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AP

더 공포스러운 것은 따로있다
정리하자면, 국내는 정부의 규제와 금융계의 엄격함 등으로 핀테크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 조성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비롯한 해외의 핀테크 기업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문제다. 그러나 제일 공포스러운 마지막 우려가 하나 더 남았다.

지난 10월 28일 아마존은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리츠칼튼호텔에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 엔터프라이즈 서밋 2014’를 열었다. 본 행사는 아마존이 세계 10개 나라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해 클라우드 업계의 동향과 자신들의 비전을 공개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아마존은 KT와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통신사와 인터넷베이스센터(IDC) 공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해 주었다. 저장공간인 서버와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IDC는 클라우드의 핵심 설비다. AWS의 IDC가 통신사와 협력해 국내에 설치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본격적인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공략’에 나서겠다는 천명이나 다름없다. 업계에서는 2조 원 규모의 IDC가 건립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움직임에 국내 클라우드 회사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마존의 공습에 대비해 자체 인프라를 끌어 올리는 방향으로 대비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국내시장의 반응은 놀랍게도 ‘환영’이다.

단적인 사례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회사인 한국호스트웨이와 아마존의 협력이다. 지난달 29일 아마존웹서비스(AWS) 엔터프라이즈 서밋 2014의 스폰서로 참가해 눈길을 끈 한국호스트웨이는 당일 AWS와 공식 파트너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한국호스트웨이는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서비스형 인프라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회사며, 이번 협력을 통해 아마존 상품과 한국호스트웨이가 직접 구축한 컨설팅을 비롯해 전문엔지니어가 직접 관리하는 메니지드(Managed)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공식 리셀러 계약을 맺은 것이다.

특히 매니지드 계약을 체결한 대목을 눈 여겨 봐야 한다. 앞으로 한국호스트웨이는 중소기업 시장은 자사의 클라우드를, 대규모 기업시장은 AWS의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이 확실하다.

더욱 특이한 것은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이 대부분 AWS와 협력한 한국호스트웨이와 비슷한 사업 모델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AWS와 협력하는 방안을 긴밀하게 타진하는 회사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 들었던 회사들도 AWS와 간절하게 파트너 계약을 맺고 싶어한다. 세계 1위 클라우드 사업자인 AWS의 인프라가 그 만큼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AWS는 내년 상반기 IDC를 통해 정식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B2B 사업 분야의 클라우드 지형도가 급변하는 셈이다. 만약 AWS가 국내에 IDC를 구축해 유일한 단점인 레이턴시(latency: 지연시간)를 줄이고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한다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의 지배하에 들어간다.

비슷한 사례가 핀테크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현재 텐센트의 투자를 받는 국내기업들이 '반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기업들이 해외의 핀테크 기업진입을 침공이 아니라 또 하나의 기회로 보고있기 때문이다. 당장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경우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무작정 국내 핀테크 시장에 진입하려기 보다 국내 파트너를 통해 '공동으로' 전선을 구축하고자 한다. 그리고, 현 상황은 그들의 뜻대로 되고 있다. 핀테크 주권상실이 허황된 이야기가 아닌 이유다.

대책은 없을까?
문병순, 허지성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규제많은 미국이 핀테크를 선도하는 이유'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핀테크 시장의 부진한 동력을 정부의 규제에서 찾았다. 특히 문 연구위원이 지적한 "규제의 양도 문제이지만, 더 큰 장애물은 규제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대목은 상당히 뼈 아픈 대목이다. 이처럼 국내 핀테크 시장을 살리려면, 반드시 걸맞는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다. 엑티브엑스 규제 및 기타 공인인증서 등 관련 규제가 변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막는 금산분리법은 핀테크 성장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물론 금산분리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잠식은 상당한 리스크를 동반하며, 경제 생태계 교란의 주 원인이다. 금산분리법이 존재하는 이유가 자명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금융실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온라인 전문은행 설립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고, 핀테크 시장의 태동을 적극적으로 깨우기 위해서는 이제 생각을 달리 할 순간이다.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등 산업의 금융자본 사금고화 방지책과 대출 출자한도 고정 및 감시, 산업과 금융의 시너지를 위한 다양한 유인책 등이 대안이 될 전망이다. 물론, 이는 아직 추상적인 접근이며 추후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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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의 성공여부는?
물론 핀테크가 완전히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을지, 아니면 그저 스러지는 한 때의 유행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온라인 전문은행의 설립과 그에 따른 전자결제기업들의 성장, 이를 바탕으로 단순 송금 및 계좌업무를 벗어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로의 발전은 분명 '빛나는 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향적인, 다소 파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순간이다.

대한민국은 2009년 12월 아이폰을 만나며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미 외국에서는 약 4년 전부터 스마트폰이 태동하고 있었으며, 우리가 지지부진하는 사이에 다양한 생태계 구성을 마치고 '정복'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잃어버린 4년이다.

핀테크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면 곤란하다. 스마트폰은 4년을 어떻게든 메웠으나, 핀테크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치명적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