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입이 한 개인 데 반해 귀는 두 개다. 이는 남의 얘기를 많이 듣고 검증, 검토한 후 필요 없는 부분은 다른 귀로 버리라는 신의 배려이다.

입은 먹고 말하는 데 사용되어 외부로부터의 지식과 정보를 차단시키는 역할을 한다. 말하는 동안은 귀의 쓰임새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엄청난 정보의 파도와 지식의 홍수 속에 현대의 기업은 떠내려가고 있다. 시시각각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흘러오는 이 홍수와 파도를 외면하는 경영자는 그 소임을 다할 수가 없는 법이다.

이것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항상 경청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기업 내부, 외부에서 들어오는 온갖 정보와 지식과 아이디어에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 재벌총수들의 경영모토를 살펴보면 재미있다.

김우중 회장은 ‘도전’, 이건희 회장은 ‘경청’, 고 정주영 회장은 ‘돌진’, 고 최종현 SK 회장은 ‘신중’, 구자경 LG 회장은 ‘중용’으로 대표될 수 있는데 이 중 ‘경청’을 모토로 삼는 삼성이 최고의 일류기업으로 성장함은 의미가 있다 하겠다.

필자가 다닌 대우의 김우중 회장은 글자 그대로 ‘도전’. 그만이 최고의 경영자로 군림해 신규확장에 노도와 같이 매달렸다. 그에게는 경청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빴다.

이것이 그의 몰락을 부채질하는 격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 ‘경청’을 모토로 하는 삼성은 이건희 회장 개인의 힘이 아닌 조직의 힘이 지금의 견인차 역할을 했을 것이다.

실제 양 그룹의 임원회의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가 있다. 대우그룹의 경우 카리스마 있는 도전의 김우중 회장이 일사천리로 회의를 주재하는 반면 삼성그룹은 경청의 이건희 회장보다 참석한 임원들이 회의를 주재하는 편이었다. 회의가 끝난 후 양 회장의 코멘트는 뉘앙스가 달랐다.

김우중 회장은 “그렇게 하시오”.
이건희 회장은 “알아서 하시오”.

CEO가 다음의 경영수칙을 지킨다면 그 기업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순항을 거듭할 것이다.

1.입을 닫을 것
수많은 부하와 외부 사람들로부터 지식정보를 유도

2.귀를 열 것
수많은 지식정보의 유입

3.두뇌를 활성화할 것
유입된 정보지식의 검증절차 및 판단

4.손발을 움직일 것
채택된 정보지식의 행동·실천

김우일 우송대 경영학과 교수·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wikimokg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