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단순히 문자를 주고받고 전화만 하던 시대는 갔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이제는 일부러 시간을 내 병원을 찾지 않더라도 건강을 스스로 체크할 수 있게 됐다. CES에서는 디지털 건강관리나 피트니스 기능의 수반한 스마트폰이 소개된데 이어 심장박동을 체크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만들어졌다. 이미 인공지능이 탑재된 컴퓨터는 전문의가 돼 인간을 검진하고 처방을 내리고 있다.

공상과학영화 스타트랙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측정하고 인체정보를 수집하는 장비로 ‘트리코더(Tricoder)’라는 휴대폰만한 장비를 사용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기본적으로 휴대형 컴퓨터시대가 된 만큼 실제로 트리코더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스마트폰과 의료장비기술들이 급속히 합쳐지고 있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전자제품박람회(CES)에는 디지털 건강관리나 피트니스 기능을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개발한 사례들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핏빗(Fitbit)’과 ‘위딩스(Withings)’를 들 수 있으며, 새로운 장비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Viiiva’에서 발표한 ‘4iii’는 가슴에 띠를 두르면 심장박동을 모니터링하는 기기다.

이 장치는 아이폰에 연결해 바로 사용이 가능하며 가격은 79달러 수준이다. 그렇다면 다른 분야에서는 얼마나 빠르게 트리코더를 실현 시킬 수 있을까.

스마트폰으로 심장박동 추적에 혈압 체크까지 

시드니 대학교 심리학과 연구원 제임스 헤더(James Heather)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손가락 끝에 감지기를 붙이면 심장박동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다만 운동선수가 훈련 중에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경우 심장박동은 추적이 가능하지만 스트레스나 흥분 등의 감정변화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유사한 방법으로 운동에 따른 심폐능력을 시험하고 스트레스 레벨을 시험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젠소리움(Zensorium)의 팅크(Tinké)가 그 주인공이다. 팅크는 광학센서 기술을 이용해 혈액 부피변화를 측정한다. 엄지손가락을 이 장치의 창에 접촉하면 ‘Vita지수’라는 값을 측정한다.

이는 심장박동, 혈액의 산소함량, 호흡속도를 수집해 만든 값이다. 또한 ‘Zen값’은 심장박동의 변화를 읽어서 상대적인 스트레스를 읽는 값이다. 이 작은 기기를 30핀 커넥터로 휴대폰에 연결하면 어플리케이션이 바로 작동한다. 이어 손가락을 팅크의 광학센서창 위에 올려놓으면 1분 정도 만에 심장 박동 수, 호흡속도, 혈액 산소농도를 측정해 Vita 값을 계산한다. 사용이 간편해 하루에도 몇 번씩 자가 측정해 추세를 저장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응용은 무궁무진하다. 샌디에이고의 프레이던(Fraden Corp)은 스마트폰으로 체온을 측정하는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요즘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체온 측정을 귀속에 측정기를 대고  측정한다. 이 기술은 피부에서 발생하는 적외선을 이용해서 체온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프레이던이 개발한 기술 역시 적외선 센서를 이용했다.

스마트폰을 이마의 관자놀이로부터 2~3cm 떨어진 상태로 잠시 유지해 두면 휴대폰 카메라 옆에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서 휴대폰으로 체온을 자동으로 측정한다.

의료용품 전문 개발업체인 모비샌트(MobiSante)는 스마트폰으로 초음파 이미지를 볼 수 있는 기술을 보유 중이다. 피부 밑 20cm 깊이의 장기들의 움직임을 스마트폰 화면에 선명하게 비춰준다. 영상을 보면서 이미지를 저장할 수도 있고 측정 깊이나 감도도 조절도 할 수 있다.  영상이미지를 보고 도형메모나 거리측정은 물론 문자 입력도 가능하다.

특수 의학용도로 개발된 기기도 있다. 사노피(Sanofi)의 ‘아이비지스타(iBGStar)’는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혈당측정기기다. ‘셀스코프(CellScope)’는 휴대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안과용 현미경이다. ‘얼라이브코(AliveCor)’의 심장박동기록 장치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기기다. 이밖에도 덴마크 대학에서는 두뇌 스캐너도 개발 중이다.

전문의가 된 인공지능 컴퓨터

그러나 스타트랙에 나오는 트리코더가 되려면 앞서 예시한 모든 측정들이 스마트폰크기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엑스 프라이즈(X-prize) 재단은 지난해 이런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퀄컴사의 후원으로 트리코더 X상을 공표했다. 기술경쟁을 해서 우승하면 10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개발목표는 폐렴, 당뇨병, 수면 무호흡증 등 15개 종류의 질병을 자동 검진할 수 있는 휴대형 기기개발이다. 현재 30개국 230개 연구팀이 기술경연에 참가신청을 했다. 피터 다이어먼디스 X상 재단이사장은 “궁극적으로 이 기술은 전 세계의 건강관리를 민주화시키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런 기술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건 Scanadu의 스카우트(Scout)다. 이 작은 기기로 10초 정도 만에 생생한 건강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맥박, 심장 박동 수, 심장활동, 체온, 심장박동 변화, 혈액의 산소농도 등을 감지한다. 이 감지된 인체정보는 스마트폰으로 전달돼 인체질병상태를 보여준다. 올해 말쯤 되면 미국 정부 승인을 받아 시판될 것으로 보이는 데 가격은 150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IBM이 자랑으로 여기는 슈퍼컴퓨터 왓슨(Watson)도 있다. 왓슨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컴퓨터로 제퍼디(Jeopardy)라는 유명한 퀴즈프로그램에 출현해 인간 퀴즈 왕들을 상대로 2배 점수 차로 우승을 했다. 이를 계기로 인공지능컴퓨터로 인정받고 있다. IBM은 왓슨을 이용해서 질병을 진찰하는 인공지능을 개발 중이다.

우선 종양학 분야의 훈련을 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임상의사가 가진 지식의 20% 정도만 진찰에 사용하고, 처지결정은 검진결과에 의존한다고 한다. 그래도 20%는 오진이 발생한다. 그래서 전문의들도 환자의 의료기록들과 함께 방대한 의료 정보자료에 의한 지식이 더해진다면 치료효과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도 많은 의료정보나 기술들이 새롭게 등장하기 때문에 사람이 모든 정보를 습득하기 힘들다.

IBM은 이점을 착안해서 왓슨에게 의료정보를 습득시키는 훈련을 시켰다. 왓슨컴퓨터는 문서를 자동으로 읽는 기능이 있어서 많은 자료를 고속으로 암기하고 이들 자료 간 상관성을 스스로 학습한다. 그래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결론들을 신뢰도 지수와 함께 몇 가지로 유추하는 방식으로 지식을 정리한다.

각 결론 마다 근거자료를 정리해서 제공하기 때문에 전문가는 이추론 결과들을 비교하면서 처치 판단을 쉽게 결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 현재 왓슨은 메모리얼 슬로안-케팅 암센터에서 종양학 분야의 진찰보조자로 일하고 있다. 지금은 한 가지 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지만 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의학전문분야의 지식을 축적하는 경험을 학습하게 되면 어떤 질병이든 전문의 수준으로 지식을 갖춘 종합전문의 왓슨이 탄생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은 클라우드상에서 지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측정된 건강지표들을 이용해서 질병진단까지도 가능해지는 때가 올 수 있다. 미래는 우리가 생각한대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