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양산업 제패 나선 ‘바다 사나이’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1982년, 참치가 어떤 생선인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캔 제품이라곤 꽁치 통조림뿐이던 당시 국산 참치캔 제품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소비자에게 ‘고급 식품’ ‘건강식품’의 인식을 심어준 결과, 현재 동원참치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고등학교 은사의 영향으로 ‘바다에 미래가 있다’고 믿었던 그는 바다 사나이가 되기로 결심한다. 부산수산대(현 부경대)에 입학했고 졸업을 앞두고는 국내 첫 원양어선인 ‘지남호’의 항해사가 됐다. 3년 만인 26세에 선장의 자리에 올랐고 남태평양 사모아에서 매번 최대 어획고를 올리며 업계 내 유명 인물이 됐다.

그러더니 1969년 바다식량을 개척하겠다며 자본금 1000만원으로 동원산업을 창업했고, 이후 동업산업을 동원그룹으로 키웠다. ‘마도로스’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것도 모자랐나 보다. 무역과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해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냈고,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으로도 뛰었다. 또 지난해 10월 세계해양포럼조직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한국의 해양력을 키우고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제 김 회장은 대한민국의 글로벌 해양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본격적인 그룹의 글로벌 경영 가속화에도 집중한다. 미국 캔참치 1위 회사인 스타키스트에 이어 아프리카 최대 수산가공 업체인 SNCDS를 인수하는 등 유럽시장에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수산업체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며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엔 동원F&B가 중국 ‘광명그룹’과 손잡고 중국 참치캔 시장 진출에 나섰다.

글로벌 해양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김 회장은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공을 들인다. 각종 장학금 지원을 위해 세운 동원육영재단을 통해 지난해부터 대학생 대상의 해외체험 활동 지원 프로그램 ‘동원 글로벌 익스플로러’를 운영하는가 하면, 외국어에 능통하고 글로벌 감각을 갖춘 해외근무 인재 공개 채용을 첫 시도했다.

그런데 요즘 해외 쪽에 다소 잡음이 있는 듯하다. 최근 2년간 동원산업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해역에서 실시한 조업이 위법성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 라이베리아 정부는 동원산업이 아프리카 연안에서 불법어업 행위를 하고 관련 혐의를 무마하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주장이다. 동원은 대금을 지급하고 정당하게 획득했다는 입장인 반면 라이베리아 정부는 대금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조업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 정부가 라이베리아-동원산업 조업 위법성 공방 확인작업에 나선 상태다.

김 회장은 올해로 팔순(八旬)을 맞았다. 호적상 1935년생으로 돼 있으나 실제 태어난 해는 1934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아직 팔팔하다. 해녀들은 제일 좋고 큰 전복들을 나중에 따려고 남겨놓는다고 하는데… 어떤 큼지막한 프로젝트들을 풀어놓을지 김 회장의 ‘포스트 80’이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