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그에 맞춰 캠핑 열기도 뜨겁다. 가족중심 레저문화가 확산되면서 캠핑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자칫 건강에 무리가 될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차갑고 울퉁불퉁한 맨 바닥에서의 잠이 요통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캠핑의 인기는 도심을 떠나 TV, 컴퓨터 등 문명의 혜택을 완전히 차단한 채 오로지 자연에만 의지해 가족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최근 KBS TV 프로그램인 ‘1박 2일’ 덕분에 캠핑족 사이에선 복불복 게임이 인기다. 이 게임을 통해 텐트에서 야외취침을 하는 모습은 중장년층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청소년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갑고 딱딱한 맨땅에서 잠을 자면 이튿날 누군가가 밤새 내 몸을 발로 밟은 듯 뻐근함을 느끼기 쉽다. 야외취침 뒤 나타나는 이러한 근육통과 요통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낮은 기온 때문이다. 여름이라고 하지만 산과 계곡, 바다, 강변 등은 쌀쌀하다. 기온이 떨어지면 허리 주위 근육이 수축되거나 긴장돼 굳어진다. 이 때문에 척추와 추간판을 보호해야 할 근육이 오히려 뼈와 신경조직에 부담을 주게 돼 허리 통증이 생긴다.

둘째, 혈액순환 장애다. 기온이 낮아지면 허리 근육이 차가워지고 굳어져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또다시 근육과 인대를 더욱 딱딱하게 만든다.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추간판 등에 영양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허리가 약해지거나 요통이 발생된다.

셋째, 딱딱한 바닥 때문이다. 몸을 누이면 척추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편안해진다. 그러나 누운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척추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텐트나 평상의 딱딱한 바닥은 눕는 자세를 흐트러뜨려 척추에 악영향을 미친다. 딱딱한 바닥에서 일어나고 눕는 동작이 몸에 충격을 주는 데다 허리와 바닥 사이에 공간이 생겨 척추의 S자 곡선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등과 엉덩이, 허리가 눌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근육이 경직돼 통증이 생기기 쉽다.

만약 야외취침 후 아침에 허리 통증이 느껴진다면 되도록 움직임을 자제하도록 한다. 모처럼 나온 휴가에 대한 흥분으로 통증을 느끼고도 무리해서 활동을 계속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칫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해당 부위에 핫팩 등으로 온찜질을 하면 근육의 긴장이 풀려 통증이 완화된다. 통증이 있는 부위가 부어오른다면 염증 때문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때는 온찜질 대신 냉찜질을 해야 한다.

단순 근육통이거나 증세가 심하지 않은 급성 요통은 이런 응급처지만으로도 이내 통증이 사라지지만, 캠핑을 다녀온 후에도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평소 만성 요통이 있는 사람이 춥고 딱딱한 야외에서 잠을 자면, 외부 환경의 충격으로 요통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피하도록 한다.

야외취침을 한 이튿날에도 상쾌한 기분을 느끼려면 몇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우선 바닥을 푹신하게 해준다. 산과 계곡, 해변 등에서 텐트를 칠 때 지면이 울퉁불퉁한 곳은 피한다. 그리고 2~3㎝ 이상 두께의 에어 매트리스나 요를 깔아 바닥을 푹신하게 해주어야 한다. 단열과 습기 방지를 위해 비닐이나 방수 깔개를 까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새벽에는 기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침낭이나 담요 등을 준비해 보온에도 신경써야 한다.

베개는 적당히 높은 것을 사용한다. 베개는 목의 곡선이 C자를 유지할 수 있는 3~4㎝ 높이의 적당히 단단한 것을 사용하도록 한다.

눈 뜨자마자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수면 중 뒤척이기는 하지만 6~7시간 정도 누운 자세가 유지된다. 고정된 자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척추가 딱딱하게 굳어 작은 자극에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일어날 때는 몸을 비스듬히 해서 바닥에 한쪽 손을 짚고 천천히 일어난다. 엎드려 자지 않는다. 잘 때 엎드려 자는 자세는 금물이다. 엎드려 자면 척추가 등 쪽으로 젖혀져 목과 허리에 압력이 가해진다. 취침 시에는 하늘을 향해 얼굴을 똑바로 하고 양발은 쭉 펴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손을 몸에 가볍게 붙인 자세가 가장 좋다.

그 밖에 아침 흡연, 모닝커피는 피한다. 흡연은 담배의 일산화탄소가 척추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디스크의 변형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뼈로 가는 무기질의 흡수를 방해해 척추의 퇴행성을 촉진한다. 커피도 뼈에서 칼슘을 빠져나가게 하므로 디스크나 인대 등이 손상받기 쉽다.

정종우 현대유비스병원(척추센터) 과장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전 튼튼병원 원장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임상교수

•신경외과 척추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