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자가용 자율주행차 시대는 오지 않을 겁니다."

자율주행 기술 전문 기업 언맨드솔루션의 창립자이자 현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문희창 대표이사의 말이다. 광고나 영화를 통해 내다봤던 자율주행 경험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다. 자율주행차를 내차처럼 타는 세상은 꿈에 불과한 걸까.

그의 말은 사실 자율주행기술의 쓰임새와 관련된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버스, 택시, 공유차량 등 대중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에 국한돼 활발히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자가용의 공간은 없다는 파격적인 주장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 언맨드솔루션 집무실에서 만난 문 대표이사는 먼 미래이긴 하지만 자율주행차를 보편적인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시대가 찾아올 것으로 봤다. 일반 소비자들이 자율주행차를 ‘내 차’로 마련하지 않아도 실현 가능한 시장의 모습이란 관측이다. 다만 국내에 이 같은 시장을 구현하기 위해선 정책, 사업자 등 차량 또는 이동(모빌리티) 서비스를 공급하는 주체들이 전향적인 관점을 가져야 할 것으로 봤다.

문희창 언맨드솔루션 대표이사 겸 최고기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문희창 언맨드솔루션 대표이사 겸 최고기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자율주행 사업은 로컬 비즈니스, 토종기업 육성해야”

문 대표이사는 10년 넘게 언맨드솔루션을 이끌어오며 쌓아온 통찰력을 바탕으로 다가올 자율주행차 시장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었다. 문 대표이사가 떠올린 미래 자율주행차 시장의 장면 가운데 하나는 자율주행차와 기존 자동차가 함께 운행되는 모습이다.

그의 머릿속 자율주행차 시대엔 차량에 대한 소비 행태가 양분했다. 자율주행차를 집 앞으로 호출하거나 대중교통으로 운행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기존 차량을 꾸준히 타고 다니는 소비자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일정 구간까지는 자차로 이동한 뒤 이후 자율주행 수단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들마다 다른 자동차 이용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 시장 단면들이다.

문 대표이사는 “최근 고향에서만 생애를 보내며 장거리 이동하지 않고, 대중교통이나 공유 차량을 주로 이용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은 자차를 소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지내고 있다. 미래 세대 가운데 (공유차량을 비롯한) 대중교통으로서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일상적으로 이용한 시민들은 차에 대한 개념이 기성 세대와 비교해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반면 나를 비롯한 일부 다른 소비자들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를 꾸준히 선호할 것”이라며 “모든 자동차가 100% 자율주행차로 바뀌는 것은 사회 대통합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라고 내다봤다.

문 대표이사는 이 같은 소비 추세가 나타나는데 자율주행차의 본연적인 기능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자율주행차가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띈다는 것이 문 대표이사의 지론이다. 자율주행차에선 운전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실내 공간의 활용도가 더욱 확장된다. 다만 완성차 업체가 자율주행차 내부를 활용할 여러 방안 가운데 한 가지만 일괄적으로 제품에 적용하는 것은 시장성을 떨어트리는 결정이다. 소비자들마다 다른 형태나 기능을 갖춘 실내공간을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테러 등에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도 차량을 사유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완성차 업체나 정부가 양산된 개인용 자율주행차의 위치를 추적하거나 내부 탑승자 신분, 적재물 품목, 이동경로 등 개인정보를 확보·분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 같은 전망은 한편 모든 일반 승용차가 자율주행차로 바뀔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문 대표이사는 결국 자율주행차가 단순한 이동용 뿐 아니라 화물, 구급차 등 다양한 고유 목적을 가진 차량으로 개발돼 가는 쪽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 대표이사는 “자율주행 기술은 태초 불분명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차에 목적성을 불어넣고 새롭게 디자인되도록 기능하고 있다”며 “자율주행차 시장은 이에 따라 일반 소비자(B2C)보단 기업(B2B)이나 정부(B2G) 등을 대상으로 발달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문희창 대표이사가 언맨드솔루션의 순찰용 자율주행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문희창 대표이사가 언맨드솔루션의 순찰용 자율주행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자율주행차가 여러 목적별 제품으로 소량 생산되기 위해선 대량 일부 품목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대기업보단 중견 이하 규모의 기업들이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문 대표이사는 이를 위해 국내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근시안적 정책이 변화해야할 것으로 봤다. 해외에서만 투자처를 찾고 있는 대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쓴소리 하기도 했다.

문 대표이사는 “정부가 국가의 자율주행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특정 대기업을 집중 지원할 경우 넘치는 인력이나 부품 구매자금 등은 해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대기업의 R&D 예산을 국고로 지원해주느니 차라리 국영회사를 만들어 혁신적인 신차를 개발하도록 이끄는게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업 방향을 좌우하는 고위급 결정권자들이 한국 수준을 잘 모르니 해외만 바라본다.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리스크로 판단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로컬 비즈니스다. 해외에 대한 로망을 버리고 국내 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앞으로 토종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이 더 이상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