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출처 : 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출처 :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는 글로벌 금융환경 악화와 그에 따른 증시 조정, 개인투자자들의 이탈 등이 차례로 진행되며 증권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증권업종 전반이 2분기 아쉬운 실적을 기록했지만, 개중에도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양호한 이익체력을 증명한 곳들이 있다. 채권운용 부문과 IB 부문 실적이 성패를 갈랐다.

미래에셋증권, 탄탄한 해외법인이 ‘무기’

미래에셋증권이 그 중 하나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 2635억원을 기록하며,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순익을 올렸다. 거래대금 감소와 증시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해외법인의 세전순이익 증가와 업계 대비 양호한 채권운용손익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2분기 세전순이익은 640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113.3% 증가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운용손익은 개별 투자건의 주도적인 가치 상승보다는 보유 자산들의 가치 하락과 상승이 모두 반영됐다”며 “가치 하락 분보다는 상승분이 더 커 재평가 이익이 실현된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증권의 투자 역량이 상당히 우수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 역시 “운용손익은 전 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으나 글로벌 금리 급등,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를 고려하면 손실이 아닌 손익을 시현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고 판단한다”며 “해외법인 세전 순이익 역시 지난해 3분기 이후 글로벌 금리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수익을 내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IB가 하드캐리한 삼성‧메리츠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견조한 IB 수익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메리츠증권의 2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5% 감소한 1569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거래대금 하락에 따른 수탁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 감소는 피할 수 없었지만, IB 관련 계약이 증가하면서 기업금융수수료가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의 2분기 실적은 당사 예상치인 1730억원을 소폭 하회했지만 시장의 기대치였던 1610억원에는 부합했다”며 “기업금융수수료 증가와 양호한 인수주선수수료의 영향으로 수수료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7%, 전 분기 대비 42.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공여금 및 대출금 축소, 이자비용 증가에도 RP매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이자이익도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역시 IB부문이 효자노릇을 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감소로 브로커리지 수익은 전분기 대비 9% 감소하고, 자산관리 수익 또한 둔화됐으나 IB부문 선전으로 전체 수수료 수익은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조화금융 관련 수익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전 연구원은 “구조화 금융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보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하반기 신규 PF수익 축소로 이익규모 둔화가 예상되지만 상반기 대비 우호적인 금융시장 환경에 힘입어 부진했던 운용이익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작지만 강하다”…현대차‧다올 ‘두각’

중형사 중엔 현대차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차증권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4.1% 증가한 3428억원, 영업이익은 14.5% 증가한 487억원이다. 순이익은 17.9% 증가한 36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2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분기 실적으로는 3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호실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채권 운용손익의 경우 다수 증권사들이 이익 규모가 급감하거나 적자 전환한 반면 현대차증권은 보유 채권규모를 미리 줄여나가며 손실을 최소화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보유 채권잔고는 지난해 말 대비 14.2% 감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5.4% 줄어들었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깜작실적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VC 계열사 편입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0.48% 증가한 4480억원, 영업이익은 46.83% 증가한 519억원을 기록했다. 지배주주순이익은 29.8% 감소한 327억원을 기록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과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기록하며 연결지배순이익(327억원)이 컨센서스(270억원)를 상회했다”며 “계열사들의 매출 기여도가 본격화되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작년 저축은행 인수, VC 상장을 통해 증권 본업에 더해지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며 “(향후)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