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꽃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 눈 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하늘하늘 처녀 허 같은 코스모스들이 빨강, 분홍, 연분홍 색색이 화장을 한 채 몸을 흔들며 파란 하늘 아래에서 자신을 봐 달라며 아우성들이다.

코스모스길 옆으로는 소금을 뿌린 듯 숨 막히는 메밀꽃밭이 어깨동무를 하며 대지를 덮고 있다.

경남 하동군 북천역과 주변 직전리 남바구 들녘에 가면 이런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코스모스와 메밀꽃 유명한 곳이 어디 북천뿐이겠냐마는 둘이 함께 어우러진 곳은 드물다. 그래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주말 찾은 북천역은 ‘코스모스·메밀꽃 축제’로 시골 장날을 연상시킬 정도로 북적이고 있었다.

경전선에 있는 기차역으로 진주에서 하동 가는 길, 다솔사역과 양보역 사이에 있는 북천역은 단층 슬래브 지붕의 전형적인 시골간이역이다.

진주역에서 30분을 달린 열차가 기적소리를 울리며 역사로 진입하자 철길 양옆으로 흐드러진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반갑게 손짓한다.

열차에서 내리면 역사를 감싸고 온 천지가 코스모스로 뒤덮여 있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역사 옆에 마련된 코스모스탐방로를 따라 꽃길 속으로 들어섰다.
철길은 물론 역 주변 전체가 코스모스 천지다. 역 건물도 대표적인 코스모스 색깔인 핑크색으로 칠해졌다.

역 너머 북천 들녘은 코스모스의 붉은색과 메밀꽃의 흰색, 수확기에 접어든 벼의 노란색, 지리산 자락의 초록색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북천역 코스모스는 역 직원들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일부러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길이가 무려 3㎞로, 직전리 남바구 들녘까지 연결돼 있다.
시골 외진 간이역인 북천역이 기적 같은 변신에 성공한 것은 지난해다.

평상시 하루 평균 이용객이 21명에 불과했던 시골역이였지만 지난해 열린 코스모스 축제 기간에는 무려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1431명으로 북적거렸다.


이처럼 대박을 터뜨린 것은 지역에서 열린 코스모스 축제에 북천역도 적극 참여해 기찻길에 정성스럽게 코스모스를 심고 역 건물도 코스모스 테마역으로 꾸며 차별화된 관광상품으로 변신하면서 전국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북천역은 축제가 유명해지자 역 이름을 아예 북천 코스모스로 바꿨을 정도다.
마산에서 왔다는 하영주(33)씨는 “코스모스와 기차역이 한 폭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화를 연상시킬 만큼 너무 환상적이다.”면서 “모처럼 가족과 함께 찾은 시골역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가 된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북천역을 나와 철길을 따라 코스모스의 인사를 받으며 남바구 들녘으로 향했다.
10여분을 걷자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연상시킬 만한 장면이 그대로 펼쳐진다.

남바구 들녘의 메밀밭은 강원도 봉평에 한참 못 미치지만 코스모스 군락과의 절묘한 색 조화는 봉평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다 너비 5m, 길이 150m의 조롱박터널은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터널을 지나 코스모스 군락 중간중간에 마련된 오두막에 앉아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가을 햇살의 따스함을 즐겨보는 것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여행메모

가는 길…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가다 판암IC에서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진입, 서진주IC를 나와 하동 방향 국도를 타면 된다. 기차는 경부선을 이용한다. 마산역에서 1시간50분, 진주ㆍ하동지역에서는 30분이 소요된다. 어른 기준으로 편도 요금은 마산 5500원, 진주·하동 2500원. 문의 055-883-7788

볼거리…하동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섬진강이다. 북천역에서 20여분만 달리면 섬진강에 닿는다. 또 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 최참판댁과 화개장터, 매화마을과 야생녹차밭, 청학동 삼성궁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북천(하동)=글ㆍ사진 아시아경제신문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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