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사는 법●

명함은 당신의 얼굴이다

사회생활에서 명함은 개인의 얼굴로 사회적 위상을 반영한다.
명함, 어떻게 하면 나를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홍보도구로 100% 활용할 수 있을까. 평범하게 묻고 묻히는 명함 홍수 사이에서 톡톡 튀어 살아 숨 쉬는 명함 지존들의 지혜를 훔쳐보자.
자신의 일을 새롭게 정의해 집어넣거나, 간단한 한 줄 문장으로 정리한 명함은 그 사람에 대한 ‘감’이 팍 들어오게 한다. 압축적인 미션과 비전을 집어넣기 위해선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한 정리정돈 정의가 되지 않고선 힘들다.
심재덕 세계 화장실 협회회장은 잘 알려진 화장실문화 전도사다. 그는 ‘미스터 토일릿(Mr. Toilet)’이라는 별명을 이름 석 자 위에 함께 표기한 명함을 갖고 다닌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의 명함에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들을 돕습니다’라는 구절이 쓰여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구호는 강렬하더라도 직함은 단순하게 하라는 것.
일본 저명 작곡가 미요시 아키라의 단순한 명함 이야기는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그의 환영 만찬에 초청받은 한국 측 한 인사는 미요시의 명함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받아보니 하얀 종이 위에 한자로 쓴 검정 글씨는 단 두 줄뿐이었다. ‘일본예술원 정회원 미요시 아키라’가 전부였다. 그 순간 명함 주인의 단아한 인품과 일본 예술원의 높은 위상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이처럼 단순한 명함이 오히려 나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다. 단 명함 모양은 개성적으로 만드는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할 수 있다.
내가 만난 모 광고회사 직원의 명함은 바탕이 빨간색에 흰 글씨였다. 그의 명함은 아무리 두꺼운 명함철에서도 한번에 찾기에 편리하다. 네 장 정도의 책으로 만들어 넘겨가며 볼 수 있도록 명함을 만든 출판사 직원의 명함 마케팅도 인상적이었다.
명함 만들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구성하고 개성적으로 만들되 많은 이야기를 담으라.
전략적으로 만든 명함은 자신의 위상을 프레젠테이션하는 역할까지 한다.
얼마 전 국내 벤처기업 1세대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을 만날 일이 있었다. 그가 명함을 바꿨다고 새로 내놓는 것을 보니 ‘네이버 조현정’이라 쓰여 있었다. 자신에 대해 자세한 사항은 포털 네이버를 치면 나온다는 아이디어, 자신만만하면서도 신선했다.
자, 명함 한 장만으로도 나에 대한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가. 내용, 스타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상대를 배려한 맞춤형 전략이다. 리바이스 청바지도 고객의 사이즈에 일일이 맞춘 맞춤형이 뜨고, 노르웨이 한 맥주회사는 맥주상표 라벨에 고객의 얼굴사진을 넣어주는 아이디어를 고안,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사람의 마음을 사기 위해선 이 정도의 정성은 필수다. 명함의 세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일을 하다 보면 세계 각국 인사들을 만날 일이 많다. 그럴 때 상대국 인사가 한글 명함을 내밀면 참 센스가 있고 고맙게 느껴진다.
특히 비영어권 국가인 경우엔 발음하는 것 자체부터 어렵다. 한글 명함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글 발음을 자신의 나라 철자 옆에 써놓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또한 갸륵한 정성이 느껴져 감동한 경험이 있다.
외국에 갈 때는 그 나라 철자로 된 명함을 별도로 꼭 챙기라. 꼭 외국 명함뿐만은 아니다.
이상철 광운대총장은 장애인 협회장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다. 그분의 협회장 명함은 점자로 만들어져 있는데 상대의 입장을 배려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명함, 단순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당신을 대변한다. 지금 당신이 갖고 있는 명함은 당신을 프레젠테이션하기에 충분한가. 명함 한 장에 개성을 담뿍 담아라. 상대가 눈여겨보게끔 만들어라. 명함은 당신의 얼굴이자, 필살의 5초 메시지이다.

김성회 (blizzard88@naver.com)
■ 연세대학교 국문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세계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현재 강남구청 공보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준비하는 미래는 두렵지 않다》 《CEO의 습관》이 있다.

김진욱 기자 action@ermedia.net


키워드

#리더사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