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8일 수원 라마다 호텔에서 협성회 회원사들과 함께 협력사들의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돕는 '2024년 상생협력데이'를 개최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8일 수원 라마다 호텔에서 협성회 회원사들과 함께 협력사들의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돕는 '2024년 상생협력데이'를 개최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LG전자, 효성 등 국내 대기업들이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스마트팩토리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은 이러한 역량을 중소기업과 공유해 국내 전체 제조업 역량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생산시설 디지털 전환 서두르는 대기업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디지털 전환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윤석진 삼성전자 혁신센터 상무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에 참석해 ‘반도체 사업을 위한 옴니버스 기반 팹(공장)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주제로 세션 발표를 했다. 

윤 상무는 이날 엔비디아 옴니버스를 활용해 반도체 공장을 가상으로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옴니버스는 엔비디아가 선보인 AI 기반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다. 가상 공간에서 공장 운영 및 반도체 생산 과정을 미리 살펴 각종 문제를 줄이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디지털 트윈 도입을 목표화한 뒤 엔비디아와 협력해 여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모델링에 드는 시간은 7분으로, 앞으로 5분까지 줄일 계획이다. 

앞서 삼성은 2030년까지 100% 무인 공장 전환을 공언했으며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외 후공정 장비 업체가 개발하는 제품에 무인·자동화 기능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다. 무인·자동화 기능 없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윤 상무는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관련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며 “2030년에는 완전 자동화 팹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 있는 LG전자 스마트공장 냉장고 라인은 전세계에 150여개 밖에 없는 등대 공장이다. 등대공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2018년부터 선정하고 있다. 캄캄한 밤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듯 첨단 기술로 제조업의 미래를 이끈다는 의미에서 ‘등대’라는 표현을 골랐다. 

이 공장 생산라인은 AI 로봇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2m 크기 로봇 팔 136대만 보일 뿐이다. 로봇 팔 하나가 20kg 넘는 커다란 냉장고 문을 가볍게 들어 본체에 조립하는 데 드는 시간은 겨우 1초다. 

창원 스마트공장은 AI와 로봇, 사물인터넷(IoT), 5G 이동통신, 디지털트윈,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한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종류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냉장고가 지나가는데, 제품에 맞는 부품이 초 단위로 장착된다.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만 가능했던 자동화가 ‘다품종 소량 생산’에서도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창원 스마트공장에 사용된 자동화 생산 솔루션을 직접 제작, 외부 고객한테도 판매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하드웨어 로봇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한 AI 기반의 계획·운영·디지털 트윈 솔루션 등을 모두 포함한다”면서 “특히 고객이 공장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공장 ‘설계-구축-운영’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자동화·정보화·지능화 관점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지원해 고객사의 궁극적인 제조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효성 그룹은 AI 발전 속도에 발맞춰 국내외 사업장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품질을 유지하고 생산효율을 높이고 있다. 현장에서 수집된 빅데이터 IT 기술을 융합해 고객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효성은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해외 사업장을 비롯해 계열사인 효성티앤씨 구미공장, 효성화학 용연공장 등 국내 사업장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각 사업장은 공정 모니터링, 품질관리 시스템,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해 원료 수입부터 생산, 출하에 이르기까지 제조 전 과정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데이터는 별도로 분석하고 관리해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데 쓰인다. 

효성은 기존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에 고객을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구매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고객관계관리와 경험관리 솔루션을 추가하기도 했다. 제조뿐 아니라 고객 선호도, 취향을 예측해 고객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현대, LS 등 다수의 대기업들이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힘을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LG, 두산 등 산업용 로봇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LG는 LG전자에서, 두산은 두산로보틱스에서 산업용 로봇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상생해 국내 제조업 역량↑

국내 대기업은 자사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 스마트팩토리 전환에도 소매를 걷어올렸다. 지난 26일 삼성전자, LG전자 등 19개 대기업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협약식에 참석해 중소기업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힘을 보탰다.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을 협업해 구축하면 정부가 지원한다.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중소기업 경영성과가 공급망 효율화를 통해 대기업 성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4개 기업이 120억원을 출연했으나, 2024년에는 18개 기업이 254억원을 출연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의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위해 자금·기술·인력 3개 분야를 직접 지원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앞으로의 제조현장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의 등장에 따라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의 제조역량을 확보한 기업들이 무한 경쟁력으로 앞서 나가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협력회사도 이를 위한 자동화, 무인화 등 미래를 대비하는 혜안을 바탕으로 지속성장의 기반을 확보해 달라”고 말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2024년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회와 위기가 상존할 것”이라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핵심 기술력을 확보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는 어느 한 기업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삼성전기와 모든 협력사가 혼연일체가 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면서 “삼성전기는 협력사가 더 튼튼하고 강해질 수 있도록 지원과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