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경영

시를 활용한 SWOT 분석

벽에 나를 붙인다
떨어지지 않게 조심 조심

우툴두툴한 배경이
불안하다

남들과 같이
평평한 곳이면 좋겠는데
하필
이런 곳에 붙다니

그나마 떨어지면
바삭바삭
깨져버릴까 봐
숨도 못 쉬고
붙어 있다
- 심미균 <민무늬 타일>

잘 알다시피 기업에서 SWOT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내부 환경에서의 제품 강점과 약점, 그리고 외부 환경에서 오는 다양한 기회와 위협을 분석하여 효과적인 시장 공략 방법을 수립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SWOT분석도 시를 활용해 할 수 있다. 제품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기회와 위협 요소를 시 형식으로 써서 활용하는 것이다. 시 형식이라 함은 아마추어의 시 쓰기이니 완전한 시가 아님을 전제로 한 표현이다.
이러한 주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신미균 시인의 시 <민무늬 타일>로 보자. 이 시는 시인이 아예 ‘민무늬 타일’로 변한다. 즉 민무늬 타일을 의인화해 그 의인화된 대상으로 시인의 마음을 집어넣은 것이다.
그러고는 자신이 벽에 붙어 있는 모습을 그려낸다. 평평한 곳에 붙어 있으면 떨어질 염려가 없을 텐데 벽에 붙음으로 해서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이 부서질 가능성이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게 된 배경에는 타일이라는 시적 소재, 즉 사물을 의인화해 자신과 일체화한 때문이다.
이 시가 어떻게 SWOT분석과 연결될까. 벽에 붙인 타일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는 것은 그동안 떨어지는 단점을 가진 타일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니 떨어지지 않는 타일을 만드는 것이 시장에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는 길이다. 이것이 상품 개발 콘셉트다. 이러한 상품이 개발되면 구매에 만족할 수 있는 상품 퍼포먼스로 이어진다.
이 시는 SWOT분석의 단점으로 연결됐지만 장점을 쓴 시였다면 그 내용에서 새롭고도 구체적인 강점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연구인력이나 전 직원이 상품의 장점과 단점을 시 형식으로 써본다. 그러면 그 시의 내용에 따라 어떤 점을 부각해야 하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더불어 외부 상황의 위협적인 측면과 기회적인 측면을 의인화해 각각 쓴다. 이를 종합 분석하면 가격과 판매 규모는 물론 마케팅 조직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판매전략과 홍보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기초 자료가 나오게 된다. 시를 쓰는 재미와 감성, 그리고 분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가능한 것은 모든 제품이 인간을 위한 것이고, 인간이 사용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데 있다. 따라서 제품을 의인화해 제품의 입장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담아내 보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고 실용적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시를 전혀 알지 못하는 필자의 지인에게 ‘강력접착제’라는 제목을 주고 강력접착제를 사람으로 생각해 장·단점을 적으라고 했다. 그가 쓴 장점의 일부다.
“너는 세상의 모든 물건을 붙일 수 있는 물약 / 부러진 것들을 붙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너는 물이지만 불처럼 뜨거운 사랑을 갖고 있어 // 아, 너는 세상을 붙여주는 뜨거운 사랑이야”라고 썼다.
앉은 자리에서 너무도 쉽게 쓴 시 형식의 글에서 강력접착제라는 제품이 물건을 붙이는 상품이 아니라 세상을 붙여주는 ‘뜨거운 사랑’이라는 철학을 찾을 수 있었다. 상품이 아닌 철학을 판매한다는 의미의 홍보 전략이 가능했다. 제품에 대한 정체성과 자부심도 보았고, 이에 맞는 슬로건도 나왔다. 시의 힘이다.
황인원 시인·문학경영연구소 대표

이재훈 기자 huny@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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