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여행지는 자신이 가진 기간과 금액을 고려해서 결정한다. 물론 특정 지역을 꼭 가보고 싶다면 얼마간을 벼르고, 준비해서 여행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결정할 뿐이다. 천편일률적인 여행 패턴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반영할 수 있는 여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군대를 떠나기 전에 다녀와야 할 사나이들의 섬’이라든지 혹은 ‘해외 보다 더 아름답고 추억에 남는 국내 휴양지’ 혹은 ‘힐링이 필요한 육체와 영혼이 피로한 사람을 위한 쉼 여행’ 등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상황에 맞는 여행 상품을 개발해 보는 건 어떨까?”

오랜만에 제자가 찾아왔다. 졸업여행을 다녀왔다며 짧은 인사와 함께 선물을 건넸다. 대학생들의 졸업 여행지는 다름 아닌 해외의 유명 관광지. 4년의 대학생활을 마감하는 뜻 깊은 여행이 해외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왔다는 추억으로만 남지 않을까 괜한 걱정이 앞섰다.

우리가 바쁜 일상 중에서도 짬이 날 때면 생각하는 것이 여행이다. 신혼여행, 수학여행, 효도여행 등……. 하지만 애석하게도 여행을 가고는 싶지만 이내 가고 싶은 마음을 접었던 적도 많았다. 사회생활을 한지 20년이 된 지금 웬만한 국내 여행지는 전부 다녀온 듯 하고, 해외도 출장을 겸한 여행이 많아 다녀오고 난 뒤에는 특별히 남긴 추억도 없기 때문이다. 마음의 휴식을 선사하고 재충전이 되어야 할 여행이 언젠가부터 한번 다녀오면 힘든 기억으로 남는 곳도 몇 곳 있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때 상황에 맞는 다양한 장소를 떠올리기 보다는 제주도, 괌, 태국 등의 이름을 대면 알만한 장소성에 얽매여 상황에 맞는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는지. 생전 처음 방문해본 낯선 여행지에 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무난한 여행 상품을 골라서 ‘시행착오’ 없이 정해진 코스를 탐방하고 정해진 식당에서 해당 지역에 음식을 먹은 후에 돌아오곤 했다.

사람이 일생 동안 총 몇 번의 여행을 하게 될지 국내 여행까지 생각한다면 어림잡아 짐작해보아도 1년에 1회씩, 30회는 족히 넘는다. 지금까지 다녀온 여행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여행은 유명 장소를 다녀온 것 보다는 특별한 추억과 시간이 깃들어져 있는 20년 전에 고등학교 졸업 여행이나 취직 후 첫 출장 등이다. 이렇듯 여행이란 것은 개인의 스토리와 시간 그리고 그 당시의 생각들이 담겨 있는 소중한 추억 상자이지 천편일률적인 상품에 나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맞추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군대를 떠나기 전에 다녀와야 할 사나이들의 섬’이라든지 혹은 ‘해외 보다 더 아름답고 추억에 남는 국내 휴양지’ 혹은 ‘힐링이 필요한 육체와 영혼이 피로한 사람을 위한 쉼 여행’ 등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상황에 맞는 여행 상품을 개발해 보는 건 어떨까?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300억여 원의 우주 왕복 여행도 결국 한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여행과 세상 최고의 경험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여행상품이듯 말이다.

매년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과 일본 관광객들의 경우, 명동과 강남의 쇼핑몰 뿐 만 아니라 서울에서 3~4시간 거리인 금산과 진해를 직접 찾아 인삼밭을 둘러보고 고려인삼을 눈앞에서 직접 구매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또한 제주도뿐만 아니라 서울을 둘러본 후에 관광객만을 위한 전용 헬기를 타고 한국의 자연 이곳저곳을 둘러보도록 하는 관광 프로그램은 어떨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삶에서도 쉼표를 얼마나 잘 찍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다음 행보가 결정된다고 한다. 잠시 방황을 하거나 새로운 여정을 찾을 때 이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은 잠깐 힐링의 될 수도 또한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여행, 이제는 유명 장소가 아닌 여행객들이 원하는 스토리와 상황 그리고 목표에 맞게 다양화되고 배려하는 쉼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