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옥이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등 기존 주거의 대안으로 큰 관심을 얻고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아파트 등에 의해 한옥의 맥은 거의 단절됐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환경 친화적이면서 한옥의 가치가 재발견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한옥 가격은 많이 올랐다. 한옥도 제태크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일반인들 사이에 퍼졌고 베이비부머들의 본격적 은퇴를 맞아 아파트 보다 한옥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도 한몫했다.

외국인 방문객 1000만명 시대를 맞아 거주용도 보다 게스트 하우스나 카페 등의 상업적 목적으로 한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한옥의 인기가 한때에 지나지 않고 일상이 되어 유지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을 목표로 활동하는 ‘아름지기 재단’의 장영석 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0년 전부터 시작 된 ‘한옥 열풍’은 아름다움에 대한 회귀

▲ 장영석 '아름지기' 재단 국장

아름지기 재단의 장영석 국장은 10년 전부터 대중의 한옥에 대한 관심이 증폭했다고 평가했다.

장 국장은 “그전까지는 한옥을 낙후된 집으로 생각해 무너트리고 다세대나 연립주택을 짓고 싶어 했는데 이제는 드라마틱하게 상황이 바뀌었다”며 “그 배경에는 경제상황과 문화수준의 향상 이전에 있는 ‘한국인의 정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한국인의 정서는 단순한 옛것에 대한 향수는 아니다. 일컬어 아름다움에 대한 고유의 성향이다. 한국 사람들이 아름답다,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히 한국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발전한다. 그동안 선진국을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현대화=서구화’라는 공식을 만들어 우리가 사는집 역시 서구적 효율성이 극대화 되면서 모더니즘의 극단적 형태로 아파트에 대한 로망을 만들어냈다.

주거에 대한 경제적 가치와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오자 균형 잡힌 주거문화에 대한 시각이 다시 정상화 된 것이다. 이른바 주거양식에 대한 미의 가치가 회기 한 것. 장 국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흥이 많고 개방적이라 타인들과 어울리기 좋아한다. 한옥의 넓은 마당, 대청과 소통되는 방들의 연결, 낮은 담장 등은 외부 경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한옥은 자연스럽게 한국인 정서에 맞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화려함과 일본의 절제함 보다 ‘한국의 편안함’

북촌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과 같이 한옥이 밀집된 지역은 외국인들에게 각광받는 관광 명소로 불린다.

장 국장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은 보통 중국과 일본의 전통 건축들을 접하고 방한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크고 화려한 전통건축과 일본의 절제된 건축을 건축을 보고 난 뒤 그들은 한옥을 어떻게 느낄까.

▲경남 함양군 서하면에 위치한 '함양 한옥' 정선전씨 후손 삼형제가 기증한 한옥의 옛 모습을 보존해 아름지기가 원형을 최대한 살려서 가꿨다. 사진제공=아름지기 재단 

장 국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옥을 보고 ‘Cosy’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중국의 화려함이나 일본의 절제미를 보다가 한국에서 한옥을 보면 더 여유 있게 편안하고 포근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들이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도 한옥이 관광 차원에서만 조성되는 건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옥을 관광 차원에서만 보고 어떤 지역이나 대상을 관광자원으로 집중 투자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사례는 드물다.

장 국장은 “내부적으로 진정성 있게 사랑하지 않는 것을 외부인들에게 좋은 것이라고 소개해 봤자 단기적 효과만 있을 뿐이다. 한옥이 내부인들의 일상이 되어 사람들이 사랑하는 명소가 댔을 때 자연스럽게 관광자원이 되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적 도시 풍경 조성에 대한 연구’도 덧 붙여 설명했다.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들은 전통 건축물로만 이뤄진 게 아닌데 특유의 느낌이 있다. 각 도시별 특유의 풍경이 갖고 있는 미학이나 공간에 대한 철학이 깃들어 있는 것.

이에 장 국장은 “일본의 젠스타일과 중국의 화려한 건축양식은 세부적인 요소를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고 있듯이 한옥도 그렇게 인식돼야 한다. 한국적인 공간의 느낌, 한국적 공간과 공간의 관계맺음, 어떤 비례와 선형을 갖고 있으면 한국적 풍경으로 인식되는지 등에 대한 연구의 진행이 관광자원으로써의 한옥 조성보다 선행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존 의무보다 ‘자연스럽게 즐겨야’

한옥이 인기를 끌다보니 한옥을 규정하는 의미가 넘친다. 장 국장은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봤다. 장 국장은 한옥에 대한 섣부른 정의가 한옥의 발전을 저해 한다는 입장이다.

장 국장은 “한옥이 옛것, 지켜야 할 것 이라는 보존의 측면으로만 지속적으로 다뤄지면 한옥이 일상이 될 수 없다. 한국식 기와를 얻은 집이 한옥인지 혹은 2층집은 한옥이 아닌지 등을 두고 전통한옥에 대한 논쟁은 되레 한옥은 어렵고 애써 보호해야할 대상으로만 보게 한다”고 말했다.

▲ '이상의 집' 서울 종로구 통의동 문학가 이상이 거주하던 집 터 일부. 기와 지붕만 일부 남아 상가건물로 사용되던 곳을 아름지기와 (재)문화유신국민신탁과 함께 이상의 예술 세계를 기릴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시켰다. 사진제공=아름지기 재단 

장 국장에 의하면 한옥 보호는 초기에 유용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자연스럽게 맡기는게 좋다. 학계와 전문분야 공공분야는 유지관리가 용이하게 돕는 선까지 관여하고 한옥을 조성하는 다양한 시도에 전통적으로 옳고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평가는 배제하는 편이 낫다.

장 국장은 “한옥을 ‘전통적으로 보존해야할 유산‘으로만 생각하면 무거워진다. 구한말 한옥에도 유럽건축 스타일을 믹스한 사례가 있었다. 다양한 시도를 자유롭게 존중할 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이 만들어진다. 사실 우리가 한옥에서 살아야할 의무나 사랑해야 한다는 당위는 없다. ‘한국적이라서 좋다‘라는 말도 필요 없을 정도로 일반인들이 새로 사랑하게 된 스타일이나 공간을 한옥에 자연스럽게 투영해 즐겼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문화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박제화 되선 안 된다. 다시 돌아온 한옥이 지금 시대, 우리 다음시대의 문화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