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따지다보니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남자들이 만나면 여자이야기를 하듯 여자들은 만나면 남자이야기를 한다. 나이를 먹으면 주제가 남자에서 결혼으로 넘어간다. 아직 솔로인 경우 자신의 결혼관에 맞는 이상형을 주로 말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조건’이 언급된다. 수많은 조건을 충족시켜줄 그 사람을 찾느라 결혼은 어려운 일이 됐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2002년 개봉한 국내 영화 제목이다. 극중 엄정화는 소개팅을 통해 감우성을 만나 연애를 하지만 결혼은 조건 좋은 남자와 한다. 그렇다. 조건은 결혼할 상대를 결정하는데 있어 꼭 봐야하는 요소가 돼버렸다. 조건이 기본이 돼야 한다면 결혼정보업체만큼 유용한 곳도 없다. 그래서 강남에 위치한 두 곳의 업체를 찾았다.

나보다 높은 곳에 있는 남자가 천생연분?

결혼정보업체는 익히 알고 있듯이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원하는 조건을 기본으로 해 만남을 주선해주는 업체다. 하지만 이곳을 찾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다. ‘오죽 남자가 없으면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남자를 찾을까’란 주변의 시선 탓이 크다. 어렵사리 발걸음을 해도 이곳을 통해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혼정보업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문턱을 넘어 상담을 받게 되면 처음 받는 질문 또한 조건이다. 여자는 나이와 학벌, 직장, 사는 곳, 그리고 부모님의 직업 등을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여기서 여자의 레벨을 나누는 기준은 학벌과 직장, 그리고 부모님의 재산정도다. 다만 부모님의 재산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가입을 하게 되면 신용정보조회 동의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결혼 정보업체는 회원의 신용이나 가족관계 등을 확인하며, 이 기간이 일주일가량 걸린다. 그리고 별도로 회원은 재직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서 남녀가 차이가 난다. 여자의 경우 재직여부만 확인하지만 남자는 연봉과 부모님의 재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상담 매니저는 여자의 기본조건을 듣고 나면 이제 되레 이상형을 묻는다. 그리고 덧붙여 말한다. 현재 본인의 스펙보다 더 나은 남자를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상담 매니저를 통해 들은 요즘 남녀의 이상형은 이렇다. 남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기보다 낮은 스펙의 여자를 원한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불문율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조건이 못할 경우 자격지심 때문에 완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반면 여자는 자신보다 나은 남자를 찾는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요즘 여자들은 대부분 교육수준이 높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대비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여성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들이 조건이 맞다고 여기는 남자들은 자신보다 스펙이 낮은 여자를 선호한다. 이렇다 보니 고학력 여성일수록 조건이 맞는 상대를 찾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게 상담 매니저의 설명이다.

버리면 만남의 기회 많아져

다시 ‘결혼은 미친짓이다’ 영화로 돌아가면, 극중 엄정화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집에서 전문직종의 남편과 살지만 행복하지 않다. 그래서 감우성을 찾아가 결혼 전에 연애를 했던 것처럼 똑같이 행동한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조건을 잣대로만 들이댄다면 결혼은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버릴 수 있는 조건은 버리고 시작하는 게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준다고 상담 매니저는 말했다.

일예로 170cm가 넘는 여성이 무조건 180cm이 넘는 전문직종의 남자만 선호한다면 우리나라 남자 평균 키가 173cm인 만큼 만날 수 있는 남자가 지극히 한정돼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키를 172cm나 175cm이상으로만 조정을 해도 기회가 늘어난다는 게 상담 매니저의 설명이다.

상담을 받고 난 후 더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바로 가입 금액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대기업에 재직 중인 대졸 여성의 경우 400~600만원의 가입비가 필요하다. 일부는 남자의 직업을 전문 직종으로 제한하거나 재산까지 볼 경우 800만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된다.

만남 횟수는 5~8회로 제한을 두는 곳과 1년 동안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곳으로 나뉜다. 이렇게 조건을 전제로 만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높게는 1000만원을 육박하는 결혼정보업체 가입이 적잖이 부담이라면 쉽게 가입을 통해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바로 최근 속속들이 생기고 있는 소셜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이 경우 상대의 신분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진지한 만남보다는 가볍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