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기대감으로 국제 유가가 3% 가까이 급등하면서 또 한 번 고점을 찍었다. 4거래일 만의 상승세다.

10일(현지시간) 내년 1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8%(1.26달러) 오른 46.7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2월물도 2.8%(1.39달러) 뛴 50.25달러에 체결됐다. 모두 지난 3월 이후 약 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특히 브렌트유가 올해 3월 초 이후 처음으로 50달러 선을 돌파해,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낙관론이 유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이 지난 8일 세계 최초로 미국 제약 업체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을 국민들에게 접종하기 시작한 데 이어, 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캐나다 등도 해당 백신에 대한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날 자문 기구를 소집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사용 승인을 논의했으며,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승인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원유 수요가 점차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PVM의 애널리스트인 타마스 바르가는 "유가 강세론자들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의 긍정적 경제 효과를 강하게 확신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유가 상승을 견인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라크 정부는 이달 8일 폭발물 테러로 카바즈 유전에 있는 유정 2개가 폭파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공습의 배후 세력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나, 이슬람 국가(IS)가 최근 아프리카·중동 지역 유전을 공격할 것을 시사한 바 있어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라크의 원유 생산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동 정세의 불안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한편 전날인 지난 9일 미국의 원유 재고가 지난주 약 1520만배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원유 수요 부진 및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데이터 상 착시 현상일 수 있으며, 쇼크도 단기로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날 프라이스퓨처스의 애널리스트인 필 플라얀은 "원유 시장은 미국의 원유 수입 데이터가 예외적인 사례라고 보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