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 전문가들은 앞 다퉈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높게는 온스당 2000달러를 거뜬히 돌파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 9월 온스당 1800달러였던 금 값은 하락세를 보이며 최근 1600달러를 유지 중이다. 향후 금 가격의 추가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상승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물가상승’이라는 자극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금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기 전에는 원금보존형 상품인 금 DLS에,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에는 금 ETF 투자를 추천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 금 이야기다. 지난해 대다수의 금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3차 양적완화 단행으로 올해 금 가격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지난해 9월 온스당 1800달러대에 이르던 런던 금 현물가격은 4월 현재 1600달러로 오히려 내려앉았다.

금 투자자의 심정이 착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금은 과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단기와 중장기에 걸쳐 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은 이에 따라 금 투자전략을 달리 가져가야한다.

글로벌 경기회복은 금 가격 상승에 독

투자자산으로서 금의 가장 큰 매력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두 가지 모두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금은 미국 국채와 함께 최후의 안전자산이면서 동시에 화폐가치가 하락할 때(물가가 상승할 때)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이다.

지난 50년간 금 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금이 강세를 보였던 구간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1970년대 후반 오일쇼크와 같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의해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된 시기, 그리고 2010~2011년 유로존 채무위기처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진 시기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제는 금의 매력이 부각되기 어려운 흐름으로 가고 있다. 유로존 해체 가능성 완화와 미국의 빠른 경기회복으로 인해 경기침체 우려는 상당히 해소된 반면 물가상승 압력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2.0%p 상승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3%p대를 여전히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시장에 공급한 유동성은 3조 달러를 웃돈다. 이렇게 막대한 유동성이 시중에 풀렸는데도 불구하고 위기 이전에 비해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선 다른 선진국 대비 미국의 경기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달러가 다른 선진국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셰일 붐과 광산 개발 확대로 주요 원자재의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의 기초가 되는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장신구 수요 회복으로 금 가격 추가 하락은 제한적

현재 금 자체의 현물 수급만을 살펴보면 금 가격이 추가 하락할 여지는 크지 않다. 금광업체의 처지에서 보면 현재 온스당 1600달러 수준의 금 가격은 광산생산량을 증대시킬 정도로 매력적인 가격대가 아니다.

지난해 기준 메이저 금광업체들의 금 1온스당 총 생산비용은 1400~1500달러이며, 중견 이하 금광업체들의 총 생산비용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금 가격이 현재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향후 광산생산에 의한 금 공급이 위축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재개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수요를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 중인 금의 총량은 지나 2월말 기준 29,093톤으로, 이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13.4%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중국, 멕시코, 터키 등 주요 신흥국의 외환보유고 대비 금 자산 비중은 이보다 훨씬 적은 한 자릿수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에도 신흥국은 달러 중심의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신흥국의 외환보유고 대비 금 보유 비중은 한 자릿수 후반 대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금 투자 수요의 급격한 위축이 일단락된 데다 장신구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뉴욕 금 선물의 비상업적 순매수 포지션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금 ETF 실물 보유량 역시 2012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반면 경기부진으로 크게 위축됐던 장신구 수요는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회복되는 추세다. 전체 금 수요에서 장신구 수요의 비중은 2007년 이래 지속적으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인 43%를 차지한다. 따라서 장신구 수요의 회복이 금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금 가격 추세적 상승으로 돌아서려면 물가상승 필요

이렇듯 금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금 가격의 추세를 돌리려면 현물수급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현물수급만으로 중장기 추세를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단기가 아닌 2~3년 이상의 투자시계로 봤을 때 ‘과연 지금이 금 투자 비중을 늘려야하는 시점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 가격의 양대 결정변수인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중 경기침체 가능성은 이제 낮아졌다. 따라서 물가상승 여부가 향후 금 가격 추세를 돌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물가가 얼마나 상승할 지에 대한 신호는 국제유가의 향방을 통해 잡아낼 수 있다. 지금처럼 WTI유가가 배럴당 80~100달러의 박스권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물가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에는 북미 셰일가스 개발과 타이트오일 등 비전통적원유 생산량 증가로 인해 향후 국제유가 흐름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하향 전망된 상태다. 이런 투자자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물가상승 압력도 보다 강해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WTI유가가 기존의 박스권 상단인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상향 돌파하는 시점에서 물가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시점에서 금 시세도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결론을 내려 보자. 현 시점에서 금의 추가하락 여지는 크지 않지만, 국제유가에서 물가상승의 단초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금 가격은 온스당 1500~1700달러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 금을 활용한 가장 적절한 투자는 금 가격의 하방경직성과 변동성을 활용해 금 DLS와 같은 원금보존추구형 상품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반면  WTI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향 돌파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시나리오에서는 금 역시 1700달러 저항을 뚫고 중장기 상승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때는 금 ETF나 금 선물과 같이 금 가격 방향성에 배팅하는 상품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현재 금을 활용한 가장 효과적인 투자다.

 

유경하 동부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