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차량이 브랜드 전용 급속충전기인 슈퍼차저에서 충전되는 모습. 출처= 테슬라 코리아
테슬라 차량이 브랜드 전용 급속충전기인 슈퍼차저에서 충전되는 모습. 출처= 테슬라 코리아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최근 고객 전용 충전기를 타사 전기차 고객에게도 개방할 것이란 방침을 밝힌 이후 ‘충전소 공용화’ 이슈가 떠올랐다. 각 브랜드별로 구축한 충전소를 개방하는 조치는 양면적인 결과를 냄에 따라 엇갈린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시장과의 주요 소통 창구인 SNS트위터를 통해 충전기 개방 이슈를 이끌어냈다. 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지난달 중순 본인 트위터 계정에 “올 연말 이후 다른 브랜드와 협력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전세계에서 순차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슈퍼차저는 테슬라의 급속 충전기다. 테슬라는 슈퍼차저를 비롯해 완속충전기인 데스티네이션 차저를 시장 실태에 맞춰 적극 보급하고 있다. 다만 테슬라는 충전기에 별도 제어 시스템을 탑재함으로써 타 브랜드의 전기차가 연결해도 전력을 충전하지 못하도록 설정하고 있다. 테슬라 고객에게 충전 편의를 배타적으로 제공하려는 취지다. 이 가운데 충전기를 타사 차량에 개방하는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다.

머스크 CEO가 개방 방식이나 시점, 장소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리진 않았지만 해당 메시지에 대한 전세계 시장의 반응은 뜨거운 상황이다. 머스크 CEO가 두 게시물에 걸쳐 전달한 해당 메시지는 누리꾼들로부터 총 5만7,000여건의 ‘마음에 들어요’를 얻는 등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 국내외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언론 등에서는 테슬라의 충전기 개방 결정이 도출할 결과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테슬라코리아 청담 스토어의 충전기가 타사 전기차 고객에게 개방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테슬라코리아 청담 스토어의 충전기가 타사 전기차 고객에게 개방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테슬라의 폭넓은 충전 인프라, 시장발전에 도움돼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기 개방 결정을 찬성하는 측에선 주요 거점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구축된 충전 서비스가 열림으로써 전체 전기차 시장의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테슬라에 따르면 이날 현재 기준 전세계 슈퍼차저는 2만5,000여개에 달한다. 데스티네이션 차저 충전소의 경우 미국에만 4,500여소 가량 설치됐다. 충전소 한 곳에 충전기가 5~6대 가량 설치된 점을 고려하면 현지에만 2만5,000기 가량 운영된 셈이다.

테슬라가 전세계에 걸쳐 충전소를 타사에 개방할 경우, 최근 전기차 보편화에 목 메고 있는 각국 정부에 큰 솔루션을 안겨줄 수 있다. 시장 주체들이 전기차를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한 관건으로 충전 인프라 확충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벤츠, 포르쉐, 렉서스 등 업체들이 고객전용 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외 한국지엠(쉐보레), 르노삼성자동차, 한불모터스(푸조·시트로엥 등) 같은 브랜드들은 공공 충전 인프라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실정이다. 각 완성차 업체들이 고객 전용 충전시설을 개방할 경우 관련 인프라에 대한 소비자 갈증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버지(THE VERGE)는 “테슬라가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개방할 경우 소비자들은 사용 가능한 충전기를 찾고 충전시간을 확보하는 등 골칫거리를 완화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현재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테슬라가 지난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전세계의 충전기 이용고객으로부터 충전요금을 거둬들였기 때문에 충전기 이용 빈도를 높일수록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충전소 개방 결정으로 인한 테슬라 수익이 단기적으로 10억달러(약 1조원)에서 장기적으로 250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밖에 테슬라 고객에게만 접근하기 쉬운 충전소 위치 정보가 모두에게 제공될 경우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자동차 전문사이트 오토트레이더(Autotrader)의 브라이언 무디 편집장은 더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테슬라는 전통적으로 광고에 돈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회사”라며 “이 가운데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개방한 결정은 강력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 코리아가 슈퍼차저 설치 부지를 무상제공할 사업자(호스트)를 모집하기 위해 내놓은 공고. 출처= 테슬라 코리아
테슬라 코리아가 슈퍼차저 설치 부지를 무상제공할 사업자(호스트)를 모집하기 위해 내놓은 공고. 출처= 테슬라 코리아

“테슬라 차가 전용충전소 묶이면 타사 고객에 이득” 반론

반면 테슬라 고객을 중심으로 일부 소비자들의 반론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주요 주장 가운데 하나로, 테슬라 고객들이 이용 가능한 충전기의 절대적인 물량이 줄어드는 점은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 고객의 충전 편의가 약화할 경우 기존 고객을 이탈시킬 뿐 아니라 전기차 잠재수요를 타사에 빼앗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테슬라가 국가별 정부나 지자체에 의존하지 않고 소비자들로부터 거둬들인 수익으로 충전소를 자체 구축해나가고 있는 점도 고객 전용 서비스를 존속시켜야 할 이유로 지목된다.

이 뿐 아니라 테슬라 충전기를 고객에게만 제공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타사 고객에게 편익이 주어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테슬라가 고객 전용 충전기를 늘릴수록 타사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하는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에 유휴 타사 충전기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테슬라는 현재 고객들에게 다른 충전 규격의 어댑터를 판매함으로써 충전 편의를 지원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전기차 오너 커뮤니티에 가입한 누리꾼 A씨는 “테슬라 슈퍼차저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일반 충전기들이 널널하게 쓰이니 좋은 일”이라며 “세금 도움 받는 일 없이 기업 자금을 투입해 충전기 설치한다면 더욱 반길 일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테슬라 외엔 민간 완성차 업체 가운데 고객전용 충전소를 개방하도록 시장 일각으로부터 요구받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구축돼 있음을 방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테슬라코리아가 지난 6월14일 출시한 차데모 급속 충전 어댑터. 출처= 테슬라코리아
테슬라코리아가 지난 6월14일 출시한 차데모 급속 충전 어댑터. 출처= 테슬라코리아

고객전용 충전소 개방은 ‘양날의 검’

다만 테슬라가 고객전용 충전소에 대한 개방 여부를 결정할 경우 다른 브랜드들도 같은 결정을 내리도록 시장으로부터 압박받을 수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관한 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셈이다.

국내 수입차 업체들이 앞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늘려나갈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프라를 확충할수록 더 많은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에 직면할 전망이다. 실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지난달 초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전기차 충전기를 현재 650여기에서 향후 1,700기 이상 늘릴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고객전용 충전기를 개방하는 조치는 장단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모범답안을 딱 잘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개방하는 것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득을 더 많이 안겨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기차 관련 솔루션 업체 이비올(EVall)의 이후경 대표는 “브랜드전용 시설을 타사에 개방할 경우 잠재고객에게 브랜드를 어필할 수 있고 이용자 유입량에 따라 충전인프라를 복합시설로 확장하는 등 발전시킬 수 있다”며 “시설을 개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기존 고객들로부터 반발을 사는 등 각종 리스크들을 감수할 만큼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