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튈르리정원에서 휴식을 즐기는 관광객들과 시민들.


요리 전문가인 이탈리아인 알베르토 안토니오(34) 씨는 휴가철이면 와인으로 유명한 유럽지방을 돌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곤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로 일이 줄면서 그는 여름휴가를 소박하게 지낼 수밖에 없게 됐다. 안토니오 씨는 대학 등지에서 요리 관련 강의를 하는데 수업이 일주일에 6개에서 2~3개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안토니오 씨는 “여자친구와 집 근처 운전할 수 있을 만한 곳으로 놀러가는 것으로 휴가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비싼 레스토랑에서 비싼 메뉴를 먹는 대신에 와인 한 병과 치즈를 준비해 소풍을 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안토니오 씨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기침체로 성수기를 맞이했어야 할 호텔과 레스토랑, 휴양지들이 썰렁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하나의 거대한 휴양지로 불리는 유럽 대륙의 처지는 특히 심하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30일(현지시간) 금융위기 이후 첫 휴가철을 맞이한 유럽 관광산업의 사정을 집중 조명했다.

해외보다는 국내, 외식 대신 가정식
세계관광기구(WTO)는 최근 올해 상반기 동안 유럽 내 광관산업의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0% 축소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경우 해외 여행객들이 줄어든 대신 국내 여행객들은 늘어나면서 손실을 일부 만회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관광청의 한 관계자는 “요즘 사람들은 휴가를 통째로 포기하기보다 돈을 아끼는 방향으로 절충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대신 자동차를 타고 국내 여행을 하거나 외식 대신 집에서 요리해 먹는 식이다. 또 박물관이나 해변 등지로 가서 돈을 쓰지 않고 노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럽은 대륙 전체가 거대한 관광지이지만 특히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에서 차지하는 관광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 ‘톱 3’ 국가를 찾는 관광객들의 숫자가 전체 유럽 관광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WTO는 이 3개 국가가 모두 올해 들어 관광객 유입 숫자에서 급격한 하락세를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여행산업 전문가이자 트랜스-아틀란틱 뉴스레터(Trans-Atlantic newsletter)의 닐 마틴 편집장은 올해 유럽을 향하는 미국인의 숫자는 지난해보다 7~9%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 내 180여개 호텔체인을 갖고 있는 베스트 웨스턴 이탈리아(Best Western-Italia)의 지오바나 만지 최고경영자(CEO)는 “예전엔 해외 여행을 하던 사람들이 국내 여행을 선호하면서 국내 관광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바가지 근절 위한 대책 마련도
최근 들어서는 미미하게나마 회복세도 감지되고 있다.
스페인 관광청에 따르면 6월 들어 영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면서 올 들어 첫 관광객 증가세를 기록했다.

여행예약 웹사이트 라스트미니트닷컴(Lastminute. com) 측은 최근 호텔비와 항공료가 크게 떨어지면서 다시 여행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바가지, 절도 등으로 해외 관광객들에게 악명 높은 이탈리아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 〈라 리퍼브리카(La Repubblica)〉는 이탈리아의 한 악덕 식당이 일본인 관광객 커플에게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고 1000달러를 받은 사건을 상세히 보도했다.

또 다른 일간지는 일본인 관광객에게 말이 끄는 4륜 마차를 한 번 태워주고 715달러를 챙긴 업주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이미지 개선을 위해 특별 경찰 인력을 배치,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경제신문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키워드

#글로벌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