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자, 증권사 브로커, 보험설계사 등 중개영업인이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사라진 이후부터 부동산중개소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금리에는 대출을 통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러나 은행 대출금리가 4%대로 낮은데도 부동산 구입을 위해 대출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때문에 대부분의 부동산중개소도 개점휴업 상태다. 거래가 없다보니 고육지책의 경쟁도 심상치 않다. 일부 중개소는 거래 수수료를 반 이상 할인해주기도 한다. 주변 중개소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지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버티지 못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집값 하락으로 중개 수수료 자체가 낮아졌고, 낮아진 중개 수수료도 할인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일부는 한 푼의 돈이라도 아껴보자는 생각에서 부동산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매도자와 직접 거래한다.

증권사는 주식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을 연결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전형적인 브로커리지(수탁매매) 회사다. 그 중에서도 증권사 법인 브로커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시간과 돈에 구애받지 않고 영업을 할 수 있어 ‘회삿돈으로 놀면서 돈 번다’는 뒷말이 나오기 일쑤였다.

네트워크 관리가 생명인 증권사 브로커는 장 마감 이후 사람들을 만나 정보를 교류하면서 본격적인 ‘일’을 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의 핵심이었다. 특히 법인의 경우 투자하는 자금이 크기 때문에 법인 브로커의 경우 법인카드로 당당하게 술과 골프 등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바뀌었다. 미국발 경제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조금의 수수료라도 줄이기 위해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 직접 증권사와 거래한다. 개인들도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 HTS 등으로 직접 투자한다.

때문에 그 잘 나가던 법인 브로커들도 법인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한다. 심지어 주중에도 자리를 비웠던 그들이 주말까지 출근 도장을 찍기도 한다. 증권사의 수익률 악화로 아직 남아있는 브로커들도 언제 책상이 사라질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보험설계사들도 사라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보험 가입 여력이 떨어졌고 신상품도 나오지 않아 새로 가입할 상품도 없다. 한 생명보험사 지점장은 설계사 평균 수입이 100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다. 상품 판매가 잘 되지 않으니 보험사는 설계사 수수료를 깎을 명분을 찾고 있다. 수수료 분급체계도 이에 따른 방침 중 하나다.

심지어 설계사가 아예 필요 없는 인터넷 보험이나 홈쇼핑 보험 등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최근 LIG손해보험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으로 뛰어든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로써 5대 손보사들 모두 설계사와 마찰에도 불구하고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판매한다.

중개영업인. 이들은 경기침체와 인터넷으로 인한 직접 거래로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시대적 현상이다. 그러나 한 때 이들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던 증권사나 보험사는 책상 치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이 생각난다. 결국 거래액이 크거나 컨설팅이 복잡할 경우 중간에서 이를 풀어줄 브로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보험사는 책상 치우기에 급급하지 말고 브로커, 설계사와 상생하기 위한 방안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