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대박‘은 현재진행형

SK그룹의 ‘인수합병 대박’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이 인수한 아이리버에도 SK그룹의 ‘성공 DNA’가 각인되는 중이다. MP3 플레이어의 시대가 지나자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아이리버는 SK텔레콤을 만나 지난해 6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드라마틱한 반등인 셈이다.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고음질 음원 오디오 사업에 집중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신사업팀을 꾸려 여러 가지 준비하고 있는 사업들이 있지만 아직 공개하기는 이른 시점이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앱세서리 사업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아이리버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K엔카닷컴의 경우도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SK C&C가 2012년 엔카네트워크를 인수하며 탄생한 SK엔카닷컴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O2O(Online to Offline) 중고차 거래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SK C&C 관계자는 “인수 후 SK C&C의 ICT기술을 적극 접목해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한 것과 대기업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중고 차량 인증 제도를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제법 어색해 보이는 조합이었지만 융합을 통한 가치창출이 돋보이는 인수합병 사례다.

SK C&C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엔 이렇게 이색 아이템이 하나 추가됐다. 이들은 해외 중고차 시장 진출도 적극 타진할 계획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인기가 높은 국산 중고차 시장을 개척할 뿐 아니라, IT 기술력을 적용해 글로벌 온라인 자동차 포털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도 활발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지난해 8개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했고 3개사 매각하거나 청산했다. 지난 10년간 M&A를 통해 편입한 계열사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곳은 16개사다. 이 숫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SK그룹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콜라보레이션 시대의 ‘인수합병’

사실 국내에서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이창헌 아시아M&A협회 회장은 “미국의 경우 기업을 상품처럼 사고팔아 시너지 효과를 최대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 반면 우리는 기업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이 잘나갈 때 매도를 권유하면 불쾌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으며 기업이 하락세에 접어들었을 때 뒤늦게 매도하려는 게 부지기수다”고 지적했다. 그런 까닭에 국내 인수합병 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규모가 작다. 미국 구글·애플·아마존 등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실리콘밸리의 유망 벤처를 사들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과는 대비된다.

국내 인수합병 시장이 크진 않지만 강자는 분명 존재한다. 선두주자는 두말할 필요 없이 SK그룹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있으며 상생의 가치를 복원하고 있다. 인수합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SK그룹이 몸소 증명해보이고 있는 셈이다.

SK그룹의 이러한 전략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되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지만 SK그룹은 두려움 없이 나아가고 있다. 현재 인수합병을 통해 향후 SK그룹을 이끌어갈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의 경우 통신사인데도 불구하고 헬스케어, 보안, 디지털 음향기기 업체들을 인수 추진 중이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황근주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전무)은 지난달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한 사업자가 더는 과거처럼 한 분야에서만 잘해선 안 되고 모든 분야에서 다 잘할 수도 없다"며 "새로운 시장 개척과 신규 비즈니스 모델 정립을 위해 인수합병, 지분 투자, 전략적 제휴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적 네트워크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스마트기기 업체를 품으면서 본격적인 융합 통신사업자로서의 기반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SK하이닉스가 두둑해진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인수타깃은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준비가 필요하다고 요구되는 낸드플래시 분야 업체들이다.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을 통해 더 강력한 메모리반도체 사업자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SK그룹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묵묵히 대한민국에 힘이 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다. SK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 부진한 기업을 회생시켜 ‘대한민국에 힘’이 되고자 한다. 이들은 현재도 지속적으로 인수합병을 타진 중이다. 경계를 넘나들며 융합하는 것이 트렌드인 시대에 SK그룹의 '인수합병 DNA'는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