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 성병찬 디자인팀장.

 

글로벌 인수합병 강자로 떠오르다

SK그룹의 역사는 인수합병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은 정부 소유의 선경직물을 인수해 기업을 일궜다. 동생 최종현 회장은 현재 SK이노베이션인 대한석유공사와 현재 SK텔레콤인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다. SK그룹의 견고한 뼈대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2000년 이후 2번의 결정적인 인수합병이 성사된다. 2002년 신세기통신 합병과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가 그것이다. 신세기통신은 SK텔레콤에 힘을 실어줬고, 하이닉스반도체는 SK하이닉스로 환생했다. SK그룹의 왼팔·오른팔인 두 기업은 SK그룹 16개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계열사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담당 중이다.

이창헌 아시아M&A협회 회장은 “SK그룹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한 회사다. 인수합병을 통해 통신, 에너지, 반도체 분야를 넘나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다른 업체와 차별성이 두드러지는 대목이다”고 말했다. SK그룹이 국내 인수합병 시장의 강자인 것은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SK텔레콤과 합병된 신세기통신은 지난 1994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한국이동통신과 경쟁할 수 있는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돼 설립됐다. 같은 해 포항제철, 코오롱을 대주주로 국내외 246개사가 컨소시엄을 통해 창업했다. SK텔레콤은 1999년 신세기통신과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 포항제철과 코오롱으로부터 지분 51%를 넘겨받았다. 3년 후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을 흡수 합병했다.

당시 2위 이동통신사였던 신세기통신을 흡수한 SK텔레콤은 단숨에 시장점유율 과반을 차지했다. 50%가 넘는 점유율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SK텔레콤은 합병을 통해 ‘황금주파수’라고 불리던 800㎒ 대역을 2010년까지 독점 활용할 수 있었다. 이는 가입자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것도 대표적인 인수합병 성공 사례다. SK텔레콤이 인수를 타진했을 때 업계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내수시장에 주력하는 통신기업이 수출이 주력인 반도체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많았다. 인수 첫해 하이닉스는 227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인수 회의론은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부진은 딱 1년이었다.

SK하이닉스는 ‘기대 이상’과 ‘사상 최대’의 실적을 계속 기록하며 위상이 급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 17조1260억원, 영업이익 5조1090억원, 순이익 4조19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1년 인수 직전 하이닉스반도체의 영업이익은 3690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대단한 성장이 아닐 수 없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또 다시 ‘기대 이상’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