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굴로사TV가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출처=굴로사TV 갈무리
두산인프라코어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굴로사TV가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출처=굴로사TV 갈무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딱딱하고 무거운 이미지로 평가받는 조선·중공업·철강업계가 부드러워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라이브커머스 방송(라방)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코로나19 속 비대면 채널 강화로 이미지 개선과 함께 수익성 제고 효과를 누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후장대 산업 “변해야 산다”… 라방까지 접수

2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말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신제품 소개와 사전계약 이벤트를 진행했다. 150분 동안 진행된 이날 방송에는 평소 대비 4배 이상 많은 1,400여명이 동시에 접속한 것으로 알려진다. 방송 중 접수된 사전계약 건수는 2019년 대비 약 40% 높은 수준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4월부터 건설기계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굴착기와 휠로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굴로사TV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유튜브 채널의 최고 장점으로 전문성과 실시간 소통을 꼽는다. 일례로 굴로사TV의 경우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모두 국내 영업 담당팀에서 자체 제작하고 있다. 건설기계 전문가들이 제작하다 보니 고객 눈높이에 맞춘 폭넓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실시간 소통을 통한 신속·정확한 답변이 가능하다는 게 두산인프라코어의 설명이다. 

실제 두산인프라코어는 굴로사TV 운영을 통해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직접 듣고 제품에 반영하는 등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14톤 이상 굴착기 전기종 통풍시트 적용 ▲14톤 휠 굴착기 18PR타이어 적용 ▲14톤 휠 굴착기 카운터웨이트 중량 증대 ▲5톤·14톤휠·16톤휠 어태치먼트(집게·회전링크·틸트로테이터) 옵션 등을 추가해 주력 제품의 상품성을 개선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말 중국 베이징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생중계로 2020 신제품 론칭쇼를 개최해 2시간 동안 47대의 장비를 판매했으며, 유럽에서도 신형 휠로더 DL-7시리즈 7개 기종 출시행사를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개최하는 등 비대면 온라인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선두주자에 있다. 포스코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B2B(기업간거래)기업이 갖는 한계점을 넘어 일반 대중과 가깝게 소통하는 친근하고 따뜻한 기업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해오고 있다. 2012년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개설한데 이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의 활발한 활동이 눈에 띈다.

덕분에 포스코의 유튜브 공식채널 포스코TV의 19일 기준 누적 동영상 조회수는 2,210만회가 넘는다. 회사의 제품 및 비전 소개는 물론이고 직원들의 브이로그(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등도 콘텐츠화 했다. 2019년에는 12월 EBS크리에이터 펭수와의 협업을 통해 건설자재 브랜드 이노빌트를 알리기도 했다. 즉각적인 바이럴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B2B기업으로서는 눈에 띄는 행보로 주목받았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유튜브를 통해 선보이는 채용과 관련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들이 구직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멘토링은 물론 면접 팁, 신입사원들의 취업 성공기 등을 담은 영상의 경우 다른 영상보다 월등하게 높은 조횟수를 자랑하고 있다.

포스코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포스코TV의 콘텐츠. 출처=포스코TV 갈무리
포스코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포스코TV의 콘텐츠. 출처=포스코TV 갈무리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가장 적극적으로 SNS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기존에 운영하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이어 지난해 9월 1일 공식 유튜브를 개설했다. 조선 3사 가운데서는 가장 늦은 시점이다.

삼성중공업은 2011년 1월, 대우조선해양은 같은 해 12월 공식 유튜브 채널을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양사의 콘텐츠 개수는 각각 6개, 35개에 불과하다. 즉, 채널은 일찍 개설했지만 활용은 하지 않은 셈이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19일 기준 138개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누적 동영상 조회수도 채널 설립 6개월 여만에 32만회를 넘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의 소개부터 회사의 행사, 직원들의 일상, 요리 레시피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성공리에 수주한 해상크레인과 원통형 시추 설비,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등을 소개하며 자사의 경쟁력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후장대 산업의 잇단 비대면 채널 강화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B2B가 주로 이뤄지는 업종인 만큼 그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실제 공식 유튜브 개설일 등을 보면 유통 등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기업에 비해 현저히 늦다. 아울러 홍보를 하더라도 제품 자체보다는 회사 이미지 홍보에 주력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콘텐츠 소비가 늘고 대면영업도 어려워지면서 중후장대 기업들의 경영 전략도 변화를 맞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과거 콘텐츠들이 지루한 다큐멘터리 형태로 제작됐다면 최근에는 직원들의 브이로그 등 재밌고 참신한 컨셉을 시도해 친근함을 내세우는 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신조어나 인터넷 밈(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다양한 콘텐츠) 활용에도 거침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중후장대 업종들의 SNS나 유튜브 등 비대면 채널 활용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업종과 회사를 알리고 잠재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기업들이 앞다퉈 해당 영역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트렌디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