접었다. 지금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의 악몽이 반복될까봐 겁내고 있다. 혹독한 겨울이 다시 찾아오는 걸까.

불과 몇 년 사이 웹툰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일부 업체는 유료 모델을 정착시키며 주목받기도 했다. “네이버·다음카카오 양강(强) 체제를 깨고 지난 2013년부터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해 만화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만화평론가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이 같이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2세대 웹툰 플랫폼, 역발상에 '틈새 활짝').

누가 우리 밥그릇을 노리나?

통계만 보면 어둠의 흔적이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013년 웹툰 시장이 1718억 원인데 올해는 295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웹툰 원작 영화 등을 합한 2차 콘텐츠 시장까지 합하면 오는 2018년 시장이 1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망찬 미래다.

실체는 속살을 봐야 보인다. 업계 관계자 B씨는 말한다. “시장은 계속 크고 있지만 일부 업체가 독식하고 있어요. 웹툰 서비스는 수십 개에 달하는데 말이죠. 선두 업체들은 ‘돈의 힘’을 바탕으로 고삐를 당기고 있어 신규 업체가 자리 잡기 어려운 상황이죠.” 중소 업체는 그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몇몇 문제가 발생했다. 그 하나는 작가를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스타 작가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불사하고 있다. 스타작가를 유치해야 높은 트래픽과 유료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 작은 회사가 노련한 경력직을 데려와 안정을 꾀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돈이 무한대로 솟는 지갑 같은 것은 세상에 없다. 자금이 스타작가에게 몰리니 신인 작가를 발굴하거나 플랫폼을 발전시키는 데 쏟을 여력이 부족해진다. 인기가 높지 않은 작가는 연재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관리를 받기 어렵다. 작가들끼리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다. 플랫폼끼리의 양극화도 생긴다. 스타작가를 ‘모셔올’ 만큼 두둑한 지갑이 없는 업체들은 도태되고 만다. 그러다 문 닫는다.

웹툰 시장 과열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최근 몇몇 업체는 신규 사업에 도전했다. 2세대 플랫폼 대표주자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 9월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NHN엔터테인먼트는 웹툰 서비스 ‘코미코’를 통해 웹소설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안정적인 생존을 위한 추가 기반을 다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국내 웹툰 시장이 레드오션을 넘어 검붉은 바다로 직행하고 있는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웹툰 서비스 말고, 웹툰 자체의 성공신화는 이어지고 있다. 인기작과 스타작가 탄생은 물론 웹툰 원작 2차 콘텐츠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중이다.

웹툰은 원소스멀티유즈(OSMU)의 유용한 ‘소스’라는 것을 결과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드라마 ‘미생’ 등이 대표 성공 사례다. 최근에는 최규석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송곳’이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알맹이는 잘 나가고 있는데, 그릇이 뒷받침을 못해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강자의 논리’ 독자는 무슨 죄?

새로운 산업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종종 겪는 문제다. 누구는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문 닫을 업체는 닫고, 강자만 살아남아야 한다는 논리다. 독자들이 반길 이야기는 아니다. 몇몇 업체만 생존한다면 생태계 다양성이 줄어들면서 독자의 선택권이 줄어들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포털 웹툰이 모든 독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밝은 곳으로 나왔던 마이너 취향 작품은 웹툰 시장 구조 재편과 함께 다시 일부 폐쇄적인 커뮤니티로 물러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 작가는 프로에서 아마추어로 강등되는 것이다.

경쟁 과열의 해결책은 무얼까. 서로의 독자를 빼앗으려는 경쟁이 아니라 차별화된 웹툰과 서비스를 제공해 새로운 독자를 끌어들이려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해결책이다. 차별화에 따른 타깃 특화는 주요 2세대 웹툰 플랫폼의 강점이기도 한데, 이 부분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규 플랫폼 입장에서도 특화가 핵심이다. 여러 독자의 특별한 취미를 만족시켜주는 웹툰을 발굴해 제공한다면 몰려든 독자들은 충성심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속으로 이런 말을 하면서. ‘오, 취향 저격당했어.’ 이는 유료 지출로 이어져 플랫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

한편으로 오는 28일 출범을 앞둔 웹툰산업협회(웹산협)에 업계 관계자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웹툰 산업이 길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구심점이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웹산협은 출범과 동시에 여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웹툰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다소 부족했다고 지적하지만 말이다.

“웹툰 산업의 해외 진출, 투자 유치, 펀드 조성 등 수익 다각화를 위한 사업 발굴을 중점사업으로 진행하고자 하며, 웹툰 플랫폼 및 에이전시, 미디어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소통창구 마련을 하고자 한다.” 웹산협이 보도자료를 통해 출범 소식을 알리면 전한 내용이다. 웹산협 출범을 기점으로 웹툰 산업이 더욱 탄탄해질 수 있을까.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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