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을지로입구역 벽면에 기후동행카드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박혜진 기자
24일 을지로입구역 벽면에 기후동행카드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박혜진 기자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시민 관심이 뜨겁다. 판매를 시작한 23일 오전에만 2만6000장이 팔렸다. 기후동행카드는 한 달에 6만2000원을 내면 30일 동안 서울시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3000원을 더 내면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까지 탈 수 있다. 발급받은 기후동행카드는 오는 27일 서울 대중교통 첫차부터 사용 가능하다.

기자는 24일 오전 7시 27분 3호선 경복궁역 고객안전실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샀다. 역무원 A씨에게 남은 수량을 물었더니 “10장 정도 남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첫날 들어온 60장은 당일 오전 11시쯤에 다 팔렸다”며 “추가로 들어온 70장 중 10장 남짓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9시 40분경 이미 물량이 동난 편의점도 있었다. 을지로3가역 인근 편의점 점주 장모씨(70대)는 “5장씩만 들어와 벌써 다 팔렸다”며 “어떤 손님은 미리 결제를 하고 내일 받아가기로 했다”며 벽면에 붙은 영수증을 보여 줬다. 그는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이 없어 줄 수가 없다”며 “공급이 더 원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출근 시간대 역사 고객안전실에서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하고 나오는 시민들도 마주쳤다. 한 달 교통비로 7만원을 넘게 쓰는 이들은 기후동행카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B씨는 “어제(23일) 신촌역에서 구매를 하려고 했었는데 품절돼서 출근길에 구매했다”며 “한 달 평균 교통비를 7~8만원 쓰기 때문에 유용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한 달 교통비로 11~12만원을 사용한다는 보험설계사 김모씨(62)는 “주말에도 고객을 만나다 보니 교통비가 상당히 많이 든다”며 “6만2000원에 무제한이라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교통비의 절반 정도를 아끼는 셈”이라며 “주변에도 (기후동행카드를) 사려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24일 기자가 기후교통카드를 구매하고 받은 실물 카드와 사용 설명서. 기후교통카드는 오는 27일부터 6월 30일까지 시범 사업 기간을 거친 후 7월 정식 출범한다. 사진=박혜진 기자
24일 기자가 기후교통카드를 구매하고 받은 실물 카드와 사용 설명서. 기후교통카드는 오는 27일부터 6월 30일까지 시범 사업 기간을 거친 후 7월 정식 출범한다. 사진=박혜진 기자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실물 카드, 다른 하나는 모바일 카드다. 다만 모바일 카드는 안드로이드 이용자만 발급 가능하다. 모바일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먼저 티머니 앱을 다운로드받아 회원 가입을 마쳐야 한다. 이후 카드를 발급받고 계좌이체로 요금을 충전하면 된다. 아이폰 이용자는 실물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실물 카드를 발급받았다면 이용법은 일반 교통카드와 비슷하다. 역사 내 무인 충전기에서 현금으로 요금을 충전하면 된다. 단 코레일, 공항철도, 신분당선 등에서는 충전할 수 없다. 실물 카드를 발급받았는데 추후 남은 요금을 환불받거나 따릉이를 이용하고 싶다면 추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티머니 카드&페이 홈페이지 회원 가입 후 카드번호를 입력해 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티머니 카드&페이 홈페이지 내 기후동행카드 등록 페이지. 출처=티머니 카드&페이 홈페이지 갈무리
티머니 카드&페이 홈페이지 내 기후동행카드 등록 페이지. 출처=티머니 카드&페이 홈페이지 갈무리

일부 시민은 기후교통카드를 이용하는 방법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사용 방법이 조금 귀찮고 교통비를 크게 아낄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아 구매 생각이 없다”며 “아이폰을 써서 실물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데 현금으로 충전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대답했다. 한 네티즌은 서울시청 기후동행카드 안내 게시글에 “버스만 탈 수도 있는데 역사에서만 충전 가능한 것이 불편하다”며 “편의점 등 여러 곳으로 충전소를 늘려 달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기후동행카드 충전 화면. 화살표를 누르면 일자를 변경할 수 있지만 24일 오전 기준 27일 또는 28일만 선택할 수 있다. 사진=박혜진 기자
기후동행카드 충전 화면. 화살표를 누르면 일자를 변경할 수 있지만 24일 오전 기준 27일 또는 28일만 선택할 수 있다. 사진=박혜진 기자

이미 모바일 카드를 발급받았다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계좌이체만 된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며 “카드를 연결해 달마다 자동 결제가 된다면 더 편할 것 같다”고 짚었다. 경복궁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C씨는 “명칭이 직관적이지 않아 무슨 용도인지를 몰랐다”며 “교통카드인 것을 알 수 있게 이름을 지었어야 하지 않나”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당 사항들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모든 불편함들을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모바일 기후동행카드 요금 충전 수단을 카드 등으로 확대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신한카드는 4월로 예정돼 있으며 다른 카드사도 (요금 결제가 가능하도록)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