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이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단순히 전통문화유산으로써의 보존 대상,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자원에서 벗어나 실제 거주하기 위한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 차원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한옥을 비롯한 우리 고유 건축자산의 적극적 보전과 활성화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 6월 제정했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부터 한옥 정책을 실시, 북촌 한옥마을 등 밀집 지역 보존을 근간으로 한옥 보호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의 한옥 정책은 이른바 ‘보존’ 개념의 대중화 사업이다. 시의 초기 한옥 조성 사업부터 확장되는 대중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짚어 봤다.

 

‘북촌’이 시작하고 ‘한옥선언’으로 이어져

1990년대 말 북촌 지역의 한옥이 급속히 멸실되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느낀 주민들이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북촌 가꾸기 사업’이 진행됐다.

▲ 북촌 한옥마을.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 사업은 한옥 등록제를 비롯해 한옥 개·보수비용 지원, 가로등 환경개선 사업 등으로 한옥 멸실 감소와 한옥 상태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북촌은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는 문화관광지로 자리매김했으며 북촌 한옥마을은 전국 한옥 주거지 보존사업의 벤치마킹 모델로 꼽히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이 한옥을 활용한 문화관광사업에 성공하자 서울시는 지난 2008년 ‘한옥선언’을 발표했다. 37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8년까지 사대문 안팎의 4500채(사대문 안 3080채·사대문 밖 1420채)를 보존하고 재개발 제한 등의 멸실 제어, 개·보수 지원, 신규 조성 등을 추진하기로 한 것. 사실상 이번 ‘한옥 대중화’도 한옥선언의 연장이며 보완 및 확장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한옥 보호 ‘사대문 밖으로 확장’

‘한옥선언’의 후속 조치로 서울시는 한옥 밀집 지역을 차례로 지정하며 한옥 멸실을 방지했다. 한옥 밀집 지역 지정은 일종의 보호벨트 역할을 한다.

▲ 서울시 한옥 보전 사업 추진경과 (2013년)

지난 2008년 삼청동·팔판동 일대가 포함된 북촌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전체(107만6302㎡)를 전통 한옥 밀집 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지역(북촌·인사동·운현궁 주변·동화문로·경복궁 서측 등)을 늘리며 한옥 신축이나 개·보수 시 최대 6000만원을 보조해주고 융자는 최대 4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 시는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옥 보조금으로 142억6300만원을 지원했으며 융자금으로는 60억320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 1월에는 처음으로 옛 서울 사대문 밖 한옥 밀집 지역이 추가 지정했다. 50∼60년 된 한옥이 각각 20채, 38채 밀집한 곳으로 근대 한옥 건축의 전형으로 평가받는 성북구의 선잠단지(성북동 62 일대)와 앵두마을(성북동 1가 105 일대)이다.

▲ 성북구 선잔담지 한옥마을. 사진제공=성북구청

이미 서울시는 지난 2013년 발표한 ‘한옥선언 및 한옥 밀집 지역 지정 현황’에서 한옥 지원 대상지를 순차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는 2008년 1200동이던 한옥을 단기(2009~2010년)에 2500동으로 늘리고 중기(2011~2014년)에는 3100동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올해 해당되는 장기(2015~2018년) 목표는 한옥 4500동이다.

이번 성북구 선잠단지 한옥 밀집 지역 지정은 그 일환으로 보인다. 이에 서울시 한옥 조성과 관계자는 “한옥 밀집 지역 조사는 2001년부터 진행됐고 한옥이 많은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지정했다”며 “지난 6월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밀집 지역 지정이 탄력 받아 사대문 밖까지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옥 개 ·보수 전. 사진제공=서울시 한옥조성과
▲ 한옥 개 ·보수 후. 사진제공=서울시 한옥조성과

 

한옥 멸실, ‘대중화 정책’으로 대응

서울시는 사대문 밖 외부 지역 한옥 지원사업과 더불어 ‘한옥의 대중화‘ 정책도 펼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좋은 한옥 인증제’, ‘장인 인증제’, ‘한옥 포털’을 만든다.

이중 ‘한옥 포털’은 전문가를 타깃으로 설계 및 시공 업체 등의 전문 정보를 제공하는 국가 한옥 건축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인 ‘국가한옥정보센터’와는 다르게 일반 시민을 타깃으로 생성된다.

1차 조성은 단순 검색 사이트 기능 위주로 구성해 올해 말쯤 선보일 예정이다. 2차 조성 후에는 한옥 통합정보 시스템으로 확장된다.

서울시 한옥조성과 문화팀 관계자는 “그동안 북촌 한옥마을 홈페이지에서만 운영하던 한옥 관련 정보를 포함해 서울 시내 모든 한옥마을로 확대 개편하는 사이트”라며 “한옥에 관심 있어 하는 많은 잠재적 한옥 거주자들에게 필요한 한옥 건축 자재나 비용에 관한 것부터 컨설팅과 매물정보까지 제공해 시민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옥 포털에 대해 설명했다.

 

한옥 보존사업 이면엔 ‘사대문 밖 한옥 감소’

확장 지원 정책 배경 중 하나로 한옥 감소가 꼽힌다. 서울연구원에서 2013년 10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조사해 펴낸 ‘서울시 한옥 보전·진흥정책의 평가와 개선방향 연구’ 보고서 따르면 2006년 총 2만2672채였던 도시형 한옥은 2014년에는 1만1195채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한옥선언을 계기로 한옥의 멸실률이 2006~2008년 39.56%에서 2008~2014년 18.30%로 감소한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사대문 외부 지역에서 도시형 한옥이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있다.

2006~2014년 사대문 내부 지역의 도시형 한옥은 4857채에서 3380채로 1470여채가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사대문 밖에서는 1만7815채였던 도시형 한옥이 7815채만 남아 1만채 감소했다. 또한 한옥마을 공동체 사업지원도 북촌과 서촌에 한정되어 있었다.

▲ 멸실된 도시형 한옥의 변화 (서울시 한옥 보전·진흥정책의 평가와 개선방향 연구)

2012년에는 북촌 2건, 서촌 1건 등 총 3건(1200만원)의 공동체 지원사업이 추진되었으며 2013년에는 북촌에서만 총 5건(2500만원)의 사업이 시행됐다.

서울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사대문 외부 지역 한옥 감소는 이 지역의 부족한 지원정책에서 기인한다. 사대문 내부 지역의 경우 한옥 밀집 지역으로 지정·공고된 곳을 중심으로 한옥 지원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외부 지역에는 한옥 밀집 지역으로 지정·공고된 곳이 전무했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서울 연구원 민현석 연구원은 다음과 같은 개선안을 제안한 바 있다. 한옥 지원의 근거가 되는 한옥 밀집 지역의 지정·공고 확대를 통해 사대문 외부 지역의 한옥에 대한 보존·관리를 강화하되, 사대문 외부 지역은 1940~1960년대 지어진 한옥이 많고 한옥의 밀집도가 낮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기존의 한옥 밀집 지역 중심의 지역 단위 지원보다는 골목길 단위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일반 회계에서 마련된 자금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사업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의 규모가 변동될 수 있어 안정적 지원금 확보가 어려우니 한옥 보전과 진흥을 위한 지원자금 마련 방식을 다각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 [미니 인터뷰] 한옥 대중화를 보는 두 가지 시선

한옥 조성에는 건축주 및 실거주자 그리고 시공사가 얽혀있다. 서울시가 내세운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도 유의미할지는 이들이 판단할 몫이다. 실제 지자체에서 한옥 개·보수나 조성비용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심사를 거쳐야 하고 지원금을 받은 한옥 소유주는 5년간 임의로 철거하지 못하고 지원 당시의 시설 용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에 한옥 실거주자이자 북촌 한옥 게스트 하우스 남현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암 대표와 한옥 전문 시공사 도담한옥의 박원순 대표의 의견을 들어봤다.

 

“개·보수 지원 심사기준, 공장형 한옥 양산” - ‘도담한옥’ 박원순 대표

 

▲ 박원순 '도담한옥' 대표

먼저 도담한옥의 박원순 대표는 지자체 측의 엄격한 심사 기준이 ‘공장형 한옥’을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전통 시공 방식도 여러 방식이 있지만 위원회 기준에 맞추면 같은 형식으로만 시공하게 된다. 만약 지나친 규제와 간섭이 행사된다면 똑같은 모양의 한옥들만 남게 될 수 있다”며 “벽부터 창 문살까지 다양한 한옥 건축 양식의 디자인이 존재하는데 지자체 지원을 받으면 그 기준을 맞추느라 건축주의 기준은 뒷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지자체가 지원하는)방향성은 좋으나 실무자 입장에서 느끼는 고충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원금을 받는 한옥 시공을 많이 취급하는데 사실 민원이 가장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보수작업을 할 때 주변 주민들에게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데 구청 측에서는 민원인 위주로 일을 처리해주다 보니 공사를 완료하고 마무리만 하면 되는 시점에서도 완성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지원금 처리가 늦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마음대로 시공할 수 없는 제약도 있어 때문에 지원 받지 않고 시공 의뢰하는 건축주들도 있다”고 말했다.

 

“규제없는 지원, 오히려 가짜 한옥 조성” - 북촌 게스트하우스 '남현당’ 이상암 대표

 

▲ 이상암 '남현당' 대표

이에 남현당의 이상암 대표는 오히려 기준과 규제 없는 지자체의 지원은 ‘가짜 한옥’을 조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한옥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한옥의 형태를 갖춰야 한다. 관리 감독자가 제시하는 기준이 없다면 멋에만 치중해 한옥의 본질을 놓친 가짜 한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전통성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돈은 세금인 만큼 공공적인 목적으로 쓰여야 하는 것이 맞다. 한옥을 건축물로써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게 기준을 두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좋은 한옥을 선정하는 기준을 만든다면 ‘도심형 한옥’의 특성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담을 1.8m 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은 빌딩과 높은 건축물이 많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한옥에는 맞지 않는 기준”이라며 “기와를 사용하지 않고 양철을 사용해 지붕을 만든 한옥 등은 규제와 기준으로 걸러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