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진핑보다 세간의 관심을 더 불러일으키는 인물은 영부인인 ‘펑리위안’이다. 기존 영부인들이 그림자처럼 내조하는 데 그쳤다면 펑리위안은 시진핑과 나란히 외부행사에 참석하는 등 당당한 모습이다. 공산당 원로들은 이 같은 태도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지만 진정한 ‘퍼스트레이디’라는 평을 하며 기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러시아와 아프리카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주석의 뉴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이 유명한 가수이자 영부인인 ‘펑리위안’이다.

중국의 미디어는 물론이고 외신들도 모두 이 새로운 중국의 영부인에 뜨거운 관심을 표시했다. 갑자기 왜 영부인이 이렇게 화제인가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거의 중국의 다른 영부인들의 모습이 언뜻 생각나지 않는다.

중국의 과거 지도자들의 이름과 얼굴은 떠오르는데 영부인들의 이름은 고사하고 얼굴을 본 기억이 있는지조차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과거 중국의 영부인들은 철저히 그늘에 숨어있었다.

남편의 정치활동에 조력자임은 분명하겠지만 외부 행사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해외 방문길에도 영부인이 동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당연히 대중들에게 영부인의 모습은 낯설 수밖에 없다.

중국의 영부인들이 외부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던 이유는 과거 정치 역사에 기인한다. 영부인이 내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사회문화적 기대치도 있겠지만 과거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부인 장칭(江靑)이 정치활동에 활발하게 관여하다가 이후 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진행된 문화혁명의 4인방으로 몰려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마오쩌둥의 권력투쟁이었던 문화혁명에 대해, 중국공산당은 마오쩌둥의 잘못된 판단은 린뱌오와 장칭 등의 반동세력에 인한 것으로 인민에 수많은 재난과 혼란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마오쩌둥의 사후인 1976년 장칭을 포함한 4명을 체포했다. 장칭은 1980년 ‘린뱌오, 장칭 반혁명집단’의 주범으로 재판에 회부돼서 1981년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1983년 무기형으로 감형되어 복역 중 옥사했다. 이 사건의 트라우마로 공산당 원로들은 영부인들의 절대 그림자 내조를 강조했고 영부인들도 외부에 나서는 것을 꺼려했다.

이후 영부인 자리에 오른 덩샤오핑의 부인 줘린(卓琳), 장쩌민의 부인 왕예핑(王冶坪), 후진타오의 부인 류융칭(劉永淸)은 해외 순방에도 동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 동행을 하더라도 언론이나 일반의 주목을 끌만한 행동은 하지 않고 존재감을 거의 나타내지 않았다.

중국의 새 영부인 펑리위안이 크게 관심을 끈 이유는 그가 남편 시진핑 주석보다 유명했던 가수인 이유도 있고 뛰어난 외모와 패션 감각으로 호감을 산 것도 분명히 작용했다. 그러나 특히 외신의 주목을 받은 것은 해외순방길에 나선 펑리위안의 남편과의 동행 태도부분이었다.

러시아를 방문해서 비행기에서 내릴 때 펑리위안이 시진핑 주석의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어 내려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남편의 뒤에 숨거나 가려진 존재가 아니라 당당히 자신을 나타내면서 걸어내려오는 모습에 그간 중국에 존재하지 않았던 퍼스트레이디의 개념을 새롭게 각인시킨 것이다.

자국 패션 브랜드의 옷을 챙겨 입음으로써 각국에 중국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이미 중국 네티즌들은 펑리위안을 중국의 카를라 브루니, 혹은 중국의 미셸 오바마 등으로 부르면서 그녀의 당당한 태도를 적극 반겼다.

펑리위안이 입은 것으로 알려진 광둥중국 복식공사 리와이(例外)의 브랜드 익셉션(Exception)의 옷은 단지 같은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옷이 동이 나는 등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네티즌들의 환대와는 달리 중국 공산당 원로들은 펑리위안이 주목을 받는 것에 대해 영 탐탁지 않아한다는 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영부인에 가리는 것도 마땅치 않은데다 영부인에 대한 관심이 과도해져 반감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패션과 태도의 영부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은 무척 높다. 영어의 퍼스트레이디에 해당하는 중국어는 ‘디이푸런(第一夫人)’이다. 중국의 영부인 펑리위안은 디이푸런의 롤모델을 보여주는 셈이다. 또한 서구의 영부인의 태도와도 가장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의 태도는 시진핑 시대를 맞이한 중국이 앞으로 변화할 모습을 예고하는 긍정적인 상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알아두면 좋은 중국의 풍습

한 겨울, 맨 엉덩이 드러낸 아이들 왜?

봄이라고 해도 중국 남쪽 지방의 바람은 습기를 머금어서 뼛속으로 스며들면서 차갑다. 코트 깃을 여미고 종종 걸음으로 걷다보면 추울까 옷을 여러 겹 입어서 걷기조차 어려운 듯이 뒤뚱거리며 걷는 아기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두껍게 옷을 겹쳐 입은 아기의 뒷모습을 보자니, 맨 엉덩이가 보인다. 이렇게 추운날씨에 저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보면 바지 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려있다.

중국어로 카이당쿠(开裆裤)로 불리며 ‘개구멍바지’라는 뜻의 어린이 바지다. 북한에서는 짜개바지라고도 불리는 이 바지는 가랑이 부분을 없애서 어린 아이가 손쉽게 배변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에 어린아이들이 입었다고 하는데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들은 대부분 이 바지를 입은 어린 아기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겨울이건 여름이건, 남자아기건 여자아기건 관계없이 엉덩이를 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당쿠를 입기 시작한 건 아주 오래 전 한나라 때였다고 하는데 배변을 조절할 수 없는 아기들은 옷을 버리기 일쑤라서 아예 바지의 가랑이 부분을 잘라서 배변훈련을 쉽게 하도록 했다. 또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도 되니 경제적 부담과 함께 부모의 수고스러움도 덜해지고 여름에는 땀띠가 나지 않는 등의 이점이 있어서 주로 사용한다. 특히 기저귀 비용이 부담스러운 서민들이 많이 이용한다는데 카이당쿠가 워낙 일반화되어 있어서 기저귀를 차고도 가이당쿠를 입은 아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은 외국 아기들은 이런 바지를 입지 않는다고 하면 놀랄 정도로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입는 일반적인 바지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