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보험 관련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디지털 보험 관련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보험업계에 ‘디지털 전환’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 보험사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험료가 저렴한 미니보험 위주로 꾸려진 상품 포트폴리오, 여전히 대면 영업이 강세인 업계의 영업 환경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보험사 5곳(교보라이프플래닛, 신한EZ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하나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879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캐롯손보가 마이너스 76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카카오손보는 373억원, 교보라플 214억원, 신한EZ손보는 78억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 2022년에도 디지털 보험사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 하나손보는 689억원, 캐롯손보는 795억원, 카카오손보는 2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EZ손보와 교보라플도 각각 150억원, 140억원의 마이너스를 냈다.

디지털 보험사가 적자에 시달리는 이유로는 비대면 채널의 한계가 꼽힌다. 보험 시장은 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이 주를 이루지만, 디지털 보험은 보험사의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앱)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할 수 있는 설계사가 없어 인지도가 떨어지고, 고객 가입을 유도할 만한 장치가 부족한 편이다.

이들이 주력하는 보험 상품의 특성상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기도 하다. 카카오페이손보의 경우 여행자 보험, 휴대폰 보험 등 미니보험을 주로 판매한다. 미니보험은 월 보험료가 1만원대로 낮아 접근 장벽이 낮지만, 높은 수익성을 내기는 쉽지 않다. 캐롯손보는 자동차 보험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 보험은 거둬 들일 수 있는 보험료 자체는 미니보험보다 크지만, 손해율이 높아 안정적인 수익성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보험사의 수익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장기보험 판매 확대다. 장기보험은 가입자로부터 보험료를 받는 기간이 길어 보다 크고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보험사들은 각종 규제, 비용 문제 등으로 장기보험에 힘을 쏟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보험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긴 장기 보험 상품을 판매하려면 복잡한 약관을 설명해 주는 설계사 인력이 필요한데, 디지털 보험사는 대부분 대면 영업이 제한돼 있다.

한 디지털 손보사 관계자는 “장기보험 상품을 판매하려면 상품 개발, 언더라이팅(인수 전 위험 심사), 영업 인력 등이 필요하다”며 “그만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당장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전문가는 디지털 보험사가 ‘저렴한 보험료’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소비자의 실익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디지털 보험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손보사는 저렴한 가격과 가입 편리성을 차별성으로 내세우며 인바운드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보험산업의 다양한 사업모형을 위해 실질적인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규제 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