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관제센터에서 힘센엔진 운전을 모니터링하는 모습. 출처=현대중공업그룹
디지털관제센터에서 힘센엔진 운전을 모니터링하는 모습. 출처=현대중공업그룹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스마트 조선소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G·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4차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제고,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서다.  

한국조선해양, 조선소 최적화한 5G 네트워크 구축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스마트 조선소로의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독자 기술 개발은 물론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우선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선박에 접목시킨 세계 최초의 LNG운반선 사이버 시운전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솔루션을 이용하면 가상의 사이버 공간에서 실제 선박의 해상 시운전 상황과 동일한 환경을 구현해 LNG 운반선의 엔진, 연료공급 시스템, 전력·제어시스템 등 핵심 설비들의 성능을 검증할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스마트 조선소를 위한 독자 기술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11년 3월 세계 처음으로 스마트십을 선보이며 국내 조선업계의 IT 기술력 경쟁력 확보에 포문을 연 바 있다. 또한 그룹내 현대글로벌서비스가 그룹의 선박용 IoT 플랫폼인 통합 스마트십 솔루션(ISS), 지능형 선박기자재 관리 솔루션(HiEMS), 데이터 수집 전송장치(DATS) 등이 탑재된 모든 스마트 선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운항을 돕는다.

동시에 자회사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3사도 KT와 함께 조선소에 최적화된 5G 기반 무선 네트워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야드 내 사물, 환경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3차원 디지털 맵을 구현하고, 생산과 설계 현장에서 무선으로 고용량의 3차원 설계 도면을 공유하는 클라우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빅데이터 기반의 사고 예측 모델도 개발해 그룹 내 모든 조선소에 구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디지털 생산센터. 출처=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의 디지털 생산센터. 출처=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디지털 생산센터로 첨단 조선소 단장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디지털 생산센터를 개소하며 첨단 조선소로 발돋움 하고 있다. 해당 센터는 드론 등으로 건조중인 블록의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생산관리센터와 실시간으로 시운전 중인 선박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시운전센터로 구성됐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스마트 생산관리센터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1분마다 업데이트 되는 각종 생산정보를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또 기상 상황 등 생산에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에 대한 예측과 시뮬레이션으로 위험요소를 사전에 대응할 수 있다. 회사는 생산성 향상은 물론 공정 안정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 등에 기여하고 조선소 내 자원, 에너지 사용량 등의 정보를 활용해 본격적인 스마트 조선소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스마트 시운전센터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하는 모든 시운전 선박의 장비별 성능, 연료 소모량, 문제점 등 모든 운항 정보를 수집해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기술을 지원 한다.  선박의 해상 시운전은 제한된 인원만 승선할 수 있어 시운전 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술 인력이 직접 해상에 있는 배로 가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육상의 스마트 시운전센터에서 관련 엔지니어가 모두 모여 실시간으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운항 데이터 계측을 위해 승선했던 인원들도 육상 관제센터에서 원격으로 업무 수행이 가능해 비용절감이 예상된다. 이 밖에 인도된 선박의 문제 발생시 선제 대응은 물론 가상현실(VR) 선원 교육까지 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9년부터 현대LNG해운과 손잡고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를 구축하고 선박 운항 데이터를 축적·분석하고 있다. 또한 HMM과도 사물인터넷(IoT)기반 리얼 타임 서비스 연구, 선대 운영을 위한 육상플랫폼 연구, 경제운항  스마트십 기술개발 협약을 맺고 기술 역량에 힘쓰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선박 블록을 비추면 작업할 배관과 전계 장치가 3D로 표시돼 판독 시간을 줄이고 설치오류를 예방할 수 있다. 출처=삼성중공업
스마트폰 카메라로 선박 블록을 비추면 작업할 배관과 전계 장치가 3D로 표시돼 판독 시간을 줄이고 설치오류를 예방할 수 있다. 출처=삼성중공업

삼성重, 스마트SHI 집중중… 업계 최초 CIO 100 수상

삼성중공업은 2010년 9월 KT와 거제조선소 와이브로망 구축에 관한 사업 협약을 체결한 이래 각종 인프라를 설치하고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스마트 조선소 구축 작업을 진행해 왔다. 현재는 최고의 생산성을 지향하는 스마트야드를 포함해 설계·구매 등 전체 업무 영역을 ICT 기술로 연결,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SHI(Samsung Heavy Industries) 구현에 나서고 있다. 

2019년 SK와의 협업을 통해 업계 최초로 5G 자율·원격 모형선박 시험 운항에 성공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미국 선급인 ABS와 3D 모델 기반 선박 설계 승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최근에는 글로벌 IT 리서치 기관 IDG가 주관한 2021 CIO 100 어워즈를 수상하기도 했다. CIO 100 어워즈는 IT기술 기반, 창의적 혁신 성과가 탁월한 100개 글로벌 기업을 선정해 부여하는 상이다. 국내 조선해양 부문에서 상을 수여한 기업은 삼성중공업이 처음이다. 

삼성중공업은 일일이 선박 도면을 출력한 종이로 확인하는 작업 대신 스마트폰이나 증강현실(AR)로 전환하고 있다. 작업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선박 블록을 비추면 작업할 배관 및 전계 장치가 3D로 표시돼 도면 판독 시간을 줄이고 설치 오류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블록 조립공장에 자동 용접로봇 적용을 확대하고 실시간 용접 실적 및 품질 데이터를 관리하는 통합 관제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하반기까지 챗봇과 딥러닝 기반 이미지 인식, 텍스트 분석 등의 AI 및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삼성SDS Brity RPA) 기술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 조선소 구축으로 기존 작업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수백키로 떨어진 곳에서도 선박을 원격 조정하고, 자동으로 연료비 등을 절감한 경제 운항이 가능할 뿐 아니라 설계 및 조립 시간을 수십 배 줄일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선박건조와 ICT 두 분야의 개별적으로 기술수준이 높으나 조선업의 ICT 융복합 기술 수준은 낮은 편”이라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스마트 야드로의 전환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