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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출신의 건축가이자 아티스트인 아브너 셰어(Avner Sher, 1951~ )의 화폭은 수수께끼 같은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형상에서부터 질감, 소재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고 추측하게 한다. 바로 이 호기심과 추측에서부터 그의 작업은 시작된다.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재료에 있다. 모든 작업은 코르크(Cork)로 만들어졌으며 인공적인 색채를 지양한다. 그는 코르크 패널을 톱과 송곳 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내거나 갈아내고 불에 그을린다. 불에 그을린 흔적으로 최소한의 명암만을 표현하며, 많지 않은 수의 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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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은 IN AND OUT ART 큐레이터
2017.01.0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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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할 독재자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는 것은 옳은 일일까?과연 그가 용서를 구하면 신은 용서해주실까?본인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할 것 같은 자가 무릎을 꿇고 불안함에 떨고 있다. 어린아이처럼 작아진 왜소한 몸에 침울한 표정으로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하늘을 보고 있는 아돌프 히틀러다. 그런데 정작 그가 용서를 빌어야 할 대상은 신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출신의 아티스트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elan, 1960~ )의 조각이다. 2016년 봄 뉴욕 크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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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은 IN AND OUT ART 큐레이터
2016.12.2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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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미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미술 시장은 현 경제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금융업 중 PB서비스(Private Banking Service), 투자상품, 보험상품 등 미술품과 연관되는 분야가 많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는 고객의 취향을 파악해야 하고, 고액자산가 상당수는 미술에 관심이 많다. 이들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것이 아트뱅킹(Art Banking)의 효시이며, 1970년대 후반부터 UBS, 도이치뱅크, 시티뱅크와 같은 글로벌 금융사에서 시작됐다.그중에서도 재무적 의미의 아트뱅킹(Finan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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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은 IN AND OUT ART 큐레이터
2016.11.1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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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들이 모이면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예술가들이 모이면 돈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스카 와일드 한 시중은행의 큐레이터였다는 사실 때문에 필자에게 미술품 투자에 대해 자문하는 컬렉터가 꽤 있다. 은행원인 듯 큐레이터로, 큐레이터인 듯 은행원으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금융과 미술의 밀접하고도 끈끈한 관계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금융사에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세무사, 펀드매니저, 부동산 전문가와 같이 전문 아트 컨설턴트가 필요하다고 피력하면 시기상조일까?영국의 재무컨설팅 그룹 딜로이트(Deloitte)의 2016년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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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은 IN AND OUT ART 큐레이터
2016.11.0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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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PB센터나 VIP 점포 고객이라면 상담실에서 고가의 그림이나 조각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을 대하는 몇몇 PB(Private Banker)들의 말에 따르면 예술이야말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가장 부드러운 방법이라고도 한다. 이는 정답이 없는 예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밀감을 높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러한 미술품을 갖고 있는 금융사의 아트컬렉션의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금융사의 아트컬렉션은 주로 최고경영자의 미술 애호 성향이나 마케팅 방향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화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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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은 IN AND OUT ART 큐레이터
2016.10.1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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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적이라 할 만큼 연일 계속되던 폭염 때문일까. 코끝이 시큰한 공기가 어색하다. 스산한 가을바람은 피부를 뚫고 가슴까지 에워싼다. 시시때때로 불쑥 찾아 드는 외로움을 설명하기에 적당한 핑계는 날씨밖에 없었나 보다. ‘가을을 탄다’는 표현이 관용적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가을의 서정적인 분위기에 취하기도 잠시뿐. 산통을 깨는 사진 한 장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작품 제목 또한 이다.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 얼굴 곳곳에 멍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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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은 IN AND OUT ART 큐레이터
2016.09.1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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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다. 하지만 앉을 수 없다. 아니, 가능은 하다. 작은 아파트 한 채 가격을 감당해낼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청바지 장식에 스쳐 스크래치라도 생긴다면….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가구점에서나 볼 법한 의자나 책장, 테이블 같은 가구를 종종 미술관에서 보곤 한다. 가구인가, 조각인가. 가구는 예술품이 될 수 있는가.미국의 아티스트 리차드 아트슈와거(Richard Artschwager, 1923~2013)의 표현으로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대신한다.“만약 당신이 그 위에 앉는다면 그것은 의자이다. 만약 당신이 그 주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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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은 IN AND OUT ART 큐레이터
2016.07.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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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이 고약한 동료 남자 큐레이터가 종로의 한 술집으로 불러냈다. 거나하게 취한 그가 “할 말이 있어”라며 어렵게 입을 뗐다. 사랑 고백을 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에 거절 멘트만 되뇌었다. 힘겹게 말을 이어나가던 그의 난데없는 커밍아웃.“사실…… 나 게이야.”김칫국 한 사발의 민망함도 잠시, 궁금증이 밀려와 그에게 물었다. “사랑이야? 취향이야?”사랑에 관한 이야기다.8년을 사랑한 연인을 먼저 떠나 보내고, 그를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지고 지순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다만 특이할 점은 연인 또한 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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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은 IN AND OUT ART 큐레이터
2016.07.01 0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