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최근 모빌리티(Mobility)라는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모빌리티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적) 유동성, 또한 이동성과 기동성을 뜻한다. 실생활에서는 사람·재화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데 사용되는 각종 서비스나 이동수단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매일 타는 승용차, 버스에서부터, 택배, 음식배달 서비스까지 다양한 산업이 모두 모빌리티인 셈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처=하이투자증권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처=하이투자증권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모빌리티 산업의 밸류체인이 기존 완성차 부품주를 비롯해 반도체, 플랫폼, 서비스업 등을 넘어 빠르게 넓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의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은 결국 전기차와 자율주행 중심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기존 부품사들의 성격 변화는 물론 신규 플레이어들이 대거 모빌리티 생태계에 들어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태봉 센터장은 향후 국내 완성차 업계는 올 3~4분기 반도체 공급 완화로 생산량이 정상화되면서 실적개선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목표로 관련 인프라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에 공식적으로 2035년을 친환경차 전환 원년으로 삼고 있지만, 중고차에 대한 수요와 소비자 구매행태 변화 등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훨씬 빨리 모빌리티 시장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친환경차 전환, 현 부품社 중 37% ‘소멸’

작년 코로나19로 이동 및 소비가 제한되면서 주춤했던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올해 실적 고공행진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대표 완성차기업 현대·기아의 경우 올 1~7월 미국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9% 증가한 94만8,723대로 집계되기도 했다.

고 센터장은 “지금 완성차 업계는 자동차가 없어서 못 파는 상태다. 올해 반도체 부족 이슈로 생산이 제한되면서 재고가 많이 낮아진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올해 상반기부터 폭발했기 때문이다”며 “최근 내놓은 신형 스포티지, 아이오닉5 등 등이 호평을 받고 있어 수요증가로 인한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부품사들의 실적도 지속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도 “최근 미국 등 주요국들이 친환경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올 2030년까지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전체 차량의 50%를 친환경차로 만들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우리나라도 한국판 뉴딜 정책을 통해 그린 모빌리티 확대에는 13조1,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고 센터장은 “업계에서는 향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이 완전히 이뤄질 경우, 현재 국내 부품사의 37% 정도가 소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전기차의 경우 반도체, 2차전지 등와 같은 신규 부품주로 급부상하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차 완성을 위해 전력질주 하고있다. 자율주행차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지 판단 제어인데, 현재는 카메라를 이용한 비전센싱부터, 레이더, 통신망을 이용한 V2X(Vehicle to Everything)까지 여러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며 “자동차를 통해 해당 요소들이 완성된다면, 모빌리티의 영역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할 것이다. 농기계, 건설 중장비 로봇,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 실생활 전반이 모빌리티 관련 산업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전국시대’ … 애플부터 현대까지

고 센터장은 향후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그룹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 요소 기술(제품에서 필수 불가결한 기술) 개발·보유 중인 테슬라와 같은 IT기업,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등과 같은 ODM(제조자개발방식) 기업, 마지막으로 GM, 현대차 등 전통적 완성차 기업이다.

그는 “테슬라가 전기차 선두주자로 떠오르면서 중국의 IT기업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니오, 샤오펑, 리샹들이 있다”며 “이들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이점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니오 등 중국 전기차 기업 들은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산업의 ODM 기업으로는 최근 LG전자와 협력설이 나오고 있는 애플 등이 있다. 이들은 자동차의 디자인, 구동장치, 서스펜션 등 오랜 기간 쌓인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은 제조사에 맞기고, 핵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주행 알고리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출처=하이투자증권
출처=하이투자증권

고 센터장은 “실제 구글의 경우 구글카라는 프로젝트를 설립헤 자동차 생산에 나섰으나, 주행자의 멀미 등 설계 단위에서 부터 문제가 계속 발전하면서 결국 ODM방식으로 전환했다”며 “향후 많은 기업이 해당 집단과 묶이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산은 LG-마그나에서 했지만, 브랜드는 애플로 생산되는 셈이다. 이후 이들은 구독경제 등을 통해 새로운 캐시플로우를 만들어 기존 다른 생태계 조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전통차 업체 중 현재 미래차 시장 주도주 레이스에 참여한 기업으로 GM, 폭스바겝, 도요타, 현대차를 꼽았다. 고 센터장은 “이들은 자본도 충분하고,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냈고, 의지도 충분하다”라면서도 “다른 그룹들 대비 저평가받는 부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현재가 아닌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른 만큼, 빠른 시일 내 이를 증명해야 과제가 남아있다”며 “반면, 전통차 업체들은 미래에 대한 부담이 있긴 하지만, 최근 자체 신기술 개발·M&A(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미래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어, 향후 다시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래 기술 영역 선점…점프업 준비 완료 ”

고 센터장은 지난 2018년 하이투자증권 리서피 센터장으로 부임 이후 미래 기술 및 관련 유망 업종·종목을 발굴하는 FO(Future & Over The Counter)분석팀을 신설하고, 국내 증권사 중 해당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또한 고 센터장은 ‘깊이’있는 시각을 보여줄수 있는 리서치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증권사에 발행되는 열페이지 남짓의 보고서를 가지고는 애널리스트의 인사이트를 보여주기 힘들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며 “중형사 위치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서 소속 애널리스트들을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금융 그룹내 증권사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기인 만큼, 인재 영입을 통한 사이즈업도 구상 중”이라며 “같은 그룹의 시너지를 통해 IB부분은 물론 VC(벤처캐피탈) 영역 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