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부동산/ 이것만은 알고 가라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인구 두 명 중 한 명이 귀농을 꿈꾼다. 올해 초 (사)귀농귀촌진흥회가 전국 8개 대도시 거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6%가 “귀농·귀촌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지난 2000년 1150세대 정도에 불과했던 귀농 가구는 10년 만에 6000세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장벽이 만만찮다. 대표적인 게 주거문제다.

1960년대부터 가속화된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은 농촌인구를 빠르게 감소시켰다. 사람이 없다 보니 복지 혜택에서는 점점 멀어졌다. 농촌, 산촌, 어촌 할 것 없이 식량자원 생산기지로 전락해 기능적이고 산업적인 차원의 정책만 남게 됐다. 주거복지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이 몰리는 도시 빈민층의 주거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한산한 농어촌의 주거문제는 항상 뒷전으로 밀렸다.

귀농·귀촌 수요가 높아지는 분위기 속에서 농어촌의 주거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11년 농업인재개발원이 도시민 1084명을 대상으로 ‘농어촌으로 이주할 시 가장 필요한 정책 지원은 무엇인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20% 정도가 ‘주택이나 토지에 대한 정보 제공’을 꼽았다. 이는 정착자금 융자(4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경제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살아갈 집과 땅을 물색하는 데 필요한 지원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으로, 시골에서 집구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 의미한다. 올해 초 (사)귀농귀촌진흥회가 귀농·귀촌을 꺼리는 이유를 조사했는데, 응답자의 15%가 ‘주거문제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및 지자체가 도시용 주거단지를 농어촌 지역에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전원마을 조성사업이나 농어촌 뉴타운 사업 등을 통해 농어촌으로의 인구 유입을 지원하려 했던 것.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09년부터 단양, 장수, 고창, 장성, 화순 등 5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농어촌 뉴타운 조성사업’에 1148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한 지역당 평균 140호 규모로 주거 단지가 조성됐다(2010년 기준). 시·도 지자체나 한국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에서는 농어촌 정비법에 의한 ‘전원마을 조성사업’을 진행하며 주택 공급과 주거 관련 복지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전원마을 사업지구는 전국 120여 개소에 분포하고 있으며, 주거 규모는 평균 33호 정도다(2011년 기준).

하지만 이 같은 신규 주거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평가는 회의적이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 지난 2009년 강원도의 모 지역으로 귀농한 A씨는 마을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전원주택 단지를 매입해 들어왔다. 산이 있는 땅을 택지로 전용하여 개발한 곳이었다. 가뜩이나 적응이 힘든 귀농인에게 마을과 격리된 주거단지는 최악의 입지조건이었다. 기존 주민 공동체와의 교류는 기대하기 힘들었고, 기존 주민들이 갖는 위화감으로 텃세의 강도만 높아졌다. 농촌에서의 고립감을 이기지 못한 A씨는 일 년도 안 돼 귀농생활을 정리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11년 농어촌 주민 7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3.5%의 주민이 “마을 거주 귀농인의 지역사회 활동 참여 정도가 소극적”이라고 답했다. 이런 인식 속에서 기존 마을과 공간적으로 분리되는 신규 주택단지가 반가울 리 없다. “우리 마을에 사람이 들어온다”는 반가움보다는 “외지인 때문에 우리 마을의 산을 깎고, 땅을 판다”는 반목이 더 클 수 있다. 결과적으로 농촌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할 귀농·귀촌이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마는 것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귀농·귀촌이 늘고 있다 해도 기존 마을은 여전히 노동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자칫 기존 마을은 퇴락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도시민들의 전원주택만 속속 들어서는 이중적인 양상이 보편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귀농·귀촌현상이 농어촌 지역사회와 상생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형태 주거 경험이 귀농 적응도 높인다

하지만 농어촌 이주에 대해 막연한 계획만 가지고 있는 예비 귀농인에게 전원주택은 선호도 1순위다. 2011년 농업인재개발원의 설문조사 결과 50.9%의 예비 귀농인이 “(귀농 이후)신규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한 번 이상 귀농·귀촌을 실행해본 경험자들에게서는 그 답이 좀 더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신규로 조성한 전원주택(36.3%)에 한정되지 않고, 빈집을 수리해서 사용한다거나(18.9%), 전월세 등 임대를 선택하겠다는 답변(17%) 등이 고르게 나왔다. ‘친인척 주택에 거주할 것’이라는 응답, ‘임시거처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 등 (귀농)미경험자에 비해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주 준비가 구체화되고 실제 이주를 결행하는 단계에 이른 도시민들은 주거에 대한 대안을 다각도로 검토한다는 얘기다. 전남 구례의 한 귀농인은 “본격적인 귀농 전에 무턱대고 농지와 주택을 구매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임시로 정착해 적응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07년 조사 결과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농어촌 이주 준비 정도에 따라 ‘구체적인 준비’, ‘어느 정도 준비’, ‘준비 없음’ 등 세 그룹으로 나눠 ‘선호하는 마을 형태’를 조사했는데, ‘구체적인 준비’ 그룹은 ‘기존의 농촌마을(57.1%)’을, ‘준비 없음’ 그룹은 ‘별도로 조성된 마을(40.5%)’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혁 민들레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귀농 희망자는 초기 단계에서는 기존마을에서 적당히 떨어진 집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며 “다양한 온라인 카페에서 지역 주민과의 갈등 사례를 많이 접하고, 마을 안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생활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귀농·귀촌인들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이 갖고 있는 다양성을 공동체 안에서 생각해야 하며, 주거문제는 단순한 주택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문제로 인식해 대응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전원마을 조성사업에서 20호 이상의 단지 규모로 ‘공급’에 연연했던 데서 벗어나 5~10호 이내의 소규모 주거지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농·산지를 부지로 활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기존 농어촌 마을과 접한 곳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야 할 땅과 빌려야 할 땅, 따로 있다?

농촌 거주자에게 부동산은 주택 이상을 의미한다. 생업을 일궈 나갈 농지까지 확대하면 고려의 폭은 더 넓어진다. 특히 농어업에 대한 자신감이나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택에 많은 귀농자금을 투입하면 농지 구매는 힘에 부치게 된다. 이주 초기에 단기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농업의 특성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농촌에서 땅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칫 지역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은주 전국귀농운동본부 간사는 “시골의 땅은 한 평마다 의미와 역사, 사연을 가지고 있고 시골 사람들은 이를 굉장히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귀농자들의 무분별한 토지 구입이 배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부동산과 텃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은 구입할 땅과 임대할 땅을 구분해 접근하는 방식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하면 진입 초기 부담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시골에서는 땅의 명의를 자식들에게 양도한 뒤 임대하려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했다. 농경을 위해 임대를 노린다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주(地主)’의 땅에 대한 각별함은 임대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땅을 제대로 경작해 줄 사람에게 빌려주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 다시 말하면, 농사 초보자에게 배당되는 땅은 ‘좋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한 귀농인은 “초보 농부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임대 농지는 보통 농사짓기 어렵고 힘든 땅이 많다”고 한다. 만약 동일 지역 내에 유난히 값싼 땅이 있다면 속속들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진입로가 없다든가, 농사지을 땅이 아니라든가 하는 ‘싼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손이 달려 땅을 줄이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임대로 내놓는 땅은 농사짓기 가장 힘든 땅이다.

임대료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임대료에 웃돈을 얹어주면 초보 농부라도 좋은 땅을 구할 수 있다. 문제는 ‘고가의 임대료가 (농업의)수지를 맞출 수 있는가’다. 또한 관행으로 굳어진 지역의 임대료를 무시하고 프리미엄을 붙일 경우 다른 임대 농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투자비를 아끼겠다고 무조건 임대를 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작물에 따라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땅도 있다. 시설작물이나 과일나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친환경농업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이 경우 살아있는 땅을 사든가, 살아있게 만들어야 한다. 구매를 하는 게 가장 좋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소한 장기임대를 하는 것이 좋다.

경북의 한 귀농인은 “농촌에서의 거래는 도시와 다르다”며 “단기든 장기든, 계약서를 쓰고 도장을 찍었다고 해도 추후에 법이나 행정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라고 말했다. 도시적인 방식의 계약을 너무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 농촌 지역에서의 부동산 거래는 도심과 다소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두는 게 좋다. 공동주택이 밀집해 있고 부동산 중개업소가 많은 도시와 달리 농촌에서는 주택 정보를 수집하고 매매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수요자가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주택 시장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의 한 귀농인은 “집을 구하기 전에 임시로 정착하면서 적응력을 높이려고 했는데 임시로 거주할 빈집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고, 아무에게나 팔지도 않았다”며 “집과 땅을 구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은 현지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은주 전국귀농운동본부 간사는 “도시에 살던 사람이 (농촌)부동산과 관련해 가장 크게 오판하는 부분이 ‘부동산 사무실을 찾아가서 구하면 된다’는 생각”이라며 “시골에는 부동산이 없어 입에서 입으로 계약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장을 통해 계약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귀농 주거 관련 지원 어떤 것들이 있나

정부는 지난 2009년 ‘귀농·귀촌 종합대책’을 수립한 이후, 2012년에 ‘농어업농어촌식품산업기본법’으로 귀농·귀촌과 관련된 지원근거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98개 지자체에서도 관련 조례를 제정하여 정부 정책에 힘을 더하고 있다. 농업인재개발원은 “지자체가 별도의 예산을 투자해 귀농·귀촌인에 대해 정착 장려금이나 이사 비용 등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귀농인을 위한 다양한 주거 환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농촌의 빈집 정보를 조사 및 정비한다거나 자체적으로 주택개량 사업을 펼치는 등 다양한 임시거처 확보에 나서고 있는 지자체도 많다.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책은 ‘창업농’이 중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방향을 맞추고 있다. 먼저 농림축산식품부는 창업 및 주택구입에 최대 2억4000만원을 3%의 저리로 융자해 준다. 작년 한 해 동안 이 부분에 6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4000만원이 배정된 주택마련 지원의 경우, 읍․면지역 중 상업지역 및 공업지역을 제외한 지역이 대상지로, 대출대상 주택은 세대당 주거전용면적 150㎡ 이하인 주택이다. 다가구·다세대형 주택도 허용된다(창고, 부속사, 보일러실 등은 주거전용면적에서 제외). 이와는 별도로 전원마을 조성사업에도 507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국회에서는 주택관련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올해 초 ‘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한 정부예산의 효율적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취득세 등 불합리한 세제 개선을 위해 ‘지방세특례제한법’에 예외규정을 두고 전원마을사업의 시행규모를 20세대에서 10세대로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별로 흩어져 운영되던 귀농·귀촌 지원 업무도 지난해 3월부터 일원화됐다.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를 통해서다. 이 밖에도 민간에서는 주요 포털 사이트에 귀농·귀촌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1000여 개의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농촌 부동산 구입 TIP!

살아보고 구입해도 늦지 않다”

 

➀ 반드시 겪어본 후에 구입하라!

전남 영암군의 한 귀농인은 “농촌에서는 도시와 달리 단기간 내에 주택이나 농지를 처분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살아보거나 경작해본 후에 구입해야 한다”며 “적응하지 못해 반값에 처분하고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였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빈터가 적지 않으므로 그런 땅을 시험적으로 사용해봐야 좋다는 얘기다. 이은주 전국귀농운동본부 간사 역시 “땅부터 털컥 사지 말고 임대를 하거나 상황을 파악한 후 ‘사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 때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➁ 발품과 눈도장은 필수!

도시인에게 농촌은 그야말로 생소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많은 마을 주민이나 기존 선배를 만나 조언을 구해야 한다. 이은주 간사는 “시간을 많이 들이면 들일수록 좋다”고 한다. 발품을 많이 파는 것도 필수다. 농민들이 양질의 땅을 단번에 임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팔려고 내놓은 집이라도 ‘내 아들이 내려와 살기로 했다’는 등 핑계를 대며 내주기를 꺼려하기도 하는데 막상 친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내놓는 경우도 있다. 전남의 한 귀농인은 “귀농 지역이 정해지면 일단 마을 이장을 찾아가서 주거 문제를 논의하는 게 좋다”며 “이 과정에서 농사일도 배우고, 지역 특성에 맞는 작물도 추천받으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➂ 농업활동 여건, 특히 도로를 확인하라!

지적도상 도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의 농업은 대부분 기계로 이뤄지기 때문에 길 없는 농지는 남의 땅을 기계로 가로질러야 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특히 비탈밭 같은 경우 실제 가용할 수 있는 면적이 보기보다 적을 수 있고, 평탄화 작업을 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든다. 되팔 때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덧붙여 농공단지 주변지역을 고르면 주말이나 아침저녁에도 농사가 가능하다.

➃ 온라인 정보에 주목하라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에서는 귀농·귀촌의 기본적인 절차부터 멘토링 서비스, 현지 정보까지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온비드’( www.onbid.co.kr) 같은 인터넷 공·경매 사이트를 이용하면 접근하기 어려운 현지의 매물·임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또한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귀농귀촌 교육’, ‘귀농카페’, ‘귀농모임’ 등 1000여 개가 넘는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도 귀농·귀촌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