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식욕이 떨어지고 속이 쓰리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위산 또는 위액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일으키는 증상으로 식도 곳곳이 헐거나 염증이 생기며 심하면 식도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규칙적이고 고른 식단의 올바른 식사습관이 답이다.

낮기온이 30도를 육박하면서 찾아온 때 이른 무더위가 본격적인 여름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

여름철이 되면 식욕이 떨어지고, 불규칙한 식생활로 속이 쓰리는 경험을 대부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주 신물이 넘어오거나 명치나 식도가 타는 듯 쓰리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나 십이지장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점막에 손상을 주는 질환으로 심하면 식도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보통 위산이 넘어와 속이 쓰리다고 표현하는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 십이지장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증상을 일으킨다. 이중에서도 역류성 식도염은 위 속에 있어야 할 위산 또는 위액이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이 지속돼 식도 곳곳이 헐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위식도 역류  질환 중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질환으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역류성 식도염’ 진료 실태를 분석한 결과 환자수가 2001년 49만8252명에서 2008년 205만9083명으로 8년간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느낌이나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 잦은 트림, 올라오는 신물, 신트림, 속 쓰림, 삼킴 장애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통증이 낮보다 밤에 심해진다.

위식도 역류 질환을 일으키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식도나 위의 해부학적인 기형이 있거나 위와 식도 사이에 위치하는 하부식도 괄약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주로 발생한다. 괄약근은 특정 기관의 개폐에 관계하는 일종의 밸브 역할을 하는 고리 모양의 근육으로,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에만 열리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느슨해지면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고, 역류한 위산이 식도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식도 역류증 환자는 상당수에 이르지만 실제 병원을 찾는 경우는 극히 적다. 하지만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역류성 식도염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위산이 식도를 지나 기도까지 넘어가면 만성 기침을 하게 되거나 목이 쉴 수 있고, 후두염, 천식 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식도가 오랜 시간 위산에 노출되면 식도와 위 경계부위에서 식도조직이 위 조직처럼 변하는 바렛 식도(장기간 식도가 위산역류에 노출되어 생긴 식도조직의 비정상적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바렛 식도는 식도암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재발이 흔하고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증상이 심해지면 통증 때문에 식사나 수면 등 가장 기본적인 삶의 질이 떨어지므로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역류성 식도염은 내시경 검사를 통해서 진단한다. 최근에는 수면내시경으로 환자의 고통을 줄일 수 있으므로 역류성 식도염이 의심되면 내시경 검사를 꼭 받는 것이 좋다.

가슴 쓰림과 산 역류 등 전형적인 위식도 역류 질환 증상을 호소하지만 역류성 식도염과 달리 내시경 검사상 식도의 점막 손상이 관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 질환으로 이때는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24시간 식도 산도 검사를 통해 식도내의 산도를 직접 측정한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되면 약을 복용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거나 위식도운동촉진제, 위점막보호제 등을 환자의 증상별로 조합한 약물요법으로 2개월 정도 치료한다. 하지만 약물을 끊으면 증상이 자주 재발하여 수년 이상 약물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 경우, 식도 협착, 바렛 식도 등의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에도 식도확장술이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역류성 식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액을 포함한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위 속 내용물이 역류가 잘되는 경우는 식도 괄약근이 약해진 경우, 위 속 내용물의 양이 많은 경우, 위 내용물이 위식도 연결부위에 위치하는 경우, 위에 제공되는 복압이 높아지는 경우 등이다. 예방을 위해선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하다.

첫째, 고지방 식품의 섭취를 줄인다. 고기나 기름기 많은 식품, 튀김류, 지방이 많은 식품을 섭취할 경우 음식의 위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복압을 상승시켜 위산의 역류가 일어나기 쉽다.

둘째, 과식을 피한다. 과식하면 위 속 내용물의 양이 늘어나 위산 분비가 증가되고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배출되는 시간이 길어져 식도로 역류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셋째, 음주와 흡연은 피한다. 알코올, 커피 등의 음식은 위액 분비를 촉진시키고, 위액의 양 증가는 바로 위액 속 위산의 증가로 이어져 역류의 기회를 제공한다. 흡연 역시 식도 괄약근을 약화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넷째, 식후 바로 눕는 행동이나 취침 전 야식을 먹는 습관을 피한다. 음식을 먹고 바로 눕거나 구부린 자세를 취하면 위 속 내용물이 위식도 연결부위에 위치하게 된다.

취침 시 상체 부위를 약간 높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반 침대에서 상체를 높이고 자는 것이 쉽지 않지만 베개나 쿠션, 이불 등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다섯째, 뚱뚱한 사람은 체중을 단 몇 kg이라도 줄이는 것이 좋다. 복부 비만인 경우, 복부 지방이 복압을 높여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복압을 낮추기 위해 체중을 줄이고, 허리띠를 꽉 졸라맨다든지 꽉 끼는 바지를 입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김정호 현대유비스병원 내과 과장

·의학석사, 소화기내과 전문의

·소화기 치료내시경 전문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외래교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정회원

·대한소화기암학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