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팟캐스트(Podcast)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 온택트 트렌드가 강화되며 OTT와 음원 스트리밍 시장도 꿈틀대는 상황에서 글로벌 팟캐스트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과 스포티파이의 양강체제가 이어지는 한편 아마존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힘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행간에 숨겨진 각자의 사정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인수합병 폭풍
아마존이 미국의 팟캐스트 업체인 원더리(Wondery)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수했다. 약 10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원더리는 닥터 데스(Dr. Death) 등 100개 이상의 인기 고정 팟캐스트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애플, 스포티파이, 소니도 눈독을 들였던 곳이다.

아마존이 원더리 인수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투입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이 원더리를 품기 위해 무려 4억달러를 썼을 것이라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글로벌 팟캐스트 시장 최대 인수합병이다.

아마존 뮤직은 지난해 9월 본격적으로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원더리 인수까지 성공하며 단숨에 글로벌 팟캐스트의 큰 손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아마존 뮤직. 출처=아마존
아마존 뮤직. 출처=아마존

글로벌 팟캐스트 시장에 아마존만 두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마존은 일종의 도전자로 분류되며, 시장은 현재 애플과 스포티파이가 양분하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스카우트FM(Scout FM)까지 인수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사용자의 선호도와 음원 소비 습관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큐레이션하는 스카우트FM을 통해 애플은 팟캐스트 시장에서 강력한 기술 주도권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애플은 팟캐스트의 역사 그 자체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팟캐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이 결합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튠즈에서 팟캐스트를 주로 검색하고 즐긴다는 점에서 애플은 사실상 시장의 원주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 연장선에서 스트리밍 기술이 발전하며 지금의 팟캐스트 개념이 정립됐다고 볼 수 있다.

출처=애플
출처=애플

다만 글로벌 팟캐스트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곳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초거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다.

2014년부터 팟캐스트 시장에 진입한 스포티파이는 2019년 2월 팟캐스트 전문업체 김릿(Gimlet Media)을 2억3000만달러에 인수했으며 팟캐스트 제작지원 기업인 앵커(Anchor)도 1억5400만달러에 품었다. 김릿은 팟캐스트 유통 생산 플랫폼이며 앵커는 이용자들이 팟캐스트를 원만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을 하는 기업이다.

2020년에도 스포티파이는 멈추지 않았다. 제작·유통사 더링어, 팟캐스트 광고·퍼블리싱 플랫폼 메가폰을 2억3500만달러에 전격 인수하는 광폭행보를 보였다. 스포티파이 최고경영자(CEO) 다니엘 엑은 더링어 인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차세대 ESPN을 산 것과 마찬가지"라며 "매우 가치있는 자산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출처=스포티파이
출처=스포티파이

그들이 빠진 5가지 이유
애플과 스포티파이에 이어 아마존, 소니 등 많은 기업들이 팟캐스트 시장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기적으로는 높은 시장 잠재력이다. 에디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에서 팟캐스트를 청취한 경험을 가진 이용자는 2019년 51%에서 2020년 55%로 늘었으며 리서치앤마켓스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팟캐스트 시장은 418억달러 규모를 자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도 팟캐스트 단일 시장 규모가 40억달러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광고 매출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미국 인터렉티브광고협회(IAB)에 따르면 미국 기준 팟캐스트 광고 매출 시장은 지난해 6억7870만달러에서 올해는 8억6340만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코로나19로 다양한 광고 채널들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팟캐스트는 상당히 선방했다는 평가다. 아마존 뮤직이 팟캐스트 시장에 진출하며 광고를 들어야 팟캐스트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을 출시하는 등, 매력적인 광고 채널 플랫폼 역할을 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청취자층이 구성되어 있어 미래 성장성도 높다. 라디오의 경우 이용자층이 다소 고연령으로 치우쳤으나 팟캐스트는 서비스의 특성상 MZ세대가 주 이용자층이다. 시장의 크기가 커지면서 새로운 소비층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특성이 기업들의 팟캐스트 사랑을 끌어내는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로는 음원 스트리밍 경쟁력의 강화다. 특히 애플과 스포티파이는 자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보유한 상태에서 팟캐스트를 더해 음원 소비 자체를 높이려는 전략을 숨기지 않는 중이다. 단순히 음원을 스트리밍해 듣는 것보다 팟캐스트 형식으로 음원을 소비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워지는 분위기가 감지되며, 이는 팟캐스트와 음원 스트리밍의 시너지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인공지능 기술력 시너지다. 아마존과 애플은 각각 인공지능 알렉사와 시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인공지능 스피커도 보유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도 독자적인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할 계획인 가운데 이들에게 음원 스트리밍에 이어 팟캐스트는 이용자들에 확실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자연스럽게 네 번째 매력 포인트인 자체 생태계 강화가 가능해진다. 역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노리는 목표와 동일하며, 팟캐스트는 각자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일종의 알맹이 역할을 하며 독자적인 생태계 플랫폼을 강화해줄 전망이다. 음원 스트미링이 인공지능과 만나 삶의 일부가 된 것처럼 팟캐스트도 비슷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

팟캐스트가 기본적으로 구독 방식으로 가동되며, 애플이 인수한 FM스카우트의 경우 iOS는 물론 안드로이드에서도 가동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자체 생태계 확장을 시사하기도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노림수는 콘텐츠 그 자체에 있다. OTT의 활로 중 하나가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하지만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는 각 플랫폼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개연성이 낮다. 다만 팟캐스트를 활용하면 하나의 음원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으며, 그 자체가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처럼 각 플랫폼의 독자적인 승부수가 될 수 있다.

음악은 하나지만 이를 바탕으로 A와 B, C라는 팟캐스트 채널이 각자의 성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각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글로벌 파이프 라인 전략이 덧대어지면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음원을 다양하게 해석하는 작업과 더불어, 로컬 지역의 음원을 더욱 발굴해 이들에게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길을 열어주며 그 경쟁력을 내제화시켜 경우의 수를 늘리는 전략이다.

최근 국내 진출을 선언한 스포티파이의 프리미엄  비즈니스 총괄(Freemium Business Officer) 알렉스 노스트룀(Alex Norström)은 "수년 전부터 한국 음악  산업의 파트너로서 한국의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음악이 아시아, 미국, 남미, 유럽, 중동 등 전 세계에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온 만큼, 다가올 한국 론칭을  통해 더욱 다양하고도 새로운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국내 팬들은 물론 전 세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헌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팟캐스트의 기본적인 속성에 소셜 기능을 접목하려는 시도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음악을 편안하게 소비하면서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소셜 기능을 활성화해 음원 자체를 독자적인 콘텐츠로 끌어내는 전략이다. 국내에서는 핀플리가 이러한 실험을 진행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출처=핀플리
출처=핀플리

시장은 더욱 역동적으로 변할 것
최근 영국의 해리 왕자가 스포티파이와 계약을 맺고 팟캐스트 시장에 진출했다. 이 외에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도 팟캐스트를 시작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창업자도 인기 팟캐스트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애플의 팀 쿡 CEO도 자사 팟캐스트에 출연해 애플의 큰 그림을 소개하기도 한다.

아직 동영상 시장에 비하지는 못하지만 팟캐스트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콘텐츠와 플랫폼이 시너지를 일으키는 새로운 '보이스 이코노믹'의 한 카테고리가 열리는 셈이다.

국내서도 팟캐스트 시장의 잠재력이 높은 편이다. 대표 서비스인 팟빵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네이버의 오디오클립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장르가 아닌 킬러 콘텐츠 장르가 세분화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팟빵에는 공포·미스터리 관련 방송이 100개 이상 운영되고 있으며 네이버 오디오 클립은 미술 전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O의 찬열과 세훈이 진행하는 '[오디오 도슨트] 장 미쉘 바스키아 전(展)'은 현재 진행 중인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예술·영웅' 전시회와 관련해 바스키아의 작품 설명 및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 주며 호평을 받는 중이다. 네이버가 2019년 9월부터 시작한 라이브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는 출시 1년여 만에 2000만명의 누적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당분간 팟캐스트 시장은 고공행진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후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려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인 블림프를 서비스하는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는 "유튜브도 틀어 놓고 듣기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는 만큼, 오디오 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특정 목적과 전문성에 맞는 오디오 콘텐츠들은 계속 팬덤을 형성하며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