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듯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름이다. 막걸리의 대중화 및 세계화의 첫걸음은 보통명사인 그냥 막걸리여서는 안 된다.

어떤 막걸리인가가 중요하다. 즉 이름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냥 한국 사람이 아니라 김아무개나 박아무개와 같이 그 사람을 지칭하는 정확한 이름이 있어야 하듯 막걸리도 그러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막걸리는 서울에서 나오는 지역명에다 막걸리 이름을 붙인 것이 고작이었다.

둘째는 막걸리의 질이다. 그냥 우리가 아는 막걸리뿐 아니라 막걸리를 기본으로 한 다양한 접목 작품이 나오면서 고급화를 이루고 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곳이 있다. 홍대 앞에 있는 <친친>이라는 막걸리 집이다. 영화감독 출신의 주인장이 만든 이 집의 메뉴부터 보자. 대통령의 막걸리라는 제목 밑에는 ‘배다리쌀 막걸리’(경기도 고양), ‘소백산 대강 막걸리’(충북 단양)

‘소백산 대강 오곡 막걸리’(충북 단양), ‘덕산 막걸리’(충북 덕산), ‘산성 막걸리’(부산) 등이 있는데 메뉴판에 각각 박정희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등이 음용했다고 설명돼 있다.

이외에도 ‘송명섭 찹쌀 막걸리’는 물론이고 ‘배해정의 부자 생술 막걸리’, ‘친친 샤베트 막걸리’, ‘생메론 막걸리’, ‘금산수삼 막걸리’, ‘인도차이나 코코넛 막걸리’, ‘에스프레소막걸리’ 등 이종 간의 접목으로 새로운 맛을 가진 여러 이름의 막걸리들이 자신을 좀 먹어달라고 애교스러운 다툼을 하고 있다.

거기다 안주는 ‘섬진강 가을전어를 전남신안 소금으로 구운 가을여행’ 등 대단히 시적으로 표현돼 있다. 말하자면 그동안 보통명사로만 돼 있어 가치 없이 보이던 막걸리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임으로써 각각의 막걸리에 존재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국내 처음으로 막걸리가 막걸리 전문점에서 자신의 이름을 갖고 소비자를 만나게 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노자 첫머리에 ‘유명만물지모(有名萬物之母)’라고 돼 있듯 이름이 있어서 만물이 태어나게 됐다. 이름이 없으면 존재는 하되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춘수 시인이 <꽃>이라는 시에서 말하듯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것이 이름을 불러주니 꽃이라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된 것처럼 이름은 곧 탄생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막걸리는 제대로 된 이름 하나 없이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다.

일일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 10여종이 함유돼 있고, 발효주인 덕분에 효모와 유산균도 많으며, 항암 효과도 있다고 하는 대한민국의 전통주 막걸리의 세계화에 앞서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할 것이 이제야 이뤄진 듯하다.

박성룡 시인의 <풀잎>이라는 시 역시 이름의 중요성을 드러내고 있다. 시인은 풀잎이라는 이름이 아름답다고 단언한다.

이유는 이름을 부를 때 휘파람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기분 좋을 때 휘파람 소리와 같은 이름을 부르다 보면 몸과 마음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된다고 한다. 아름다운 이름에는 마음과 몸까지 동화되는 것이다.

어떤 이름을 갖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이름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 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시다. 막걸리 이름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름도 이러한 측면을 잘 살펴야 하지 않을까.

황인원 시인ㆍ문학경영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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