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프렐류드 FLNG. 출처=삼성중공업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국제유가가 코로나19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해양플랜트 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연초부터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 시장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제유가, 바이든 효과에 코로나19 이전 수준 복귀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3대 유종인 두바이유, 북해산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등 국제유가가 몇 달 사이 우상향 곡선을 띄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부터는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띄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1.97% 오른 57.97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월 21일(배럴당 58.34달러)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에는 58.14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도 줄곧 장중 60달러를 넘겼다. 브렌트유는 종가 기준 지난해 1월 24일 60.69달러를 기록한 이후 60달러를 넘은 적이 없다. 원유시장이 코로나19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분위기다. 

국제유가 급등세의 배경으로는 코로나19 백신과 함께 ‘바이든 효과’가 지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조9000억달러(한화 약 2130조원)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을 추진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반영됐다. 더불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노력과 미국의 원유 생산량 감소 등도 국제유가 상승세에 탄력을 더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이후 산유국들은 누적으로 21억배럴을 감산하며 원유 재고량을 줄여왔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국제유가가 80달러까지 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급은 줄어들었지만 중국과 인도에서 원유 수요가 회복세를 꾸준히 보여오고 있어서다. 뉴욕의 헤지펀드 매글린 캐피털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태윌도 올 연말 브렌트유가 배럴당 70∼80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시장을 눈 여겨 보고 있다. 국제유가 반등에 따라 해양플랜트 물량 발주 기미가 보이고 있어서다. 연초 수주 랠리를 이어가며 지난해 부진을 만회 중인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라는 겹호재를 만난 모양새다. 

해양플랜트는 통상 국제유가가 배럴당 50~70달러 이상이어야 채산성이 담보된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평균 30~40달러대까지 주저앉았다. 그 결과 예정됐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대다수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곳은 한국조선해양 1곳에 불과했다.

해양플랜트 시장 ‘꿈틀’… 조선 3사 ‘눈독’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실제 해양플랜트 발주 움직임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입찰제안서를 접수한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부지오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참여한 해당 프로젝트는 올 상반기 내 최종 업체가 선정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추후 나이지리아 봉가사우스웨스트 아파로 프로 젝트 등의 발주도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발 맞춰 국내 조선업계도 해양플랜트 수주에 시동을 걸고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포스코인터내셔널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미얀마 쉐(Shwe) 본계약을 체결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한국조선해양은 미얀마 3단계 가스전 개발에 투입될 총 2만7000톤 규모의 가스승압플랫폼을 제작·설치한다. 

한국조선해양은 카타르 노스필드 가스전 입찰과 호주 등 해양공사의 수주전에도 참여 중이거나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프로젝트에서는 현대중공업-Keppel 컨소시엄이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삼성중공업도 올해 수주목표액 78억달러의 41%인 32억달러를 해양플랜트 수주로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삼성중공업은 한 때 60%에 달했던 해양 부문 수주 비중을 지난해에는 30%까지 낮추며 상선 위주의 수주로 체질을 개선한 바 있다. 하지만 6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면서 경쟁력을 확보한 해양플랜트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 봉가사우스웨스트 아파로 프로젝트에서 원유생산 설비 1기와 하이 프로젝트 가스 공급플래폼 1기 수주를 노리고 있다. 또한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의 부지오스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이탈리아 사이펨과 함께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국제유가 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만큼 섣부른 기대감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팬데믹이 여전히 수요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경기 회복이 더뎌진다면 글로벌 에너지 수요 회복은 2025년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20% 정도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가가 급락하면서 대다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투자 결정이 올해로 지연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올해는 아시아의 원유수요 지속 증가 등에 따라 유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업계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만큼 신중한 투자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이연 물량이 있는 만큼 작년보다는 발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