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그들의 나침반은
용기와 희망이었다

《불굴의 용기》
- 스티븐 앰브로스 지음 - 박중서 옮김
- 뜨인돌 펴냄 - 3만8000원

발문
최초로 미국 대륙 횡단에 성공한 루이스와 클라크 원정대의 흥미진진한 모험담…불굴의 용기와 신념으로 전인미답의 1만2875Km 주파

1776년 7월4일 독립선언 당시, 13개 식민주로 이루어진 대서양 연안 국가에 지나지 않았던 신흥국가 미국.
스물일곱 번째 맞는 독립기념일인 1803년 제3대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의 나폴레옹으로부터 루이지애나(지금의 루이지애나주와는 다름)를 1500만달러라는 헐값에 사들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오늘날 미국 영토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이 광대한 땅을 매입함으로써 제퍼슨은 국토 면적을 단박에 두 배로 늘렸다.
제퍼슨이 사들인 루이지애나는 아칸소와 텍사스 북동부 중 일부, 오클라호마와 콜로라도 동부, 미네소타, 아이오와, 몬태나, 워싱턴, 오리건주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으로 미시시피강 서부 대부분 지역을 포괄하는 규모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땅을 판 나폴레옹도, 그 땅을 산 제퍼슨도 루이지애나라는 영토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워낙 방대한 넓이에 미국인들에겐 대부분 전인미답의 미개척지였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그곳에 대한 조사가 절실한 실정이었다.
제퍼슨은 이런 미지의 땅을 개척하기 위해 원정대를 파견하기로 결정하고 개인비서였던 메리웨더 루이스와 그의 군 동료였던 윌리엄 클라크를 공동 지휘관으로 임명한다. 원정대는 1804년 5월 세인트루이스를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한다.
새 책 《불굴의 용기》는 이후 2년 반에 걸친 루이스와 클라크 원정대의 미 대륙 개척 여정을 미국의 역사학자인 스티븐 앰브로스가 재현한 책이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로키산맥을 넘어 오리건까지 장장 8000마일(약 1만2875km)에 달하는 원정대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미주리강 상류의 강한 물살에 휩쓸리기도 했고, 무시무시한 회색곰과의 싸움, 카누가 전복될 뻔한 위기, 그리고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강의 분기점에서 자칫 길을 잘못 들 뻔 한 사건 등 갖가지 역경을 극복하며 탐험을 계속했다.
최대 고비는 대륙분수계(Continental Divide)에 올랐을 때였다.
“우리는 분계능선의 꼭대기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이다호와 광대한 북서제국을 바라본 최초의 미국인이 될 일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능선 꼭대기에 올라보니 우리가 예상한 커다란 강도, 남태평양까지 이어지는 탁 트인 벌판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눈에 덮인 높고 어마어마한 산맥이 앞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었다.”대륙분수계만 넘으면 컬럼비아강이 나올 것이고 바로 태평양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능선에 오른 원정대의 눈에 비친 것은 거대한 로키산맥이었다.
루이스와 클라크의 원정에 후세 사람들이 감히 ‘위대한’이라는 말을 붙여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여기에서부터다.
본래의 계획이나 예상과는 완전히 어긋난 위기를 맞은 루이스와 클라크는 ‘처음 보는 거대한 산맥을 넘어 계속 전진’을 결정한다.
천신만고 끝에 로키산맥을 넘어 그토록 고대하던 컬럼비아강에 도달해 배를 타고 하류로 향한다. 그리고 1805년 11월20일, 무려 2년 반 만의 여정 끝에 4000마일을 주파하며 미국 역사상 최초의 대륙 횡단에 성공한다.
저자는 치밀한 고증으로 이들의 여정을 꼼꼼하게 서술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장면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책은 원정대의 흥미진진한 모험과 함께 미국 건국 초기 인디언들의 모습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디언들은 때론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고 곤란에 빠진 원정대의 처지를 이용해 이득을 얻으려는 ‘나쁜 이웃’으로 묘사되지만, 결국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결정적인 도움을 줘 원정대가 고비를 넘도록 하는 친구로 그려지기도 한다.
책은 이외에도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다. 원정대에서도 가장 특별한 인물이었던 노예 요크와 사카가위아에 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령 요크에 얽힌 이야기는 이후 60여년이 흘러서야 비로소 종식되는 노예제도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인디언 여성 사카가위아의 이야기는 이 모험담에서 가장 인상적이며 안타까움을 던져준다. 본래 로키산맥 인근에 사는 쇼쇼니족 출신이었던 그녀는 미주리강 중류의 히다차족에게 잡혀와서 결국 백인 교역상 샤르보노의 소유가 된다.
이후 샤르보노가 원정대에 참여하면서 함께한다.
원정 도중에 그녀는 통역과 안내 말고도 갖가지 자질구레한 일을 담당하며 원정대의 일원으로서 크게 기여한다. 사카가위아는 1999년 미국 1달러 동전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들 요크와 사카가위아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는 책의 곳곳에 자주 등장한다. 태평양에 도착한 원정대는 겨울을 날 곳을 결정해야 했다. 두 지휘관은 대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때 흑인 노예인 요크도, 인디언 여성 사카가위아도 원정대의 일원으로 의견을 밝혔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과 여성이 투표를 한 셈이다.
저자는 “원정대가 귀환한 1806년 이래 지금까지 루이지애나 구입이나 루이스와 클라크의 원정으로 이득을 보지 않은 미국인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들의 여정은 “초강대국 미국의 기틀을 만들어낸, 역사상 가장 놀라운 모험담”이라고 말했다.
책 제목 ‘불굴의 용기(Undaunted Courage)’는 제퍼슨이 루이스에 대해 썼던 문장 첫 구절인 ‘불굴의 용기를 지니고(of Courage Undaunted)’에서 따온 것이다.
아시아경제신문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키워드

#북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