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어떻게 되세요?”

상담전화 너머 결혼정보업체 커플매니저의 목소리는 상냥하고 조곤조곤했다. 먼저 물은 것은 나이, 직장, 학력, 그리고 키였다. 모든 질문에 상세한 대답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나이에 대해서는 생년을 확인했지만, 직장의 정확한 이름이나 졸업한 학교의 이름을 묻지는 않았다. 오프라인 상담 이전에는 간단한 접수사항만을 입력하고 상담원을 배치한다고 했다. 오프라인 상담이 아니더라도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도 역시 상담이 가능하다고 했다. 방문을 꺼리는 고객을 위한 배려다.

5대 결혼정보회사의 서울 상담센터는 대부분 강남역에 밀집해 있다. 당연히 오피스가 많은 강남 일대의 직장인들에게 접근성이 높다. 상담원은 조심스레 약속시간을 잡을 수 있는지 물었다. 시간은 철저히 고객의 편의에 맞추는 방식이었다. 걱정과는 달리 강요하는 느낌이 없어 편한 마음으로 약속을 정했다.

강남역 인근 건물에 자리 잡은 결혼정보업체의 상담실은 조용하고 깔끔했다. 프론트에 대기하고 있는 직원은 미팅을 잡았는지 물었고 간단한 차와 함께 상담실을 안내했다. 이내 도착한 상담자는 젊어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었다. 결혼에 대해 자신이나 주변의 경험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수의 커플매니저들이 중년의 여성이다.

커플매니저의 질문은 역시 간단한 인적 사항, 직장, 학력의 확인으로 시작됐다. 전화와는 달리 좀더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했다. 정확한 이름과 생년월일은 물론 직장명, 업종, 직위를 구체적으로 물었다. 더불어 조심스럽게 연봉도 물었다. 학력에 있어서도 학교의 이름과 전공을 구체적으로 묻고 기록했다. 외모에 대한 기록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키와 몸무게를 물었다. 남성이나 여성 모두 키와 몸무게가 외모 평가의 가장 기본적인 지표가 되는 듯싶었다.

 

여성들 키가 큰 2~4살 연상의 남성 선호해

기본적인 정보 이후 커플매니저는 남성이 선호하는 여성상을 물었다. 만약 정확하고 구체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정해진 질문들로 남성이 선호하는 여성을 대략 좁혀나가게 된다.

여기서 대부분 남성 고객들은 여성의 미모를 빠트리지 않는다고 한다. 커플매니저는 키나 몸무게를 기본으로 귀여운 여성을 좋아하는지, 여성미가 강한 여성을 좋아하는지 상담자가 선호하는 여성상을 세심하게 물었다. 대부분 남성은 자신보다 약간 작은 여성을 선호한다고 한다. 너무 큰 차이는 싫어하는 편이다. 대략 자신보다 4cm에서 8cm 정도 차이가 나는 여성을 찾는다고 한다. 나이는 36세를 기준으로 4년 정도 차이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좀 더 어린 여성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남성이 자신보다 1~4년 정도 어린 여성을 선호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여성은 자신보다 키가 큰 남성을 선호한다. 크면 클수록 좋지만, 너무 큰 차이는 바라지 않는다고. 나이는 2~4살 연상의 남성을 찾는 여성이 많다. 연상의 남성을 선호하는 것은 과거와 비슷하지만 나이 차이는 이전보다 줄어드는 추세이다. 감수성이나 여러 가지 생각에 있어 공유하는 부분이 많기를 바라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배경이다. 안정적인 직장이나 우수한 학력만큼 성장환경도 중요한 부분이다. 여러모로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종교도 빠지지 않는다. 기독교 집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종교를 가진 배우자를 찾는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비슷하게 종교가 없거나 종교 생활에 그다지 열성이 없는 사람들을 선호한다.

간혹 아주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고객들이 있어 곤란하기도 하다. 특히 남자회원 중에서는 가입 이후 만남이 진행되면서 상대 여성에 대한 기준이 점점 높아지는 일이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결혼정보업체에는 여자회원이 더 많은 것이 보통인데 이러한 이유로 남성에게 만남의 기회가 더 많이 제공되면서 자신감이 과해지는 경우가 있단다. 하지만 조건이 까다로울수록 만남이 어려워진다는 커플매니저의 귀띔이다.

30대 중반, 연봉 3000만원대 전세금 5000만원에도 기회는 많아

연봉이나 재산 정도는 생각보다 기준이 높지는 않았다. 모두들 높은 수입이나 재산을 기대하기는 하지만, 각자의 기준에 맞게 상대를 소개해 주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높은 기준의 상대를 만날 염려는 없다. 30대 중반 남성이 연봉 3000만원대 후반에 전세금 5000만원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본인의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면 만남의 기회는 충분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남자들도 안정적인 직업의 여성을 선호한다고 한다. 특히 교사의 인기가 높다. 공무원은 전반적으로 선호 직업이라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맞벌이를 선호하면서 직장이 있는 여성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낼 수 있는 여성이 인기다.

당연히 여성들 역시 남성의 경제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흥미로운 것은 여성 역시 남성의 직업이 안정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시간을 많이 낼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풍부한 경제력도 좋지만, 둘만의 시간을 자주 가지거나 가정을 세심하게 돌볼 수 있는 여유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높은 수입을 내는 자영업자보다 안정적이면서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무원이나 전문직 남성이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결혼정보업체에서는 공무원이나 전문직 남성과 여성만을 소개받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조건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서비스보다 20%에서 30% 정도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이 모든 내용을 취합해보면 여성의 취향과 요구사항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남성상은 대략의 윤곽이 드러난다. 대부분의 여성은 자신보다 키가 크고, 2~4살 정도 연상에 공무원, 전문직 등 안정적이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시간을 보장받는 직업을 갖춘 남성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남성들이 좌절할 이유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여성 가입자가 더 많은 결혼정보회사에서 이런저런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남성이라면 만남의 기회는 충분하다고 커플매니저들은 입을 모았다. 요구 사항보다는 나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살피는 일. 만남에 있어 너무나 당연하고 간단한 만고불변의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