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영화가 생각난 주말, 집을 나서기 앞서 예매를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우선 상영중인 영화를 검색하고 적당한 영화와 상영관을 정했다. 오랜만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잭 더 자이언트 킬러>라는 적당한 오락 영화를 내놨다는 걸 확인했을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썩 괜찮았다. 문제는 잭과 콩나무를 변주한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결재에 돌입하는 순간! 악몽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우선 사건의 발단은 할인을 떠올린 나의 머릿속에 있다. 어렴풋이 최근 발급받은 카드에 모모 영화관에서 연 몇 회, 얼마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생각났다. 우선 그 혜택을 확인하기 위해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그야말로 수없이 많은 카드 중에서 나의 카드를 찾아 할인 혜택을 확인했다. 그리고 할인이 가능한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 접속해 상영관과 영화, 좌석을 정했다. 대망의 결제를 남겨둔 상황. 어라? 결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다운 받는다고 하더니 선택했던 상영관과 영화, 좌석이 초기화 됐다.

이쯤이야. 다시 깔끔하게 3분 전보다 더 능숙하게 상영관, 영화, 좌석을 선택하고 결제창을 불러올렸다. 그런데 할인은 어디서 받지? 깨알 같은 숫자와 문자의 조합 속에서도 결제 금액은 여전히 할인 전과 같았다. 유심히 살펴보니 할인이 가능한 카드는 결제 중반부터 경로가 달랐다. 슬슬 시간을 확인하게 되고 페이지 로딩 시간이 짜증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확인한 것은? 내 카드의 사용량이 부족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한 때 카드사가 적극적인 고객유치공세를 벌이던 시절, 영화관 할인을 받기 위해 굳이 이렇게 복잡한 예매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었다. 할인은 카드 사용의 당연한 혜택이었고 사용자들은 이를 마음껏 누렸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러한 혜택들은 복잡한 예매절차와 페이지, 소프트웨어 사이로 숨어든 영화할인처럼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이제 우리 손안에 남겨진 것은 무이자 할부가 사라진데다 앞으로 9월이면 아파트 관리비 결제 및 할인 기능이 없어질 카드뿐이다. 모 카드사의 관계자는 “앞으로 모든 신용카드는 점점 더 할인이나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며 “수익성이 없는데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잠시간 우리 사회를 맴돌았던 신용사회의 꿈은 이렇게 ‘신용’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카드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

이제 다음에 없어질 혜택은 무엇일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건대 사용자들이 가장 선호(26.9%, 한국경영학회)한다는 주유 할인이 1순위에 올라있을 것이다. 잭이 부푼 기대감으로 올랐던 거대한 콩나무 끝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들이 득시글거렸다. 할인 혜택을 바라보고 신용카드의 탑을 쌓던 사용자들은 이제 무엇을 만날까? 분명 고객을 위한 할인이나 혜택은 아닐 것이다.